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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쌤앤파커스 Apr 25. 2022

2차 세계대전 후, 10일 만에 나라 뺏긴 최초의 사건

단 1건의 가짜 트윗에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의 불씨

✍️당신이 5분 안에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

✅ 러시아는 어떻게 단 10일 만에 크림반도를 합병했을까?
✅ '하이프 머신'을 활용한 러시아의 두 가지 전략
✅ 가짜 뉴스는 왜 진짜 뉴스보다 6배 빨리 퍼질까?




러시아-크림반도

합병 사건의 전말


이미지 출처 | Kremlin.ru

2014년 2월 어느 추운 날, 중무장한 군인들이 우크라이나 심페로폴에 있는 크림 자치 공화국 의회 건물을 포위했다. 나중에 확인된 바로는 그들은 러시아 특수 부대원들로, 그 포위 작전은 며칠 전에 있었던 크림 의회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 탄핵에 대한 러시아 측 대응의 일환이었다. 그들은 정문을 돌파한 뒤 바로 의회 건물의 통신을 끊고 휴대용 전자 장비들을 압수했다. 또 건물을 드나드는 사람들을 조직적으로 통제하고 삼엄한 경계를 펴 외국인 기자들의 출입을 막았다.

몇 시간 후 크림 자치 공화국 의회는 무장 군인들의 살기등등한 협박 속에 투표를 통해 정부를 해체했다. 그리고 총리 아나톨리 모히리오프를 끌어내리고 그 자리에 세르게이 악쇼노프를 앉혔다(바로 이전 선거에서 세르게이 악쇼노프가 이끄는 친러시아 성향의 러시아 통합당은 4%의 득표율밖에 획득하지 못했다). 그로부터 24시간도 채 안 되어서 국적 불명의 군대가 심페로폴 국제공항과 세바스토폴 국제공항을 점령하고 그 지역 일대 도로들에 검문소를 설치했다.

이미지 출처 | Reuters

사업가 시절에 러시아 마피아와 친러시아 성향의 정치 및 군부 집단들과 결탁해 '마귀'라는 별명을 얻은 바 있는 악쇼노프를 이틀 뒤 사실상 크림 자치 공화국 총리 자격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평화와 안보 유지를 위한 러시아의 지원을 공식 요청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당시 크림 자치 공화국은 우크라이나령)가 악쇼노프 총리 임명을 위헌이라고 공표하기도 전에 크림반도 전역에서 대대적인 친러시아 시위가 일어나 러시아와의 재결합을 지지한다는 것을 가시적으로 보여주었다. 크림 자치 공화국 국민들의 상당수가 다시 러시아에 합병되기를 강력히 요구하는 상황에서 대세는 이미 기운 것으로 보였다.


이미지 출처 | 조선일보


악쇼노프가 지원을 요청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푸틴은 러시아 연방평의회로부터 군대 파병에 대한 공식 승인을 받아냈다. 러시아 영사관에서는 크림반도 내에서 쓸 여권을 발급하기 시작했고 우크라이나 기자들의 크림반도 입국은 금지되었다. 그다음 날 흑해 함대와 러시아 육군은 우크라이나의 방어 시설들을 포위 공격했다. 5일 후, 격변이 일어난 지 10일 만에 최고 회의의 투표로 크림자치 공화국은 우크라이나에 편입된 지 60년 만에 다시 러시아에 합병되었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된 합병


이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유럽 국경이 무력에 의해 변경된
최초의 사건이다.


이미지 출처 | 러시아-크림공화국 합병 조약 체결식 / 위키백과


크림반도에서 일어난 이 사건에 대해 전 미국 국무장관 매들린 올브라이트는 이렇게 증언한다. 단 10일 만에 이 지역의 주권이 그야말로 전등 스위치를 딸깍하듯 순식간에 뒤바뀌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합병을 부인한다. 푸틴은 크림반도가 러시아 연방에 가입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푸틴의 적들은 외세에 의한 적대적 침략이라고 주장한다. 본질적으로 크림반도 국민의 의지가 어떠했는가와 관련해 논란이 많았다. 말하자면 서로 다른 두 현실이 충돌한 것이다. 러시아는 크림반도 국민이 러시아 연방 재가입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반면 친러시아 정서는 모스크바 당국이 은밀히 조장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친우크라이나의 목소리도 있다.



이처럼 크림반도의 현실을 두고 특정 프레임을 짜는 일은 충돌 과정에서 외세의 개입을 막는 데 꼭 필요한 것이었다. 만약 러시아가 무력으로 합병했다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측에서 어떤 식으로든 개입했어야 했다. 하지만 크림반도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은 자발적 연맹 가입이었다면 외세 개입을 정당화하기 어렵다.

그래서 러시아는 은밀한 군사 및 정치 작전을 전격적으로 수립해 완벽하게 실행에 옮겼고 그와 동시에 크림반도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프레임을 짜기 위해 훨씬 더 치밀한, 어쩌면 인류 역사상 가장 치밀한 정보 작전을 벌였다. 그리고 그런 프레임을 짜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소셜 미디어, 즉 하이프 머신*이 필수적이었다.


*하이프 머신(Hype machine)
: 소셜 미디어가 만들어내는 실시간 생태계




의사 로조프스키라는

가짜 인물의 가짜 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벌인 정보전은 훨씬 복잡했으며 그 파장 또한 컸다. 그들은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사용자들에게 제공하는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이용해 온라인상에서의 정보 흐름을 마음대로 조종했는데, 첫 번째 전략은 친우크라이나 성향의 목소리를 억누르는 것이었다. 당시 러시아는 크림반도 국민이 러시아 합병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면, 자국의 크림반도 합병을 합리화하고 여기에 해방 운동이라는 프레임을 씌울 수 있었다.


이 전략은 우크라이나 블로거들에게서 지원 요청이 쇄도하는 형태로 그 효과가 입증되었다. 친우크라이나 성향의 메시지가 담긴 게시물이 올라올 때마다 해당 게시물에 음란성 발언이나 혐오 표현이 담겨 있다고 주장하는 신고가 수백 건씩 접수되었다. 이는 소셜 미디어를 다루는 러시아 비밀 기관인 러시아 인터넷 리서치 에이전시IRA가 즐겨 사용하는 전략으로,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조작에 대한 러시아의 혐의와 관련해 특별 검사 로버트 뮬러가 제출한 고발장의 주제이기도 했다.

-책 <하이프 머신> 중에서


이미지 출처 | Forbes

러시아가 구사한 두 번째 전략은 가짜 트윗과 게시물, 블로그를 통해 허위 정보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널리 유포하는 것이었다. 2014년 3월 2일 우크라이나 오데사에서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과 우크라이나 독립 지지자들 간에 충돌이 발생했을 때, 현지 의사인 이고르 로조프스키Igor Rozovskiy 가 쓴 글이 페이스북에서 널리 퍼졌다.



그는 장문의 글을 통해 자신이 폭력 충돌 과정에서 다친 한 남자를 구하려 했는데 우크라이나 국수주의자들이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그들은 오데사에 있는 유대인들에게도 같은 운명을 맞게 해줄 거라고 다짐하면서 자신을 옆으로 거칠게 밀쳤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파시스트 점령기에도 이런 일은 없었다"라고 했다. 이 게시물은 페이스북에서 순식간에 널리 퍼졌고 곧 영어와 독일어, 불가리아어로도 번역되었다.

그렇다면 대체 의사 로조프스키는 누구고 러시아와 어떤 관계에 있었을까? 이후 밝혀진 바에 따르면 로조프스키는 러시아는 물론 그 누구와도 관련이 없었다. 페이스북 계정 자체도 문제의 글이 올라오기 바로 전날 급조된 것이었고 로조프스키라는 인물도 가짜였다. 그 자체가 의인화된 가짜 뉴스였다. 그저 러시아 외무장관의 말을 앵무새처럼 되뇌었을 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친구도 팔로워도 전혀 없는 상태에서 여러 나라의 언어로 번역되면서 널리 퍼진 것이다.




크림반도 사태 당시 잘못된 정보가 확산된 것과 마찬가지로, 소셜 미디어가 우리 삶에 미치는 사회·경제적 영향은 그 어떤 단일 지정학적 사건보다 크다. 이런 현상은 비즈니스와 정치는 물론 가짜 뉴스의 폭증, 주식 시장 폭락, 정치적 견해 등에서부터 우리가 어떤 제품을 사는지, 누구에게 투표하고 심지어 누구를 사랑하는지와 같은 개인의 인생사 전반에까지 적용된다.





전 세계는 무엇에,

누구 손에 놀아나는가?


소셜 미디어는 선(善)을 위한 도구일까?
아니면 그저 세상 쓸모없는
인생 탕진 골칫덩어리일까?


이미지 출처 | MIT News

이와 같은 하이프 머신을 활용한 역사적 사건과 전략을 분석한 시난 아랄 MIT 교수는 20년 이상 소셜 미디어 생태계에 대해 연구해온 석학이다. 그는 '가짜 뉴스는 진짜보다 6배 빨리 퍼진다' 는 연구로 유명한데 전쟁, 테러, 선거 등 여러 사건에 대해 소셜 미디어로 배후를 조종하는 가짜 뉴스 세력의 실체를 파헤치는데 힘썼다.


우리는 발견된 사실들에 매우 놀라고 당황했다. 모든 범주의 정보에서 가짜 뉴스는 진짜 뉴스보다 눈에 띌 정도로 더 멀리, 더 빨리, 더 깊이, 더 넓게 퍼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게다가 뉴스 중요도가 클수록 그런 경우가 더 많았다. 진짜 뉴스들은 1,000명 이상에게 퍼지지 않았는데, 상위 1%에 드는 가짜 뉴스들은 무려 10만 명에게 퍼졌다. 또한 가짜 뉴스는 진짜 뉴스와 비교해 1,500명에게 퍼지는 속도가 6배 가까이 빨랐고, 원본 트윗에서 10회 재공유되면서 리트윗 폭포를 이루는 속도 역시 20배 빨랐다.

-책 <하이프 머신> 중에서


[TED] 가짜 뉴스가 진짜 뉴스보다 6배 빨리 퍼지는 이유 https://tv.naver.com/v/26116035


또한 그는 소셜 미디어가 어떤 방식으로 우리의 의사 결정을 조종하는지에 대해서도 공개했는데, 가령 '좋아요'를 딱 1번 눌렀을 뿐인데 하이프 머신이 당신의 관심을 포착해 각종 콘텐츠에 대한 찬성이나 반대를 끌어내고, 인센티브로 도파민까지 분출되게 만든다는 것을 통해 우리가 신경학적으로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게끔 프로그램화 되어 있다는 뇌과학적 사실까지 낱낱히 파헤친다.




소셜 미디어는 우리 일상의 모든 곳에 다시 되돌릴 수 없을 만큼 깊숙이 뿌리내렸다. 그래서 그는 초사회화된 현실 속에서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고, 반응하는 모든 것을 소셜 미디어가 어떻게 바꾸어놓았는지,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어떤 영향을 어디까지 미치고 있는지, 그리고 거대한 마케팅 기계 '하이프 머신' 속에서 인류가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지 우리 모두가 이해하고, 내가 선택하는 정보에 대한 책임감을 가질 것을 강조한다.


해외에서 출간 직후 유수 언론의 호평을 받으며 세스 고딘, 스콧 갤러웨이 등 대형 경제경영 베스트셀러 저자의 찬사를 받은 그는 자신의 책 <하이프 머신>을 통해 테러와 전쟁, 선거부터 마케팅, 자녀교육, 뇌과학까지 소셜 미디어의 전방위적인 신경망을 세세하게 짚어 보여주고 있다. 우리의 일과 삶을 뒤흔드는 하이프 머신에 대한 중요한 의문과 해답의 실마리가 궁금하다면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자.


우리가 내리는 결정들이
미래를 결정짓게 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책임감 있게 행동하기 위해
우리는 소셜 미디어의 작동 방식을
알아야 한다.


이 포스트에서 참고한 책

<하이프 머신>, 시난 아랄


★★★<매일경제>X예스24 선정 '4월의 책'
★★★<와이어드> 선정 ‘올해의 책’
★★★기획재정부 DEF 2021 키노트 스피커
★★★포치라이트 비즈니스 북어워드 최종 후보


"모든 현대인이 알아야 할 '하이프 머신'의 비밀을 밝혀낸
가장 시기 적절하고 기념비적인 책"_<와이어드>

▶ 교보문고 https://bit.ly/3xh5Kg3

▶ 예스24 https://bit.ly/3JjtqTp

▶ 알라딘 https://bit.ly/3LMdkU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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