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장>> 스파이

팬텀

by 훌륭하다



[시스템: 작전명 팬텀(PHANTOM) 발동]


[권한 이양: EQI 통합 방위 네트워크
통제권이 총단장에게 귀속됩니다]

동시에 오메가 룸 중앙 테이블 위로

거대한 입체 지도가 솟아올랐다.


휴머니스 소탕을 위한 체스판이었다.

[EQ: 오퍼레이션 로드맵 전개합니다]

[STEP 1: 쉐도우 락 (Shadow Lock) 활성화. 하요 및 땅요의 모든 외부 통신 및 AF 에너지 신호 완전 차단]

[STEP 2: 딥 스캔 (Deep Scan)
내부에 잠입한 배신자들의 바이오메트릭 추적 및 즉각 처분]

[STEP 3: 멀티 레이어 스트라이크
각 본부를 기점으로 12개 섹터 동시 타격]

이대로 진행하겠습니다.



상준은 리스트 위에서 깜빡이는 붉은 점들을 응시하다가 테이블 중앙을 강하게 내리쳤다.

“진행시켜!”


그가 테이블 중앙에 손바닥을 내리쳤다.

오메가 룸의 푸른 조명이 E-CODE RED의 핏빛으로 급변했다.


상준의 목소리는 EQI 메인 서버의 심장부를 꿰뚫었다.

[EQ: WAR SYSTEM 최종 승인]


"이 정도의 세부적인 수색이라면…

젓가락 하나까지 다 뒤지겠다는 건가?"

릴리 위원장이 봉쇄 구역을 보며 낮게 읊조렸다.

상준은 사색이 된 유스폴의 얼굴을 감상하듯 덧붙였다.

“재밌는 시간이 될 겁니다.”


지잉- 콰아아 앙!

하요의 외벽 격납고가 폭발하듯 개방되었다.


수천 대의 공격 드론 ‘코드-02’와 신형 전투기 ‘아크엔젤’이 성난 말벌 떼처럼 밤하늘을 찢으며 쏟아 내렸다.

1km의 거대 전함 어센던트와 최강 드론 블랙나이츠 7기가 위용을 드러냈다.


양측에 EQ-2형 에센던트 10기가 편대를 형성하니 다른 행성을 정복하는 것도 꿈은 아니었다.

“초… 총 단장! 이건 절차 무시야! 각 부서의 자치권은…”

“자치권?”

상준이 비딱하게 고개를 돌렸다.

“내부 감사에 자치권이 어디 있습니까?
찔리는 게 없다면 가만히 계시죠. 산소 아까우니까.”

옆에 있던 아멜리 뒤부아가 붉은 입술을 말아 올리며 웃었다.

“어머, 유스폴. 왜 그렇게 떨어요?
난 우리 총 단장님의 박력이 마음에 드는데.
아주 섹시하잖아?”

상준은 도발을 무시하고 홀로그램 지도를 조작했다.


지도 위 20개의 붉은 점들이 박동했다.
EQI 내부 깊숙이 박힌 암덩어리들이었다.

“리나. 1차 타깃은?”

리나:
카엘럼 제3지부 정보통제실.
타깃명 ‘스캐너’ 외 5명.
현재 데이터 삭제를 시도 중입니다.

“역시 빠르군.”
상준은 손가락을 튕겼다.

EQ WAR SYSTEM이 상준의 손가락에 반응했다.


[카엘럼 제3지부 정보통제실]

“빨리! 흔적 다 지워!”
스캐너가 악을 썼다.

쿵!

하지만 그 순간, 두께 50cm의 티타늄 방호문이
종잇장처럼 구겨져 날아갔다.

먼지 속에서 검은 형체들이 걸어 들어왔다.
발소리도, 숨소리도 없었다.

EQ가 정성을 들여서 키운 최강의 팀.
암살과 은신에 특화된 암영자객루의 후예들.
총단장의 새로운 호위대, 팬텀 팀이었다.

“누… 누구냐!”

경비병들이 전자 소총을 난사했다.

타타타타탕!

광탄은 그들의 왜곡장에 지워졌다.
AID 4급 대형 에너지 실드와 동급의 방어 능력.


스걱

암영검 1 초식: 암명(暗冥)


검신이 흐릿하게 사라지며 소리 없이 베고 지나갔다.

선두 경비병들의 총기가 절단 났다.
사람은 건드리지 않고 정확히 무기만 절단해서 제압했다.

“전원 제압.”

은신, 은폐, 청체술, 기류교란의 정점 암행보가 시전 되었다.

팬텀 대장의 명령이 끝나기도 전에 형체들이 사라졌다.

쉭, 스걱, 슈슉!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져 나왔고, 통제실은 순식간에 장악되었다.



[하요, 오메가 룸]

리얼 홀로그램을 보던 유스폴이 비명을 질렀다.
그의 눈앞에는 업데이트된 데이터가 섬뜩하게 빛났다.

[수신처: Sector 7]
[내용: EQI 방어 코드 유출 및 제라프 요원 생체 정보]

“이, 이건 조작이야! 나는 몰랐어! 내 부하들이…”

“유스폴 본부장, 조금만 참아요. 금방 끝내줄 테니까.”
상준이 건조하게 대답했다.

리나:
경고. 타깃 14명이 동시다발적으로 이탈 중입니다.
EQI 내부 비상 탈출 포트를 강제 개방했습니다.

상준은 피식 웃었다.

“드디어 쥐새끼들이 구멍 밖으로 나오는군.”

아멜리가 물었다.

“놓아줄 건가요?”

“그럴 리가요.”

상준이 일어섰다.
망토가 거칠게 휘날렸다.

“몰아넣죠. 한 곳에 모아서 태워버리는 게 효율적이니까.”



“EQ, 제라프 전술팀 출동시켜.
2 팀장 빅토르에게 현장 지휘 맡긴다."

상준은 릴리 위원장과 카르시아 특무대장을 번갈아 보았다.
그의 다음 명령은 내부를 향했다.

“릴리 위원장님. 카엘럼과 벨라스의 모든 본부 내 잔류 인원은 즉시 구금합니다."

릴리 위원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카르시아 특무대장님.
특무대 전원은 하요의 경비를 맡습니다.
구금 작전은 당신 휘하의 특수요원들에게 맡기고,
이탈하는 자는 즉시 사살해도 좋습니다.”

카르시아는 팔짱을 풀었다.
그의 눈빛에 만족감이 서렸다.

“흠. 명령대로 하지.”

리나 :
EQ3형 우주급 어센던트 준비완료.
총 단장님의 탑승을 기다립니다

“직접 가게?”
릴리 위원장이 놀라서 물었다.

상준은 릴리에게 윙크했다.

“밥값은 해야죠. 앉아만 있기엔,
몸이 근질거려서 말입니다.”

상준은 릴리 위원장과 카르시아에게 가볍게 목례하고 등을 돌렸다.

그가 오메가 룸의 문턱을 향해 막 첫 발을 내딛는, 정확히 그 찰나였다.


유스폴은 폭발했다.

“웃기지 마!”

콰아앙!

유스폴이 온몸의 AID 에너지를 폭발시켰다.

AID 3급 에너지 폭주.

오메가 룸의 비상 방호벽 출입구가 섬광과 함께 증발했다.
그는 그 틈새로 미친 듯이 질주했다.

아멜리는 유스폴의 폭주를 비웃듯 조용히 따라붙었다.

EQI 내부 경보: [카엘럼 국장 유스폴.
벨라스 본부장 아멜리 뒤부아. 즉시 체포 명령.]


파지직!

유스폴은 등 뒤로 쫓아오는 무장 경비 드론 세 기를 향해 파동을 난사했다.

드론은 충격파에 튕겨나가 벽에 박혔다.

유스폴과 아멜리가 룸 밖에서 개인 캡슐을 이용해 재빠르게 도망가자, 오메가룸 내부는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상준은 잠시 침묵하더니 리나에게 말을 걸었다.

“갔어?”

리나:
네. 꽁지가 빠지게 도망가고 있습니다.

“전 유닛에게 전달해. 체포가 아닌 몰이라고.”

리나:
마스터의 의도를 재확인합니다.
과도한 상해를 금지하고, 이탈 경로를 유도하라는 뜻입니까?

“그렇지. 저들은 여왕벌에게 가는 가이드 역할을 할 거야. 쥐새끼들은 가장 익숙하고 안전하다고 믿는 구멍으로 가겠지?”

리나:
마스터 이해했어요. 명령을 EQ에 전달합니다.

“자칼에게 통신 연결.”

팬텀 자칼 :
자칼입니다. 마스터.

“적당히 옆구리만 치면서 약 올려.
치명상은 주지 말고.”

팬텀 자칼 :
알겠습니다.

치칙!

상준의 명령은 퇴로의 통제를 의미했다.
그들은 죽지 않고, 상준이 원하는 위치로,
상준이 원하는 방식으로 탈출해야만 했다.


[EQI 내부, 지하 비상 통로]

유스폴과 아멜리는 비틀거리며 휴머니스 지부의
캡슐 격납 구역에 진입했다.

그들의 캡슐은 여러 군데 손상되어 있었다.

“중요 자료를 가지고 탈출하기가 이렇게 쉬울 줄이야.”

“성공이다! 네놈들 모두…"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섬뜩한 기척이 복도를 덮쳤다.

콰아앙!

전후좌우, 은밀한 그림자가 출구를 완전히 포위했다.


팬텀 팀. 최정예 요원들이었다.


“카엘럼 국장 유스폴.
벨라스 본부장 아멜리 뒤부아.
총단장의 명령에 따라 체포한다.”

“체포? 헛소리 마!”

유스폴은 마지막 광기로
온몸의 AID 에너지를 끌어올려 광역 파동을 발사했다.

쿠아아앙!

주변 벽면이 다시 한번 갈라졌다.

파동은 팬텀 팀에 닿았다.
그러나 암영보의 교란 기능이 충격파를 미세하게 분산시켰다.

유스폴이 주춤하는 틈을 놓치지 않고,
자칼이 전방으로 돌진했다.

쉬이익!

자칼의 검기가 유스폴의 옆구리를 스치듯 베었다.

정확히 2cm 깊이.

유스폴의 전투복이 찢어지고,
고열에 피부가 타들어가는 고통이 그를 강타했다.

암영검의 무흔(無痕). 표면적인 상처는 얕았으나
내부의 근육은 처참하게 찢겨있었다.

“커헉! 이, 이 괴물 같은…!”

유스폴은 충격파에 밀려 벽에 처박혔다.

그 순간, 아멜리가 유스폴의 어깨를 붙잡고
그를 비상 탈출 캡슐로 억지로 밀어 넣었다.

유스폴의 위기에 남아있던 모두가 방어모드를 갖추었다.

“너희들은 나와 유스폴이 탈출할 때까지 막아라.”

자칼은 아멜리에게 검을 겨누는 척했으나,
상준의 명령대로 남아있는 잔챙이들에게
공격을 가했다.

콰직! 콰아앙!

지진이 일어난 듯이 엄청난 지진이 일어났고
자욱한 먼지가 전장을 가렸다.
그사이 캡슐은 튕겨나가듯 발사되었다.

EQ : 아멜리, 유스폴 도주 성공.
곧이어 휴머니스 에피머 기지에 합류.
휴머니스 제1 지부로 전속력 돌파.

자칼: 임무 완료.

“고맙다. 자칼.”

상준은 오메가 룸을 나서 격납고에 도착했다.
그의 망토는 격렬한 기류 속에서 펄럭였다.

“리나. 궤적 최종 확인. 사냥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총 단장 전용 캡슐 엔진이 극한의 푸른 화염을 토해냈다.
팬텀 윙은 곧 EQ-3형 우주전함 어센던트로 흡수되는 듯 사라졌다.

[우주전함 어센던트가 총 단장님의 탑승을 환영합니다]

어센던트 : 아마도 단장님은 휴머니스 본진으로 가시겠죠?

“응. 맞아. 혹시 최신 정보가 업데이트되어 있나?”

어센던트 :
적의 본거지는 서부 시베리아 전역,
중심부에 AF 타워가 있으며, 그 주위로
AF 연구소, 주술사 도시, AF 아카데미가 집중돼 있습니다.

AF 코어 외곽은 에피머 군단 벨트가 둘러싸고 있습니다. 특히 에피머 알파들이 모여있는 북측 블록은 가장 강력한 전투 개체들이 집중된 제대로
정면충돌은 극도로 위험합니다.

동쪽에는 휴머니스 지하 성과 공존구역이 있어
민간인, 비전투 인원이 혼재돼 있습니다.


이 지역은 불필요한 충돌을 피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남쪽, 서쪽으로는 Iron March기계화 부대가
방어선을 형성 중입니다.
이쪽은 오히려 명확한 군사 전선이라 돌파 가능 구역입니다.

적은 지하 도시망(Under Metros)에
세계 인구의 10%가 살고 있으며,
자급 네트워크가 단단해 장기전에도 끄떡없습니다.

현재 우리 EQI의 전력은
서쪽 Iron March 방어선을 돌파해
남서 라인으로 진입하는 것이 최단, 최손 피해 경로입니다.

"우리의 목표는 세 가지야.
1. 지하 도시의 민간인 보호
2. 에피머 군단과 Iron March의 분리 및 고립
3. AF 시스템의 무력화"

어센던트 :
AF 군사력과 민간인은 구조적으로 분리되어 있으니 타워와 군대만 해체시키면 치안, 원조, 행정으로 흡수가 가능한 부분입니다.

5억의 인구는 적극적인 전사라기보다는 일반 시민에 가깝기에 적으로 인정되는 숫자는 1%가 안 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자. 그럼 출발해 보자고!”

지이이잉 ~

거대한 기체가 시야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것을 기점으로 대열을 갖추고 있던
다른 기체들도 천천히 이동하며 모습을 감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