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가족 수첩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두류산 Sep 29. 2022

너는 태어날 때부터 엄마 아빠의 기쁨이었다

고 3이 되는 아들에게 보낸 편지

고 3이 되는 아들에게 보낸 편지

 손자가 태어났다. 아들이 아이를 낳은 것이다. 여러 가지 생각이 스친다. 아들이 보내준 동영상으로 손자와 상봉했다. 코로나 시국으로 면회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영상을 보니, 아들이 갓 태어난 손자와 첫 대면을 하고 있다. 아들은 감격하며 손가락을 내밀어 아가의 손을 만진다. 데자뷔다. 30여 년 전 내가 아들이 태어나자마자 부자 상봉했던 모습 그대로다.


 아들이 어려운 시기를 맞았을 때, 아들과 첫 만남의 떨림과 감동을 전해주며 격려한 편지가 있다. 아들이 대학입시를 앞둔 고 3으로 진급하는 새해 아침이었다.





 아들아, 사랑한다.

너는 태어날 때부터 이 순간까지 엄마 아빠의 기쁨이었다. 처음 세상에 나와 아빠가 손가락을 내미니 너는 조그맣고 예쁜 손으로 아빠 손가락을 꼭 감아 잡았다. 그 감촉과 감동은 지금도 생생하다.  


 금년 한 해는 너의 인생에서 힘들고도 중요한 한 해구나. 너는 지금까지 항상 긍정적인 마음으로 잘 해왔으니 금년 한 해도 잘 극복하리라 믿는다.


 너는 목표가 정해지면 대단한 의지력을 발휘해 왔다. 엄격한 자기 관리와 집중력으로 전심전력을 다해 뜻한 바를 성취해 왔다. 이러한 집중력과 의지는 금년 한 해의 결실뿐만 아니라 앞으로 네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너는 늘 동생을 생각하고 배려하며 엄마와 아빠를 사랑하고 존중하여 든든히 집안의 기둥 역할을 한다. 바쁜 중에도 동생이 수학 문제와 같이 모르는 것을 물어보면 시간 없다 하면서 성가신 티 내지 않고 열심히 가르쳐주는 정경이 보기 좋다. 늘 동생을 인정해주고, 동생이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 격려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자신만이 아닌 주변을 살피고 배려하며, 다른 사람들을 인정해 주고 격려하는 것은 네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좋은 자산이 될 것이다.


 너는 엄마 아빠가 무언가 부탁하면 언제나 최선을 다하여 빠르게 도와준다. 아빠가 해주는 말을 귀하게 여기고 잘 받아들인다. 잔을 비우고 채우려는 너의 자세가 아름답다. 언젠가 아빠가 사무실에서 밤늦게 일을 하고 있을 때 너에게 전화를 받았다. 기말고사를 앞두고 아빠에게 격려해달라고 했다. 비록 전화였지만 깊은 허그로 너를 가슴 가득히 안고 등을 두드려 주었다. "아들아 너는 최선을 다했다. 이미 해낸 것이다. 사랑한다."


 아빠는 너희 형제들을 보면 아무리 피곤해도 피로가 스르르 풀린다. 하루 일과 중에 우울하고 힘든 일이 있더라도 너희를 보면 다 잊히고 행복한 마음이 든다. 너희 두 형제는 생각만 해도 비타민 드링크를 마신 듯 새로운 힘을 준다.


 너희 형제들이 계속 성장하고, 대학에 들어가고, 직장을 얻고, 건강하고 마음씨 고운 예쁜 아내를 만나 결혼을 하고, 귀여운 아이들을 낳고 할 때마다 엄마 아빠는 기쁨으로 함께 할 것이다.


 네가 고 3이 되는 금년은 아빠도 긴장이 될 만큼 의미 있는 해다. 하지만 너는 지금까지 그랬듯이 늠름하게 잘 해내리라 믿는다. 아빠의 경험으로는 목표를 세우고 스스로 최선을 다했다고 느낄 수 있으면 어떤 결과라도 받아들일 수 있다. '진 인사 대 천명!' 열심히 하는 것은 우리 몫이고 그다음은 하늘의 뜻을 기다리면 된다.  


 새해 네가 세운 목표를 꼭 이루길 빈다. 엄마와 아빠가 항상 너를 응원 하마.

 좋으신 하나님도 너의 일거수일투족에 함께 하실 것이다.


 너를 사랑하고 언제나 지지하는 아빠가 2006년 새해 아침에.


 추신) 동봉하는 세뱃돈은 금년에 새로 나온 5천 원 권 신권 화폐 10장이다. 필요한 데 쓰기를 바란다.




*부모와 자녀, 남편과 아내, 아들의 군대, 자녀의 결혼, 여행과 영화 이야기 등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위 글과 비슷한 감성 에세이는 브런치 북 ( https://brunch.co.kr/brunchbook/yubok2 ), 브런치 매거진  ( https://brunch.co.kr/magazine/hwan )에 공유하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

https://kr.freepik.com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 부부에게 찾아온 영화 암흑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