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신임을 다투다 (4)

현석규는 마땅히 도승지에서 물러나야 합니다

by 두류산

4장


유자광은 임금의 부름을 받고 어전에 나아와 절하며 예를 올렸다. 성종은 유자광을 대우하며 말했다.

"과인은 경의 상소를 보고 매우 기쁘게 생각하오. 만약에 스스로 울지 않는 매미와 같이 세상 권세에 맞추어 사는 자라면 이것을 말하지 않았을 것이오.”

성종은 이어서 상소에 잘못이 있음을 지적하며 나무랐다.

“경은 마음속에 품은 바가 있으면 반드시 아뢰나, 상소문 가운데 잘못 아는 것이 있소. 과인이 현석규만 비호한다고 말하나 현석규와 임사홍은 모두 종친의 사위이고 한한은 나에게 4촌인데, 어찌 유독 현석규만 비호하겠소?”


성종은 현석규를 위한 변명도 덧붙였다.

“현석규는 분노하였기에 실수를 한 것이오. 하지만 노할 만해서 노한 것이니, 이것이 어찌 죄가 되겠소?”

성종은 유자광이 신랄하게 지적한 김주의 일에 대해서도 설명하며 따져 물었다.

“김주의 일은 이미 사면령이 내린 것이고, 정승들도 스스로 변명하였기 때문에 추궁하여 죄상을 조사하지 말게 한 것이오. 경은 이를 알고서 말한 것이오?”


유자광은 답했다.

“김주의 일은 진실로 마땅히 추국해서 실정을 알아내야 하는데도 대신들에게 묻지 않고 내버려 두었기 때문에, 신이 말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유자광은 현석규에 대한 생각도 아뢰었다.

"성상께서 비록 현석규를 비호하지 않으셨다고 말씀하시지만, 뭇사람들이 어찌 성상의 뜻을 다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신의 마음에는 현석규는 마땅히 승정원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이 숨기지 않고 마음에 품은 것을 모두 말하는 것은 내가 심히 가상하게 여기는 바이오. 하지만 사실이 아닌 것을 지나치게 말한 것도 있소. 이는 옳지 못한 것이오.”


도승지 현석규는 유자광이 어전에서 물러가자, 곧바로 임금에게 나아가 아뢰었다.

"대간과 대신이 말하는 바는 공론(公論)입니다. 지금 나라 사람들이 모두 신이 물러나야 한다고 하니, 원컨대 전하께서는 공론을 따르소서.”

임금은 고개를 저었다.

"대저 사람이 너무 곧으면 여러 사람이 꺼리는 바가 된다. 경은 마땅히 그대의 직책에 더욱 삼가라.”

현석규는 임금에게 절하고 일어나서 물러나오는데, 몸이 비틀거렸다.


성종은 도승지 현석규를 그대로 유임하고 그 외 모든 승지들을 자리를 옮기는 것으로 사태를 수습하려 하였지만, 유자광의 상소는 대간들을 격동시켰다. 대간들은 현석규를 다시 공격하였고, 대신들도 현석규가 도승지 직을 내려놓는 것이 좋겠다고 하였다.


성종은 국왕이 왕도정치를 따르는 징표로 대간들의 말을 따르는 것이라고 여겨왔다. 다른 승지들은 물러가게 하더라도 도승지 현석규는 유임시키며 왕의 신임을 보여주려고 했던 일이 대간들의 강한 저항을 받았고, 대신들마저 대간들의 주장에 동조하니 더 이상 현석규를 도승지로 둘 수 없었다.

스물한 살의 젊은 임금은 권위가 손상됨을 느껴 자존심이 상했다. 성종은 죄 없는 현석규를 그냥 도승지에서 물러나게 할 수는 없었다.


성종은 이조판서 강희맹을 불렀다.

"경연에서 정승과 대간이 모두 현석규를 도승지에서 물러나야 마땅하다고 말하는데, 과인이 생각하기에 현석규는 죄가 없으니 이를 처리하기가 참으로 어렵소.”

강희맹이 임금의 뜻을 살펴 아뢰었다.

"정사에 형옥(刑獄) 보다 더 큰 것이 없는데, 현석규가 형방승지가 된 뒤부터 전국의 송사가 지체된 바가 없습니다. 하지만 대간의 말은 공론(公論)이고 현석규 또한 탄핵을 받고 마음이 편안치 못할 것입니다. 현석규를 도승지에서 물러나게 하고, 품계를 올려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임금은 강희맹이 제시한 해결책이 솔깃했다.

도승지 현석규는 자신의 문제로 임금이 고민하는 것을 지켜보기가 괴로웠다. 임금이 생각에 잠겨있다는 말을 듣고 어전에 나아와 간절히 아뢰었다.

"대간과 정승이 도승지 직을 놓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신으로 인해 누(累)가 성덕(聖德)에 미칠까 염려됩니다. 중론을 따르심이 마땅합니다. 전하께서 신을 곧다고 하여 자리를 지키게 하시나, 신은 감당하지 못하여 눈물이 납니다.”

임금은 감정이 북받쳐 목이 메인 현석규를 보고 말했다.

"경은 나의 명을 기다려라.”


절하고 어전에서 물러가는 현석규의 뒷모습을 보며, 성종은 마음이 아팠다.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옆에서 든든하게 지키며 힘이 되어주었던 일들이 떠올랐다. 성종은 오랫동안 생각에 잠겨 있다가, 이윽고 붓을 들었다.

"지금 정승과 대간이 모두 자리를 놓아야 마땅하다고 하니, 만약에 이것을 따르지 않으면, 간언(諫言)을 거절하는 것이 된다. 그렇게 되면, 경이 과인에게 사냥과 여색을 권하여 총애를 얻었고, 이 때문에 간언을 듣지 않았다고 터무니없는 의심을 할지 어찌 알겠느냐? 비록 도승지에서 물러나게 명하겠으나, 이제 두 등급을 올려 과인이 장차 크게 쓸 것이다.”


성종은 이조에게 명했다.

"도승지에게 특별히 두 등급을 올려주어라.”

성종은 대간들의 끈질긴 청을 수용하면서도, 현석규의 품계를 올려 줌으로써 죄를 물어 도승지가 물러나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현석규는 임금이 내린 어서(御書)를 읽고 어깨를 흔들며 흐느꼈다.


성종이 대간과 대신들의 의견을 들어 도승지를 물러나게 하면서, 현석규에게 두 품계를 올려주는 새로운 명은 조정을 요동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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