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가족 수첩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두류산 Jul 30. 2022

아들과 만화 속 슬램덩크 마을을 가다

바닷가 도시 가마쿠라에 관심을 가진 것은 슬램덩크의 마을이기 때문이다 

아들과  만화 속 슬램덩크 마을을 가다


가마쿠라(鎌倉)는 동경 중심부에서 남서쪽으로 1시간 30여 분 거리에 있는 작은 도시다. 

역사 시간에 배웠던 가마쿠라 막부가 바로 이곳이다. 우리가 흔히 쇼군이라고 부르는 막강한 무인  권력이 전국을 지배하는 시대가 시작된 곳이다. 


바닷가 도시 가마쿠라에 관심을 가진 것은 다른 이유 때문이다.

만화 '슬램덩크'의 마을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이미 성인이 된 아이들이지만

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 주말이면 과자를 잔뜩 사놓고 

아들과 하루 종일 만화를 같이 보았다. 


특히 비 오는 주말, 아이들과 놀러 나가기에 애매한 날씨에는 집에서 만화 보기를 즐겼다. 

부자유친에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을까?

아이들하고 같이 스토리에 흥분하고, 다음 편을 기다리고.

아빠와 아들이 공통의 화제를 가지고......


아이들하고 함께 만화를 즐긴 지는 오래되었다.

‘초밥왕’이라는 만화를 보고 아이들하고 함께 만화에 나오는 초밥을 먹으러 초밥집을 순례하기도 했다. 

우리 가족이 응원하는 LG 야구팀의 시합을 보러 가면, 야구 만화 'H2O'를 빌러 야구장에 갔다. 

LG가 공격할 때는 열심히 응원하다가 수비로 나서면, 다시 우리 세 부자는 야구 만화 삼매경에 빠졌다. 


그때 그 시절 가장 인기 있던 만화 중의 하나가 슬램덩크였다.

슬램덩크 만화는 농구만화인데 웬만한 스포츠 영화보다도 감동적이었다.

슬램덩크는 읽으면 신기하게도 농구 시합장에 있는 듯, 선수들의 땀 냄새가 났다. 

강백호, 서태웅, 채치수, 정대만, 안 감독님......


슬램덩크는 시합의 승패보다는 승리를 향해 가는 충실한 과정을 얘기했다. 

또 포기하지 않는 청춘에 대해 이야기했다.

"마지막까지 희망을 버려선 안돼! 단념하면 바로 그때 시합은 끝나는 거야!" 

북산고의 정신적 지주인 안 감독님이 불꽃남자 정대만의 가슴에 불을 지핀 한마디다. 

정대만은 결국 포기를 모르는 남자가 되었다. 

 

슬램덩크는 캐릭터 한 사람 한 사람이 매력적이고 메시지도 강했다.

아이들은 물론 나도 흠뻑 빠져들었다.

지금도 둘째 아이 방 책장에는  슬램덩크 전 시리즈가 한 권도 빠지지 않고 소중한 보물처럼  꽂혀있다.

 

큰 아이가 여름휴가로 일본을 방문했을 때

함께 찾은 곳이 슬램덩크의 고장인 가마쿠라였다. 


만화 속의 도시를 찾아 가는데 정말 만화 속에나 나올만한 예쁘고 조그만 전차를 타고 갔다.

전차가 집과 집 사이로 좁은 길을 달리는데 장난감 세계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하였다.

 

우선 가마쿠라 절의 대불(大佛)과 아름다운 정원을 보기 위해 전차에서 내렸다. 

가는 길에 약간 우스꽝스러운 가게가 보였다. 

수건을 머리에 동여맨 아저씨가 문어를 뜨거운 철판에 넣어 납작하게 구어 과자로 만들고 있다. 

가마쿠라의 명물인 문어로 만든 타코 센베다. 


스케치북 도화지만큼이나 큰 문어포다. 

아들이 들고 걸어가면서 먹으면 엄마와 내가 달려들어 툭툭 잘라서 먹는다. 

고소하고  짭짤한 맛을 즐기며 만화 같은 경험을 했다.


다시 전차를 타고 바다에 바싹 붙은 철길을 따라 슬램덩크의 고장인 가마쿠라 고등학교 앞 역을 향했다.

창밖으로 끝없는 수평선이 보인다.  


슬램덩크의 팬이라면 누구나 기억할 만한 장소인 전철길 건널목.

만화의 첫 장면에 강백호가 가방을 한 손으로 둘러메고 서 있던 그 철길 건널목이다. 

만화에서처럼 철길 건널목에서 전철이 지나갈 때 교차로에서 기다리며 그 장면을 재현해 보는 아들의 사진을 찍었다. 


만화의 엔딩 씬에 강백호와 서태웅이 조우하는 그 가마쿠라 바닷가를 둘러보았다. 

바닷가 백사장에 들어서니, 만화에서 처럼 멀리 에노시마 섬이 보인다. 


그리고 만화 속  북산고의 배경인 가마쿠라 고교로 향했다. 

하교하는 학생들을 보니, 강백호, 서태웅, 채치수, 송태섭이 보이는 듯했다

한 학생을 보고 아들에게 물었다.

"저 학생, 송태섭 닮지 않았니?"





*아빠와 아들, 남편과 아내, 아들과 부모, 아들의 군대, 자녀의 결혼, 여행과 영화 이야기 등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위 글과 비슷한 감성 에세이는 브런치 북 ( https://brunch.co.kr/brunchbook/yubok2 ), 브런치 매거진  ( https://brunch.co.kr/magazine/hwan )에 공유하고 있습니다





(사진출처)

https://anime.stackexchange.com/questions/15525/where-can-i-find-slam-dunk-english-dubbed-episodes-legally


                    

매거진의 이전글 할머니 할아버지, 결혼 60주년 축하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