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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류산 Aug 07. 2022

조선 최대의 내부고발자, 이심원 (4)

임사홍은 조부가 예뻐하는 딸의 지아비요, 자랑스러운 사위가 아닌가

 조선 최대의 내부고발자, 이심원 (4)


 이심원이 임사홍 부자를 내부 고발하기 이틀 전인 성종 9년 4월 27일.

 표연말과 채수가 주동이 되어, 홍문관과 예문관의 20여 관원은 연명하여 임사홍 부자를 탄핵하는 상소를 올렸다. 

 “대간은 임금의 이목(耳目)이자 국가의 맑은 기운입니다. 만약 언로(言路)가 막히면 이목이 가려지고 기운이 쇠할 것이니, 어찌 능히 사직이 오래가겠습니까? 임사홍이 아뢰기를, 요즘 대간에서 일을 말하기를 매우 쉽게 하니 다 따를 수 없으며, 만일 그 말이 맞지 아니하면 마땅히 꾸짖는 뜻을 보이는 것이 옳다고 하였습니다. 이는 나라를 망하게 하는 말로써, 진(秦) 나라 때의 간신인 조고(趙高)와 당나라 때의 간신인 이임보(李林甫)와 구사량(仇士良)이 일찍이 말하던 바인데, 감히 전하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은 그 간사한 마음을 알기 어렵지 않습니다. 임사홍이 처신하는 바가 간신입니까, 충신입니까? 전하를 대우하는 것을 성주(聖主)로 하는 것입니까, 어리석은 임금으로 하는 것입니까? 신들이 듣고 통분함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상소는 신랄하게 도승지 임사홍을 비난하였다.

 “임사홍은 음험하고 방자하여 술수(術數)를 쓰며, 밖으로는 엄하고 굳센 듯하나 안으로는 참으로 간사하고 아첨하여 옛 소인(小人)의 태도를 모두 겸하여 가졌습니다. 그런데도 전하께서 살피지 아니하고 신임하기를 너무 중하게 한 때문에, 명성과 세력이 이미 이루어졌으니 누가 감히 나를 말하겠느냐고 스스로 생각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더욱 기탄함이 없어서 그 술책을 부리고자 하여, 감히 성주(聖主)의 앞에서 하늘의 재이(災異)는 족히 두려울 것이 없고 대간의 말은 들을 것이 못된다고까지 말하였으니, 전하를 업신여기며 속이는 것이 심합니다.”


 홍문관과 예문관 관원들은 세상에서 소임(小任)과 대임(大任)으로 부르며 비난하고 있는 임사홍 부자를 함께 탄핵했다. 

 “임사홍의 더러운 행적은 윗대부터 드러났습니다. 임사홍의 부친 임원준의 간사하고 탐욕스러움은 한때의 으뜸이었으며 잡기(雜技)인 의술로써 대신에 이르게 되었고, 경연은 당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신들이 생각하기에, 만약 어진 재상이 전하를 보좌하면 요순의 정치를 이룩하실 것인데, 임원준 같이 간사한 자가 곁에서 전하를 그릇되게 하니, 신들은 원통함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삼가 원하건대 전하께서는 임원준 부자를 유배 보내어, 많은 사람의 기대와 소망에 부응하고 하늘의 꾸지람에 답하며, 간사하고 불충한 자의 경계가 되게 하소서.”


 성종은 상소를 읽고 답답하였다. 양관(兩館)의 관원들이 합동으로 간신이라고 지목하며 당장 유배를 보내라는 임사홍은 말을 실수했으나 죄를 물을 정도는 아니었다. 더구나 그는 가장 가까운 신하인 도승지이고 현숙 공주의 시아버지였다. 그리고, 아들의 잘못 때문에 그 아버지를 아울러서 탄핵하는 것은 지나친 일이라고 생각했다.


 성종은 임사홍을 파면시키고, 아울러 양관의 관원들을 옥에 가두었다.  

 "홍문관과 예문관에서 임사홍이 소인임을 알면서 일찍이 말하지 아니하고 오늘에 이르러서야 말했다. 이는 임금의 덕을 받들어 높이려는 뜻이 없었으니, 모두 옥에 가두고 국문하게 하라!” (성종실록, 성종 9년 4월 28일)


 이심원은 양관의 관원들이 옥에 갇혔다는 소식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 소인을 고발한 군자들을 옥에 가두는 것은 형벌이 뒤바뀌었다고 생각했다. 상소를 올렸다고 뛰어난 선비 이십여 명을 모두 옥에 가두는 것은 주상이 임사홍 부자를 굳게 신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믿었다.  


 이심원은 장차 나라의 기둥이 될 스물한 명의 관원이 임사홍 부자를 탄핵하다가 오히려 파직을 당하고 감옥에 갇힌 것을 구해낼 사람은 자기밖에 없다고 믿었다. 온 나라 사람이 임사홍과 임원준이 소인인 증거를 되기 어려우나, 홀로 그들 부자가 소인임을 증언할 수 있지 않은가. 그러니 사사로운 친분에 입을 다문다면, 임금이 어찌 그들의 실상을 알겠는가.


 이심원은 고민에 빠졌다. 이 상황을 바로잡으려면 주상에게 임사홍 부자의 실상을 알리는 수밖에 다른 길이 없었다. 하지만 고모의 실망하는 모습과 조부인 보성군의 화난 모습, 아버지의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임사홍은 바로 조부가 예뻐하는 딸인 고모의 지아비요, 조부가 자랑스러워하는 사위가 아닌가.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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