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의 싹이 움트다 (3)

사간원은 임사홍의 며느리인 공주의 집터 문제를 제기하다 역풍을 맞았다

by 두류산

3장


성종은 승지가 들고 온 임원준의 상소를 펴서 읽었다.

"신이 어리석은 사람으로서 두 번 의정부의 대신이 되고, 아들 사홍이 외람되게 후설(喉舌, 승지)의 자리에 있으며, 손자 광재가 또 공주에게 장가들어 신이 여러 번 국가의 은혜를 입었으니, 복이 지나쳐서 재앙이 생긴 것입니다. 신과 사홍이 현저히 공의(公議)를 어겨 죄를 범했다는 사간원의 탄핵은 모두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말입니다. 성상께서 ‘임원준이 풍수학 제조 서거정에게 청탁한 것과 서거정이 임원준의 청탁을 들어준 것을 네가 어디서 알았느냐?’하고 물으시면, 간관이 반드시 대답하는 것이 있을 것입니다. 만일 사실을 말하지 못하고 다만 억측으로 말한 것이라 한다면, 이는 대신을 모함하고자 말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임금이 임사홍과 모든 승지들을 들라하여, 상소를 내려주며 말했다.

"간관들이 말하기를, 은밀히 청탁을 하였다 하고 또 위세를 두려워하여 모르는 체하였다 하였는데, 이 일의 시비를 과인은 알지만 조정의 다른 사람이 어떻게 알겠는가?”

임사홍이 나서서 임금에게 청했다.

“간관들의 억측이 심합니다. 대질하여 밝히게 하여 주소서.”

“그렇게 하겠다. 간관들과 풍수학 관원으로 하여금 경의 아비와 함께 대질하게 하겠다.”


도승지 현석규가 임사홍을 한번 노려보고, 임금에게 아뢰었다.

"간관이 과연 지나치게 한 말이 많으나, 그렇다고 대간을 국문하면 언로(言路)에 해로울 듯합니다. 신이 일찍이 진달하기를, 대간의 말이 옳으면 채택하고 그르면 내버릴 뿐이라고 하였는데, 그때 성상께서 옳은 말이라고 하시며 받아들이셨습니다.”

"과인도 경의 말을 안다. 하지만 대신이 없는 사실로 함정에 빠졌으니 분명히 밝히지 않을 수 없다.”


동부승지 홍귀달이 나서서 도승지를 거들었다.

"임원준의 상소는 간관의 탄핵을 받은 자가 오히려 상소하여 문제로 삼는 것인데, 간관과 더불어 대질하는 것은 조정의 기강을 세우는데 이롭지 못합니다. 또 간관이 쓴 글을 두고 문제로 삼는다면 대간이 어떻게 들은 말을 전하께 전해 올릴 수 있겠습니까?”

현석규는 이쯤 되면 임사홍이 나서서 임금을 말릴 것으로 기대하여 임사홍을 살폈다. 임사홍은 묵묵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현석규는 어쩔 수 없이 다시 나섰다.

"무릇 간관은 논(論)할 때 모두 과장하여 큰일에 비유합니다. 때때로 나라가 망하는 것으로 말을 하기도 하고, 혹은 폭군인 하나라의 걸왕과 은나라의 주왕을 주상과 비교하니, 모두 불손하고 무례한 일입니다. 그러나 사사로이 논하지 않고 성상의 앞에서 논하였기 때문에 죄가 되지 않습니다.”


성종은 공주의 시아버지이며 당사자인 임사홍에 눈길을 주었다. 임사홍이 머리를 바닥에 숙인 채 아무런 말이 없자, 드디어 명을 내렸다.

"승지들이 어질어서 간관을 돕는 말을 했다. 하지만 간관이 말하기를, 임원준이 궁궐을 지을 땅에 자손의 집을 짓고 있으니 이는 반역의 죄와 같다고 말하기까지 하였다. 이렇게 대신을 모함하는 것이 옳은가? 조정의 여론이 말하기를, 임광재가 공주에게 장가들었기 때문에 간관을 옥에 가두었다고 할 것이고, 사관이 또한 이렇게 역사에 남길 것을 과인도 안다. 그러나 시비를 아는 자야 어찌 이렇게 말하겠는가?”


우부승지가 나섰다.

"간관이 비록 지나쳤다 하더라도 어찌 사사로운 감정으로 모함하는 것이 있겠으며, 임원준 부자도 어찌 청탁을 하였을 리가 있겠습니까? 전하가 즉위하신 이래로 언관(言官)이 처벌을 받은 경우는 없었습니다. 신은 이제부터 말하는 자가 위축될까 두렵습니다.”

동부승지 홍귀달도 거들었다.

"사간원에서 논한 것이 다만 지나친 말이 있는 것뿐이요 국가에게 큰 해를 입힌 것도 아닌데, 이들을 국문하는 것은 전례에 맞지 않습니다.”


임금은 승지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만일 과인에 관한 일이라면 비록 지나친 말이 있어도 마땅히 내버려 두겠지만, 이것은 대신을 없는 사실로 모함하였으니 그대로 보고 있을 수 없다.”

승지들은 더 이상 말하지 못하고 임사홍만 쳐다보았다. 임사홍이 나서서 임금을 말리지 않자, 현석규는 불쾌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곁눈으로 임사홍을 노려보았다.


성종은 사간원의 간관들을 국문하도록 의금부에 명했다.

"사간원의 대간들이 상소를 올려 말하기를, 풍수학 관원들이 임원준 부자의 위세를 두려워하여 선왕께서 향교동 터에 별궁을 지으려고 하였던 것을 모르는 체하였으니, 권세에 아부하는 것이 이보다 더 심할 수 없다고 하였다. 그 청탁한 여부를 임원준 부자와 풍수학 제조 서거정 및 풍수학 관원과 간관들을 한 곳에 모아 놓고 물어서 아뢰라.”


조정의 관리들은 사간원의 간관이 대신을 탄핵하다가 의금부 옥에 갇히고 국문까지 당하게 되자, 왜 사헌부는 이를 두고 보고만 있느냐고 비난을 가했다. 대사헌 김영유는 대사간 이세좌가 못마땅했다. 이세좌는 정승인 조부와 형조판서를 지낸 부친을 이은 명문가 집안의 아들로 매사 고분고분하지가 않았다. 이세좌가 대사간이 되자마자 사헌부와 함께 임금에게 상소를 연합하여 올리자는 대사헌의 제안을 별다른 설명도 없이 거절하자, 김영유는 그를 오만방자하게 보았다. 더구나 이세좌는 김영유가 경상도 관찰사로 있을 때 관찰사를 보좌하는 도사(都事)였지 않은가.


사헌부 젊은 대관들은 사헌부를 향한 조정의 비난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대간을, 그것도 사간원 간관 전체를 옥에 가두고 국문하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입니다.”

"말이 지나치다고 대간들을 의금부에 내리어 국문하면, 이제부터 다시 권세 있는 대신의 일을 말하는 자가 없을 것입니다.”

대사헌도 젊은 대간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임금에게 사간원 관리들의 용서를 청하였으나 힘을 다하여 구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도승지 현석규는 대간들을 옥에 가두게 하는 임원준 부자의 오만함이 거슬렸다. 대간들이 탄핵을 하면 스스로 변명하는 상소를 올리면 그만이지, 자신들을 탄핵한 대간들을 벌하라고 청한 것은 지나친 처사였다.

‘대간이 간(諫)한 것을 가지고 죄를 묻는다면, 이것은 성명(聖名)에 크나큰 누(累)를 끼치는 것이다. 도성의 뜻있는 선비들이 이들 부자를 일컬어 대임(大任)이니, 소임(小任)이니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현석규는 임금에게 관찰사가 올린 장계를 전해주며 간곡히 아뢰었다.

“대간이 말을 했다고 벌을 줄 수는 없습니다. 통촉하시옵소서.”


성종은 도승지가 말하는 충정을 알겠으나 공주의 시할아버지인 임원준의 간청도 무시할 수는 없었다. 더구나 있는 사실을 가지고 대신을 견제하여야지, 근거 없이 대신을 공격하면 어떻게 정당한 탄핵이라 할 수 있겠는가. 성종은 도승지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경이 염려하는 뜻을 과인은 안다. 하지만 군주의 눈과 귀가 되어야 할 대간이 억측으로 대신을 공격하는 버릇을 그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는 일이다.”


의금부의 추국관이 사간원 관리들에게 물었다.

"너희들이 청탁이라고 말하였으니, 누구에게 들었는가?”

대사간 이세좌가 대답하였다.

"향교동 터만으로도 족히 공주의 집을 지을 만한데 서쪽 땅을 아울러 점령하였고, 동향집으로 해도 족할 터인데 굳이 남향을 하였으며, 또 풍수학 제조가 옛날에 국가에서 쓰려고 한 사실을 아뢰지 않았고, 임원준 부자도 사양하지 않았기 때문에 청탁이 있은 것이라고 의심하였습니다.”

"그 땅이 동향이나 서향을 하면 과부가 될 자리라고 하기 때문에 부득이 남향으로 했다고 한다. 너희들이 어찌 이렇게 말하는가?”


추국관이 이세좌와 사간원 간관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이러한 해명을 듣고도, 아직 청탁이 있었다고 의심하는가?”

이세좌는 사간원 관원들과 의논한 뒤 에둘러 대답했다.

"이유를 듣고 보니 청탁이 반드시 있었던 것은 아닐 수 있겠습니다.”


의금부 지사가 사간원 관원들을 국문한 결과를 임금에게 보고했다. 현석규는 그 자리에서 다시 한번 임금에게 간절히 아뢰었다.

“대간이 들은 이야기를 전하께 아뢰는 것은 그들의 일입니다. 대간이 간(諫)했다고 죄를 물을 수는 없습니다. 이는 성명(聖名)에 누를 끼치는 일입니다.”

성종은 도승지가 눈시울을 붉히며 말하는 것을 보고 진지하게 말했다.

"향교동의 터는 임원준 부자가 청탁을 하지도 않았고 서거정이 또한 임원준 부자의 청탁을 들어준 일도 없는데, 간관이 실체가 없는 것을 감히 말하기 때문에 억울한 사정을 밝히게 한 것이다. 지금은 간관이 스스로 그른 것을 알았으니, 이만 용서하겠노라.”


성종은 옥에서 사간원 관원들을 풀어주게 하고 관직도 회복시켜주었다. 임금은 대사간 이세좌와 간관들은 곧바로 어전으로 불러 따뜻한 목소리로 타일렀다.

"만일 과인을 가리켰다면 비록 지나친 말이 있더라도 과인이 어찌 꺼려했겠는가? 너희들이 망령되게 없는 일을 가지고 대신을 탄핵하였기 때문에 죄주고자 하였다. 하지만 언로(言路)에 해로울 듯하고 또 너희들이 스스로 잘못한 것을 알았기 때문에 특별히 용서하는 것이다.”

간관들은 모두 머리를 조아리며 일제히 말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성종은 환하게 웃으며 당부했다.

“너희들은 이 때문에 입을 다물지 말고 말할 것이 있거든 거침없이 모두 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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