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가족 수첩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두류산 Jul 25. 2022

고1 아들이 보낸 편지  

시간이 빨리 가는 것 같다는 말에 가슴이 뭉클했다

작은 아이가 고등학교에 진학하였다.

영국에서 돌아오자마자 근처 중학교 2학년으로 전학 왔는데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한국의 중학교가 보여주는 경쟁적인 학교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었을 것이다.


귀국한 지 2년도 안지나, 대학입시를 앞둔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운 좋게도 형이 다니는 집 근처 학교에 배정받아 다행이었다.

아들은 집에서 학교 가는 시간보다 교문에서 교실 가는 시간이 더 걸린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였다.


퇴근을 하니, 아내가 학교에서 작은 아이한테 온 편지라고 건넸다. 

봉투에 눈 익은 아들의 글씨를 보니 기분이 좋았다. 





아버지 어머니께,


날씨가 무더워지는 데 건강은 챙기시는 지요.

장마가 지속되면서 더 습하고 불쾌 해지실 텐데 쉬엄쉬엄하고 힘내세요. 


시간이 참 빨리 가는 것 같습니다. 영국에서 온 지 거의 2년이 되는데, 중학교에  전학 오고, 고등학교에 입학한 게 어제처럼 느껴집니다. 좋은 뜻이겠지요.

나머지 시간도 그만큼 잘 갈 것이니까......


아버지, 요즘 자주 출장 가시느라 바쁘지요. 

아버지가 티브이에 나오시는 걸 매번 놓치지만 다른 사람이 보았다는 말을 들으면 아버지가 자랑스러워져요. 평상시에 무척 잘해주시고, 좋은 롤모델이 되어주셔서 늘 감사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어머니, 요즘 일 잠깐 쉬시고 책을 쓰고 계시느라 고생하시지요. 

시험기간이라 챙겨주시는 것도 많을 텐데 늘 감사해요. 요즘에 집에 계셔서 더 좋은 것 같아요.


요즘 들어 서로 바빠서, 저는 공부하느라, 부모님은 일을 하시느라, 얼굴을 자주 뵙지 못하는데 시험 끝나면 자주 밥 같이 먹을 수 있을 거예요.


그럼 계속 건강하시고,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2005년 6월 20일

차남 올림





 영국에서 온 지 2년의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고 하면서, 나머지 시간도 그만큼 빨리 갈 것으로 기대한다는 말에 마음이 마음 한 구석이 뭉클했다. 

'고생이 많았을 거야. 워낙 밝은 아이니까 여기까지 잘 왔네.'


아들이 이제 고 2가 되었니까, 자신의 말대로 지난 시간만큼만 보내면 대학생이 될 것이다.

우리 아들, 파이팅! 





(일러스트 출처)

https://kr.freepik.com

매거진의 이전글 고2 아들이 보낸 편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