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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류산 Sep 15. 2022

눈물이 날 정도로 웃은 영화 ‘육사오 (645)'

눈물이 날 정도로 웃은 영화는 처음이다

 작은 아이가 영화 하나를 추천했다. 아빠가 좋아할 영화라고 했다.

 “제목이 뭐니?”

 “육사오예요”

 “육사오? 육사오가 뭔데?”

 아들은 육사오는 로또를 말하는 것인데, 1등 당첨 로또가 바람에 날아 북한으로 넘어가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라고 했다.

 “아빠가 보시면 재미있어할 거예요.”


 아내와 나는 아들의 말을 귀하게 생각하며 흘러 듣지 않는다. 우리는 예매를 하고 극장을 찾았다. 영화 초반 전개를 보면서 말이 되는 이야기인가 생각하며 의자에 몸을 누이며 편하게 앉았다. 남북한 병사가 만나 어울리는 모습이 ‘공동경비구역 JSA’나 ‘고지전’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영화가 중반에 진입하면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한 번 터진 웃음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계속되었다. 극장 안의 관객들이 모두 낄낄거리고 있어서 눈치를 보며 입을 틀어막고 웃거나, 감정을 억제할 필요가 없었다. 마음 가는 대로 마음껏 웃으며 영화를 즐겼다. 아내도 옆구리 찌르며 말리거나 하지 않았다.

 

 감독이 장면마다 웃음 트랩을 깔아놓으면, 완전히 무방비 상태로 걸려들었다. 웃다가 또 웃다가 눈에 눈물마저 맺혔다. 당황스러웠으나 눈물을 닦으며 다음 장면에 또 웃었다. 이렇게 실컷 웃으며 영화관을 나온 것은 오랜만이었다. ‘극한 직업’을 봤을 때도 많이 웃은 기억이 나지만.


 영화관을 나오면서 아내가 웃으며 말했다.

 “극장에서 제일 크게 웃더만.”

 “오랜만에 실컷 웃었어. 어릴 때 만화 보고 배꼽을 잡으며 웃던 때같이.”

 “다른 사람들도 같이 웃기에 말리지 않았어.”

 “잘했어! 웃음 포인트마다 놓치지 않고 웃었으니, 감독이 알면 흐뭇했을 것이야."

 “근데, 영화의 설정이 조금 무리한 것은 아니었나?”

 “당첨금 57억이 눈앞에 있는데, 이 돈이라면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하긴, 실컷 웃고 스트레스 풀고 힐링되었으니...... 이게 영화 보는 재미지.”


 로또가 왜 육사오로 불리는지 북한 병사의 내레이션으로 알게 되었다. 북한 병사 리용호(이이경 배우)가 로또 종이를 보여주며 이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남한 소식을 정탐하여 남한 사정을 잘 아는 북한 병사 철진(김민호 배우)이 설명해준다

 “이거이 육사오라는 겁니다. 마흔다섯 개 번호 중에 여섯 개를 맞추면 거금을 준다며 남조선 인민들의 고혈을 쥐어짜는 극악무도한 자본주의 착취 기술이디요.”

 그래서 영화 제목도 육사오 (6/45)가 된 것이다.


 '응답하라 1988’에 나온 고경표와 이이경 등 출연진들의 호흡이 좋았다. ‘스윙 키즈’에서 중공군 포로로 나와 화려한 춤 솜씨를 보여준 김민호가 보인 브레이브 걸스의 ‘롤린’ 춤과 북한 여군으로 나온 박세완의 연기도 보기 좋았다.


  군대 빌보드 차트에서 부동의 1위를 했던 브레이브 걸스의 ‘롤린’은 우리 병사에게뿐만 아니라 북한 병사에게도 인기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있을 법한 설정이다. 그리고 장기하와 얼굴들의 ‘우리 지금 만나!’가 남북한 병사가 만날 즈음에 적절하게 사용하는 센스를 보였다.


 집에 돌아와서도 아내가 영화의 여운을 간직한 채 말했다.

 "실컷 웃었는데 어디에서 웃은 지가 잘 생각이 안 나네."

 "하긴, 그렇네, 음..... 북한 하사 이이경이 함...... 흥이 아니라, 함부르크 출신으로 재독교포 인척 독일어를 하면 중대장 음문석이 통역하는 장면! 한 대사, 한 대사마다 웃음이 터졌어."


  영화에 아쉬운 점은 없었냐고?

 재미있고 즐겁게 보았는데 영화에 흠을 찾을 필요가 있나? 굳이 아쉬운 점을 말하자면, 중간중간에 발음이 분명하지 않은 점이 옥에 티였다.


 배우들이 연기를 하면서 명확한 발음을 하는지 알아차리는 것은 감독이 디렉션할 때 중요한 일일 것이다. 발음이 분명하지 않은 부분은 후시녹음으로 다시 녹음을 하면 되지만, 문제는 감독이나 스텝이 대사가 너무 익숙해져 불분명한 발음도 잘 들린다는 것이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영화가 손익분기점인 160만 관객을 당당하게 넘었다는 소식이다. 코로나 시국에 어렵게 고생하며 이 영화를 만들었을 감독과 스텝, 모든 출연진에게 축하를 보낸다.


 


*부모와 자녀, 남편과 아내, 아들의 군대, 자녀의 결혼, 여행과 영화 이야기 등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위 글과 비슷한 감성 에세이는 브런치 북 ( https://brunch.co.kr/brunchbook/yubok2 ), 브런치 매거진  ( https://brunch.co.kr/magazine/hwan )에 공유하고 있습니다




(사진출처: 씨나몬㈜ 홈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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