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채형은
홍콩은 재미있는 자본 중심 도시이다. 흔히 비즈니스 장소로서의 홍콩을 파는 곳들은 중국시장의 관문이라는 말을 관용구처럼 많이 쓴다. 또 혐한과 차이나 리스크가 이슈가 될 때면 일국양제 (One Country Two System)라는 마법의 단어를 내세우며 드넓은 시장은 취하되 사업하기 복잡하고 어려운 중국의 벽을 금융의 중심지로서 손쉽게 자본을 조달받아 영국법에 근간한 합리적인 사법체계로 사업하다 맞닥뜨릴 수 있는 골치 아픈 일들에 대해 합리적인 해결법으로 접근 가능한 곳이라는 그럴듯한 셀링 포인트로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려 노력한다.
진짤까?
2018년 홍콩으로 이주하여 현재까지 살며 홍콩에서 사업하기를 꽤 진지하게 고민한 마흔 중반 거주자 입장에서 이 이슈를 다시 한번 살펴보고자 한다.
홍콩에 5년여 정도 살며 느낀 점 중 비즈니스 환경으로서 느낀 홍콩의 가장 큰 매력은 한국과의 친밀도이다. 상점에, 거리에, 방한하는 아티스트에, 한국 과일, 다채로운 문화원 행사들, 그리고 비행거리에서도 홍콩은 한국과 참 가까운 곳이다. 외국인으로서 살기에 인종차별이나 편견에 부딪히지 않고 우호적인 눈빛으로 어디에서나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를 애정 섞인 음성으로 들을 수 있는 곳, 이것이 2019년 민주화 시위와 이후 3년 코로나 봉쇄 같이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국제도시로서의 위상이 꺾이지 않았던 홍콩의 매력이리라.
이러한 한국과의 친밀감은 산업통상자원부 발표, 국가통계시스템상의 중견기업 수출 국가 순위에서도 드러나는 것 같다. 제주도만 한 이 작은 도시국가가 한국 수출대상국 5위권이라니.. 얼마큼 많은 상품과 문화와 인구가 살고 있을지 짐작하는데 도움이 되는 수치인 것 같아 남겨본다.
산업통상자원부,「중견기업수출동향」, 2023 3/4, 2024.01.13, 대륙별·국가별 중견기업 수출
호주보다, 많은 유럽 국가보다 더 높은 수출규모가 어떻게 이 작은 땅에서 나오는 거지?
이 숫자를 보면 홍콩 내수로는 당연히 말이 안 되고 배후의 중국 시장의 관문이라던가, 혹은 물류 중심지로서의 다른 국가로의 중계무역지라는 Invest HK*의 selling HK 슬로건이 영 뻥으로는 들리지 않게 된다.
InvestHK은 홍콩의 정부기관으로 홍콩 내 법인 설립을 고민하고 있다면 제반 절차나 애로사항, 바이어 연결 등 많은 해외기업의 업무에 대한 도움을 적극적으로 주기위해 존재하는 단체이니 빠르게 컨택하여 도움을 받는 편이 좋다. 산업섹터별 담당자가 존재하고 한국지사도 있는데, 현지 바이어나 판매 채널 정보를 알고싶으면 홍콩지사의 섹터 담당자와 빨리 미팅을 잡으면 막연히 coldmail을 보내며 맨땅에 헤딩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어디에다 돌을 던져야할지, 그 scope을 줄여주거나 운이 좋으면 들이댈 담당자를 연결해주는 경우도 있으니 본인의 사업 아이템과 계획이 준비된다면 얼른 두드려 볼 것 을 권한다.
법인 설립전에 한국업체로서 홍콩을 고민하고 있다면 이미 다들 아실테지만 코트라나 무역협회 등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다.
출처: 관세청, IMF 자료: 관세청「https://www.customs.go.kr」 2023. 8, IMF「International Financial Statistics」 2023. 7
그리고 금융과 물류 허브로서 각종 규제가 덜하고 외국인 사업주에 대한 허용도 등 비즈니스 행정편의가 높은 곳임은 세계은행에서 발표한 사업환경용이성 순위에서 3위를 차지한 것에도 알 수 있을 만큼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https://archive.doingbusiness.org/en/rankings (2위 싱가포르에 대한 이야기도 싱가포르로 선 넘은 여자분께서 해주실 예정이니 관심 부탁한다~)
특히, 미국세무 업무를 한때 업으로 삼았던 내 입장에서, 홍콩의 단순한 세무시스템과 낮은 세율은 "홍콩에서 사업을 안 하고 떠나게 되는 건 너무 아쉬운 일이야"라는 마음이 들게 할 만큼 매력적인 요소가 많다.
하지만 매력적인 건 매력적인 거고, 이 시스템 안에서 살아내며 사업을 하려면 지켜야 할 기본적인 규칙들은 존재한다. 이 걸 알아야 홍콩에서 사업하기에 대한 큰 그림과 세부 계획을 세울 수 있을 테니 몇 가지 적어보고겠다.
우선, 법인의 설립은 잠시 언급한 것처럼 외국인에 대한 별도의 제약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홍콩거주하지 않는 외국인이 법인을 세우려면 Secretary company 지정이 필요하다. 대행을 통해, 혹은 직접 서류 신청을 통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설립보다 난도가 높은 것은 은행계좌 개설이다.
설립이 쉽고 금융이 편리한 만큼, 누구나 쉽게 계좌개설이 가능하다면 악용될 소지가 높으므로 은행계좌 개설과 유지에 대해서는 한국보다 훨씬 까다로운 규제가 적용되는 편이다. 대표적인 계좌 개설/유지 조건은 법인의 운영(active) 여부이다. 매년 법인 갱신을 위한 신청과 수수료 납부가 필요하고, 휴면 상태가 아닌 경우 매년의 영업활동에 대한 외부감사보고를 거친 세무조정 내역의 제출과 신고가 법인 유지에 필수 조건이다. 그리고 여러 통화로 계좌를 개설한 경우, 사용하지 않는 통화는 거래내역이 형식적인 내부거래일 망정 일부라도 존재하지 않으면 계좌를 닫아버리는 경우가 많다. 계좌 관련된 업무의 경우, 한번 닫히면 살리는 게 영 번거로우니 (특히 전자서명이 안 되는 불편함 존재), 미리미리 신경을 써서 갱신하면 서류 보내주고, 다른 통화계좌와 거래를 일으키는 등의 관리를 해두는 편이 낫다.
사람을 뽑고 사무실을 임대하고 하는 등의 문제까지는 나도 진도를 못 나가봤다. 다만 인재채용의 경우 우수한 글로벌 인력이 많다는 오래된 홍보 문구에 대해 첨언해 보자면, 요즘 들어 중국어 가능, 광둥어 가능하지 않은 한국인이나 웨스터너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체감이 가능할 정도로 느껴질 만큼, 중국 관련 비즈니스의 비중과 플레이어가 대폭 높아지고 있다.
Working visa를 사업 법인 명의로 발급하고 싶다면 최소한 채용 및 임대 계획에 대한 소명을 담은 레터 정도는 이민국에서 요구할 수 있다. 해당 소명에 이민국 관리자가 설득이 되면 워킹비자를 내는 것이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홍콩에서 일을 하고 돈을 버는 것이 가능한 종류의 비자를 가진 사람에 한해 채용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면 무리가 없겠다. 홍콩의 경우 sponsor 받는 유효한 워킹비자가 있는 사람의 배우자인 경우에도 홍콩 내 근로가 가능한 점은 소위 시체비자라 불리는 미국의 배우자 비자와는 다른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sponsor 변경이 용이하여 직업 자유도가 높은 비자라 생각된다.
이 정도 준비단계를 거치면 실질 비즈니스의 가동을 위한 재료는 갖추어진 상태라고 생각된다.
여기에서 파트너를 찾고, 제휴를 하고, 상품 거래를 일으키는 일은 다른 나라에서도 공통적으로 이뤄지는 부분이 있고 홍콩 고유의 관행이 있는 부분이 있을 테다. 앞으로 나는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건드려보며 나의 좌충우돌 고군분투를 이어나가 보려 한다.
#사업하기 / #홍콩 / #법인설립 / #워킹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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