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사랑일까?

... 짠내 나는 남자의 4번 커피... 7-1

by 텐그린

여자는 요즘 걱정으로 밤잠을 설치고 있었다. 여자는 열심히 이력서를 여기저기 내고 있었지만 연락 오는 곳은 하나도 없었다. 여자는 특별한 기술도 없었고 그렇다고 힘을 쓰는 일도 하지 못했다. 더구나 여기저기 아프기까지 했다. 남자도 여자가 무슨 일로 걱정하는지, 불면증으로 늘 두 눈이 반짝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직업상 여자의 건강을 알아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남자는 유행어였던 "딱 보면 압니다"식으로 보면 다 안다는 것에만 만족해했다. 거기까지 만이었다.


"잠 못 잤네요. 딱 보면 알거든요." 남자는 으쓱대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상대가 걱정이 있어서 그런가 잠을 못 잔다고 하면, 무슨 걱정인지 물어 볼만도 한데 남자는 "딱 보면 알거든요"라고 혼잣말하듯 두어 번 되풀이 중얼거릴 뿐이었다.

남자는 여자를 위해 식사 준비를 해 주겠다며 냉장고에서 플라스틱 통에 담긴 밥을 꺼내어 전자레인지에 3분을 맞춰 돌려놓고, 가스레인지 위에 뜨겁게 끓인 돼지고기를 넣은 김치찌개를 국수 대접에 담았다. 대접 속 찌개는 2인분이라고 볼 수 없는 적은 양이 담겨 있었다. 여자는 다른 반찬들이 있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 하고 생각했지만 달랑 김치찌개 한 대접과 콩밥이 전부였다. 밥은 고슬고슬하니 고소하고 그 만의 레시피로 지었다는 밥은 맛이 좋았다. 그 남자는 밥을 지을 때 건강관리를 하고 있는 직업만큼 남다른 레시피를 가지고 있었다. 고향에 계신 어머니가 담아 주신 김장 김치로 끓인 찌개 역시 맛은 좋았지만 반 공기도 먹기 전에 찌개 대접 바닥에는 국물만 남아 있었다. 하지만 남자는 더 떠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여자가 남은 찌개가 더 있냐고 묻자, 남자는 "와... 그 많은 찌개를 다 먹네요. 엄청 많이 펐는데"하면서 다시 떠오기는 했는데 역시 여자 혼자 먹어도 부족할 양이었다. 남자는 자신이 혼자 먹으면 두 세 끼니를 먹을 수 있는 양이라며 마치 여자가 대식가라도 되는 냥 고개를 저으며 놀랍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여자는 다시 밥을 먹기 시작했는데 왠지 남자는 가만히 앉아 있었다.

여자가 왜 안 먹느냐고 묻자, "드세요. 저는 남는 국물에 남은 밥을 말아먹는 습관이 있어서요"라고 대답했다. 여자는 마지막 밥을 거의 맨밥으로 삼켰다. 남자는 대접에 깔린 국물에 밥을 비비더니 싹싹 비우며 즐거운 듯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스스로 만든 음식이 별로라고 하는데 나는 내가 만든 음식이 얼마나 맛있는지 몰라요. 아우, 맛있게 자알 먹었네"하며 만족해했다. 여자는 이 짠내 나는 남자를 보면서 연인의 집에서의 첫 식사를 인상 깊게 마쳤다.

식후 여자는 설거지를 했다. 식사 대접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다. 설거지 후 봉지 커피를 마시다가 남자는 인상을 쓰며 입을 열었다. "커피 잘못 탔네. 번호를 잘못 골랐어." 하며 봉지 커피의 눈에 보이지도 않는 번호를 불빛에 비추어 보더니 10번이라는 것이다. 여자는 무슨 말이냐고 물었지만 늘 그랬듯이 "몰라요? 정말 몰라요? 허허허 몰라도 돼요" 하며 숨 넘어가도록 뜸을 들이며 즐거워했다. 고약한 쾌감을 가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는 자비를 베풀어 가르쳐 주겠다는 듯 큰 정보를 밝히는데 커피 봉지에는 1에서 10까지 일련번호가 쓰여있는데 각 번호마다 맛이 다르고 자신은 4, 5, 6번이 제일 맛있다고 한다. 그중 4번을 가장 좋아한다며 오늘은 실수로 10번을 탔더니 너무 맛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번호는 생산 라인 번호일 뿐이지 맛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이다. 여자가 설명을 해 주었지만 남자는 그렇다 해도 분명 맛이 다르다고 우겼다. 대단한 미각을 가진 남자인 것 같다.

여자는 찍어 먹어야 한 공기의 밥을 다 먹을 수 있는 바닥에 깔린 김치찌개와 실수로 탄 맛없는 10번의 봉지커피 한 잔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갔다. 세상에 둘도 없는 묘하고 짠내 나는 식사였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