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SEEZAK 26W13: 일링 클럽

by seezak

롤링스톤즈(The Rolling Stones)가 레전드 록밴드가 되기 전,


믹 재거는 대학생이었고,

키스 리처즈는 미술학교 중퇴생이었고,
브라이언 존스는 작은 마을 출신의 무명 기타리스트였으며,
찰리 왓츠는 무명의 밴드에서 드럼을 치고 있었습니다.


이 네 사람은 서로의 존재조차 몰랐는데요.


이들이 만난 곳은 런던 서부 일링의 한 빵집 지하에 있던 클럽이었습니다.


매주 토요일 밤 운영되던 클럽에는 단 하나의 규칙이 있었습니다.
"연주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무대는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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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링 클럽 (Ealing Club)


1960년대 초 런던에서 일렉트릭 블루스를 연주하는 뮤지션은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블루스 연주자 알렉시스 코너는 하모니카 연주자 시릴 데이비스와 함께 소호의 한 펍에서 블루스 공연을 이어가고 있었는데, 소리가 너무 크다는 이유로 쫓겨나고 맙니다.


코너와 데이비스는 일링 브로드웨이 42A번지, 빵집 지하에 자리한 작은 공간을 찾아냅니다. 무대도 없는 L자형 지하실, 200명이 들어서면 빽빽해지는 공간이었습니다.


1962년 3월 17일, 이들은 이곳에 '일링 클럽'을 열었고, 이곳에서 토요일 밤 블루스 세션을 시작합니다.


열린 무대


매주 토요일 공연하는 코너의 밴드에는 고정된 멤버 구성이 없었습니다. 그날 밤 누가 오느냐에 따라 라인업이 바뀌는 유동적인 밴드였습니다.


심지어 객석의 뮤지션들과도 무대를 공유했습니다. 무명이어도 연주할 수 있다면 마이크 앞에 설 수 있게 했습니다. 오디션도, 소개도 필요 없었습니다. 무대는 올라서는 사람의 것이었습니다.


이후 3년간 엄청난 뮤지션들이 이 작은 지하 클럽을 찾습니다. 에릭 클랩튼, 로드 스튜어트, 피트 타운젠드, 에릭 버든, 믹 재거, 키스 리처즈, 브라이언 존스, 미치 미첼, 존 맥러플린. 훗날 데이비드 보위와 프레디 머큐리까지.. 일링 클럽의 무대에 서게 됩니다.


대부분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청년들이었고, 아무도 이들의 이름을 알지 못하던 시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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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


1960년 초 런던에서는 재즈 클럽이 주류였기에, 일렉트릭 블루스를 라이브로 연주할 수 있는 정규 무대는 찾기 어려웠습니다.


일링 클럽은 그 고립을 깨뜨렸습니다. 열린 무대는 무명 뮤지션들에게 다른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는 것을 주었습니다. 라이브 관객 앞에 설 기회, 경험 많은 연주자들과 함께 연주할 수 있는 자리, 그리고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을 이해하는 사람들로 가득한 공간. 많은 이들에게 일링 클럽은 같은 음악에 미쳐 있는 사람이 자기 혼자만이 아니라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은 장소였습니다.


하지만 열린 무대의 진짜 힘은 연주할 곳을 제공한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이어준 것에 있었습니다. 공연 후의 대화, 다음 주의 합동 연습, 그리고 결국 하나의 밴드. 일링 클럽은 단순한 공연장이 아니었습니다. 혼자 작업하던 뮤지션들이 마침내 자신의 협업자를 찾아낸 곳이었습니다.


빵집 지하실에서 시작된 것들


롤링 스톤즈 또한 이 과정에서 탄생했습니다. 재거와 리처즈는 음악을 듣기 위해 왔고, 브라이언 존스는 함께 연주할 사람을 찾으러 왔습니다. 코너가 이들을 소개했고, 찰리 왓츠는 이미 그 방 안에서 블루스 인코퍼레이티드의 드러머로 연주하고 있었습니다. 몇 달 뒤, 네 사람은 밴드를 결성합니다.


이들만이 아니었습니다. 잭 브루스, 진저 베이커, 에릭 클랩튼은 모두 일링 클럽의 단골이었고, 훗날 크림(Cream)을 결성합니다. 초기 롤링 스톤즈를 떠난 딕 테일러는 프리티 싱스(Pretty Things)를 만들었고, 야드버즈(The Yardbirds), 맨프레드 맨(Manfred Mann), 애니멀즈(The Animals)의 멤버들도 같은 지하실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코너는 밴드를 만들거나 음악 씬을 일으키려 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저 지하실 하나를 열고, 무대를 열어두고, 같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를 찾을 수 있게 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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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클럽 리뷰

크리에이티브 북클럽
격주 수요일 오후 8시
강남

수요일 크리에이티브 북클럽은 『호모 파베르의 미래』 세션을 이어갔습니다. AI의 발달로 혼자 일하기가 쉬워지면서 오히려 협업의 기회가 줄어드는 현실, 팀에 소속되고 싶으면서도 혼자 일할 때의 자유를 놓기 어려운 딜레마, 그리고 창업자조차 투자를 받는 순간 비슷한 제약에 놓이게 된다는 이야기를 공유했습니다.


디자인 피드백 클럽
매주 목요일 오후 8시
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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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디자인 피드백 클럽은 시험 대비용 영어 단어 학습 앱의 UX 디자인을 다뤘습니다. 멤버들은 스픽(Speak), 듀오링고(Duolingo) 등 다양한 학습 서비스에서의 경험을 비교하며, 시험 성적을 위해 학습하는 유저가 실제로 원하는 경험이 무엇인지 논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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