생각이 복잡한 여자는 터덜터덜 아주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며칠 전부터 발꿈치며 발바닥이 쑤시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집에 들어선 여자는 자신이 통증 때문에 운 것과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남자에 대한 섭섭함이 그 남자를 믿고 못 믿고 와 무슨 연관성이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두어 시간이 흐른 초저녁 남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남자는 아직도 화와 억울함이 섞인 목소리였다. 여자는 참을 생각을 전날부터 했고 관리를 받을 때도 두 주먹 꼭 쥐고 참았는데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면서 참을 생각조차 안 한다 하니 속상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남자는 말도 안 된다는 식으로 흥분되어 말하기 시작했다. "내가 언제 비교했다고 그러세요? 그냥 그렇다고 말하는 거지, 그리고 참겠다고 생각만이라도 했으면 그게 근육에 그대로 나와요. 내가 20년 넘게 이 일을 해오면서 경험하고 검증한 거예요. 그래서 알아요. 참겠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비우면 훨씬 더 참을 수 있어요. 아예 참겠다는 의지조차 없던데..." 하면서 마치 상대 마음을 꿰뚫어 보는 도력이라도 있는 듯 자신 있게 말했다. 도력이 있다면 제대로 사실대로 알아보든가 하지 여자는 자신의 말을 얼토당토 하지 않다는 듯 단정 짓는 남자의 말에 할 말을 잃었다. 오히려 남자는 여자가 자신의 말을 믿지 않기 때문에 참을 생각을 하지 않는 거라면서 섭섭해했다.
여자는 '~보다'는 말은 비교할 때 쓰는 말인데 비교를 안 했다니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물었지만 그런 건 잘 모르겠고, 자신은 비교하지 않았고 비교할 이유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 남자는 자신의 기준에서 판단하고 결정짓고 있었다. A 보다 B라는 국어사전적 의미는 분명 비교의 뜻을 지니고 있다. [서로 차이가 있는 것을 비교하는 경우, 비교의 대상이 되는 말에 붙어 '~에 비해서'의 뜻을 나타내는 격조사]라고 풀이되어 있다. 아무리 객관적인 표현이었다 하더라도 비교라는 뜻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데 그 남자는 비교의 뜻인지 뭔지 상관없이 비교가 아니었단다. 여자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계속 실랑이를 할 만한 가치가 없어 보였다.
'이 남자 어휘력이 달리나 보다'하고 넘어가 보기로 했다. 그날 밤 12시경 남자로부터 잘 자라는 톡이 왔다. 기분이 좀 풀린 것 같았다.
"잘 자요. 하이"..... 그 남자는 그랬다.
만날 때나 헤어질 때 늘 "하이"라고 인사를 했다.
"하이"... "안녕"이라는 우리나라 말로 생각하면서 시점에 관계없이 늘 "하이"라고 인사를 했다. 여자는 의도적으로 헤어질 때마다 "굿바이"나 "바이"라고 인사했지만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하이'라고 인사했다. 남자는 '아차' 싶은 자각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맞다! 이 남자는 어휘력이 부족했다. 많이 부족했다.
어휘력이나 문장 이해력이 이성 간의 만남에서 큰 영향을 미칠까? 여자는 생각했다. 이 남자를 계속 만나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