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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류산 Sep 24. 2022

우리 부부에게 찾아온 영화 암흑기


우리 부부는 취미가 비슷하다. 산책과 여행을 좋아하고 영화보기를 좋아한다. 영화는 가성비가 좋은 문화 활동이다. 영화 제작비와 스탭과 배우의 노고에 비하면 영화 관람료는 너무나 가볍다. 아내도 같은 생각이다. 


아내와 나는 영화를 보는 전후에 외식을 하는데 함께 맛있는 것을 맛보며 시간을 보내는 즐거움이 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아이들과도 영화 감상을 나누며 정서적 공감을 즐긴다. 부모와 아이들은 세대 차이로 관심사가 달라 함께 이야기할 주제가 흔치 않지만 영화는 늘 공동으로 논의할 주제가 된다.


며느리와 큰 아이도 영화보기를 좋아하는데 최근에 극장 출입을 못하게 되었다. 영화관의 사운드 소리가 커서 뱃속의 아이를 놀라게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영화를 보고 아이들과 감상평을 나누면서 며느리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을 보고 단톡방에서 아이들과 감상평을 나누는데, 며느리가 글을 올렸다. 

며느리: 아이가 나오면 저도 신랑이랑 영화 데이트해야 하겠어요.


며느리의 아쉬운 마음을 생각하고, 영화관 데이트를 즐기지 못하는 것에 대해 위로할 말을 찾았다.  

나: 우리도 신혼 때 영화관을 자주 찾다가 너의 신랑을 가지고 영화관 출입을 하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 아이를 낳은 후 다시 영화관에 가기 시작했다. 아이가 깜깜한 영화관에 데려가면 순하게 곧 잠이 들어서 극장에 아이를 데려가서 영화를 볼 수 있었다. 그 때가 좋았다.

며느리: 어머, ㅋㅋ 진짜 순딩이었네요.


나: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극장에서 유모차를 탄 갓난아이를 입장시켜줬는지 모르겠다. ㅋ 

며느리: ㅎㅎㅎ 지금은 입장이 안 될 것 같은데 말이죵ㅎㅎ

나: 아마 허술한 동네 영화관이라 가능했던 것 같다. 강수연이 과감하게 머리를 깎고 주연한 ‘아제아제 바라아제’를 보는데 아이가 깨었다. 아이가 울기 전에 급히 아이를 안고 극장을 나와야 했다. 이후에 둘째 아이도 나고 해서 더 이상 극장 출입을 시도하지 못했다. ㅠ 


 두 아이가 연년생으로 태어난 후, 우리 부부는 꽤 오랫동안 영화에 관한 한 암흑기를 가졌다. TV에서 주말에 내보내는 주말극장이나 설과 추석에 볼 수 있는 명절 특선 영화가 아니면 좋은 영화를 따라 잡기가 힘들었다. 요즘같이 넷플릭스라도 있었으면 방구석 1열로 좋은 영화를 놓치지 않았을 덴데.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자, 아내와 나는 다시 극장을 찾았다. 하지만 영화 장르는 완전히 달라졌다. 처음에는 만화 영화였고, 점차 ‘주라기 공원’ 같이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영화였다. 함께 온 가족이 영화관에 가서 아이들 둘을 좌석 가운데 앉히고 영화를 보는 것은 즐겁고 귀한 시간이었다. 아내는 무시무시한 주라기 공원을 보면서 잠이 들어 아이들에게 놀라움을 주었지만..... 




*부모와 자녀, 남편과 아내, 아들의 군대, 자녀의 결혼, 여행과 영화 이야기 등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위 글과 비슷한 감성 에세이는 브런치 북 ( https://brunch.co.kr/brunchbook/yubok2 ), 브런치 매거진  ( https://brunch.co.kr/magazine/hwan )에 공유하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

https://namu.wiki/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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