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을 깨고
지구는 늘 자신을
출발점이라 여겨왔습니다.
존재를 이해하는 방식의 시작이
언제나 인간의 감각과
인간의 사고였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보이는 것을 실재라 부르고
측정 가능한 것을 진실이라 하며
설명 가능한 범위 안에서만
우주를 허락해 왔습니다.
그래서 지구의 세계는
닫힌 체계처럼 완결되어 보였습니다.
그러나 외계는 그 체계에서
분류되지 않습니다.
밖이라는 개념 자체가
지구의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안으로 들어오지도
밖에서 침범하지도 않은 채
단지 지구의 인식 위에
겹쳐집니다.
마치 보지 못하던 차원이
항상 거기에 있었던 것처럼.
그 순간 지구가 마주하는 것은
외계가 아니라 자신의 한계입니다.
외계의 세계는
존재를 증명하지 않고
의도를 설명하지 않으며
이해받기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들은‘의미’라는 틀 바깥에서
존재합니다.
그래서 지구의 질문은
번번이 빗나갑니다.
어디에서 왔는가
무엇을 원하는가
위협인가
동반자인가
그러나 그 질문들 자체가
지구의 세계관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습니다.
외계의 세계는
목적을 갖지 않을 수도 있고
개체라는 개념이
성립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인간과는 다른 여러 유형의
외계인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불사에 가까운 고차원 관찰자
평화주의적 외계인
극단적인 포식적 진화형 생명체
불완전 지성체를 정화하는 외계인
고립주의적 자족형 생명체
순환 에너지 생명체
가상 세계 거주형 생명체
포자, 번식 극대화형 외계인
기생적 찬탈 생명체
공생 특화형 생명체
부유형 생명체
식물 지성형 생명체
지구보다 낮은 문명의 준 지성체들.
물론 지구인들도 놀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니콜라이 카르다쇼프는
에너지 기반 문명척도를,
칼 세이건은
정보 기반 척도 및 소수점 공식을,
미치오 카쿠는
현대적 문명 단계 해석 및 대중화를,
존 배로우는
마이크로(미시 세계) 척도를,
프리먼 다이슨은
다이슨 스피어를,
로버트 주브린은
행성 개척 및 숙련도 기반 분류를.
2020년 이후에도 이런 활동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죠.
프로젝트 헤파이스토스.
유럽 우주국(ESA)의 가이아 DR3위성과
적외선 망원경 (WISE)의 데이터를 결합해서
카르다쇼프 2단계(항성급)
약 500만 개의 별을 분석하여
자연적인 현상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비정상적인 적외선 과잉을 보이는
7개의 외계 후보 성계를 특정했습니다.
프로젝트 Glimpsing Visible Galaxies (G-HAT)
NASA의 WISE(Wide-field Infrared Survey Explorer)
를 이용하여 카르다쇼프 3단계(은하급) 문명의 폐열을 탐색
열역학 제2법칙에 따라 에너지를 사용해서 배출하는 열을
스캔하여 1억 개의 천체 중 10만 개의 은하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완벽한 3단계 문명은 없다.
이 결과로 고도 문명은 은하 전체를 점령한 것이 아니라
특정 구역만 조밀하게 사용하거나,
우리가 모르는 초고효율적 열처리 기술을 가졌을지도
모른다는 가설에 힘이 실리게 되었습니다.
프로젝트 베리타스 (VERITAS)
거대 외계 탐사 프로젝트인 브레이크 스루 리슨의
광학 부문 담당의 하위 프로젝트.
초고에너지 감마선을 관측하는 것을 목적으로
우주의 인공적인 번쩍임 즉, 빔을 발견하는데 주력합니다.
베리타스로 빛을 초고속으로 탐지하며,
직경 100m의 세계 최대 가동형 전파 망원경
그린 뱅크 망원경 (Green Bank Telescope),
파크스, 미어 캣, 패스트 등
미국과 호주, 남아공과 중국등 범 지구적으로
사각 없는 전파와 섬광을 탐지하는 거대 프로젝트입니다.
이외에도 베리타스의 상위 프로젝트인
브레이크 스루 리슨이나
유로파 클리퍼,
드래곤 플라이,
갈릴레오 프로젝트,
PANOSETI,
NIROSETI,
TESS,
JWST(제임스 웹)등
거주가 가능한 세계를 탐사하거나
지적 생명체를 찾고
외계 신호나 소리를 분석하고
외계 유입물을 연구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다시 주제로 돌아가서
이런 다양한 유형의 외계 종의 가능성과
존재의 의의에서 지구의 사유는 중심을 잃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에서 우주를 설명하던
지식과 언어가 우주 자체에 포함되는 순간입니다.
지구는 더 이상
관측자일 수 없습니다.
관측하는 동시에 관측되는
하나의 현상으로 편입됩니다.
이 만남은 문명의 충돌이 아니라
인식의 붕괴이며, 지식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깨달음입니다.
지구의 세계와
외계의 세계가
만날 때, 우주는 확장되지 않습니다.
다만, 지구의 사유가
자신을 우주의 크기로
오해해 왔다는 사실만이
드러납니다.
그 깨달음 이후 지구는 더 이상
“우리는 누구인가”라고 묻지 않습니다.
대신 존재라는 질문 앞에 침묵하게 됩니다.
그 침묵 속에서 지구는 비로소
성숙한 세계가 됩니다.
중심이 아닌 세계
유일하지 않은 세계.
무한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한 단계 위의 세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