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고발을 하다 (2)

임사홍이 말한 바는 모두가 아첨하는 것이며 소인의 태도입니다

by 두류산

2장


임금은 상소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임사홍은 비록 말은 그렇게 했으나, 말한 뜻은 그렇지 않은 것을 안다.”

상소의 책임자인 홍문관 부제학 유진이 열에서 나와 아뢰었다.

“흙비와 도성의 화재는 경계하고 삼가야 할 재변인데, 임사홍은 전하께서 두려워하여 몸을 닦고 반성할 필요가 없다고 아뢰었습니다. 또 풍년과 흉년은 미리 알 수 없는 것인데, 임사홍은 시절이 장차 풍년이 들 것이니 술을 금할 필요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신들이 일찍이 임사홍을 보고 소인이라고 의심하였는데, 이제 그 말을 보니 더욱 그 간사함을 알겠습니다.”


임금은 임사홍이 잘못했다고 지적한 일에 대해 일일이 감싸주었다.

“전일에 임사홍이 비가 두루 흡족하여 밀보리가 무성하니 술을 금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였으나, 그 뜻은 흙비와 화재가 뚜렷이 나타난 재이가 아니라는 것은 아니다. 비가 두루 흡족하여 보리가 잘 되었기 때문에 술을 금하는 법을 세우지 말도록 청한 것이다."

임금은 임사홍이 한 말을 인정하면서도 뜻이 잘못 전해졌다고 말함으로써 도승지에 대한 믿음이 굳건함을 보여주었다.

"또 임사홍이 사대부와 공경(公卿)의 집은 법으로 이미 정하였으니, 다시 크기를 제한하는 척수의 법을 세울 필요가 없다고 하였는데, 이는 다시 법을 세우는 것이 번거롭다는 것을 말한 것이고 공주의 집을 위해 말한 것은 아니었다. 요즘 대간에서 말하는 것이 번거로울 정도로 자주 한다고 말하였는데, 이는 대간이 쉽게 말을 함을 지적한 것이고 대간을 방해하거나 죄를 주어 언로를 막고자 함은 아니었다.”


홍문관 수찬 이창신이 나서서 아뢰었다.

"신들은 예문관 벼슬을 겸하기 때문에 동료인 사관 안윤손의 사초(史草)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기록한 임사홍의 말이 모두 옛 소인이 임금에게 아첨하여 기쁘게 하는 말이었으므로, 신들은 통분함을 이기지 못하였습니다. 흙비와 화재에 대해 임사홍은 뚜렷이 나타난 재변이 아니니 두려워하여 몸을 닦고 마음을 살필 필요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임사홍의 뜻은 백악산(북악산의 별칭)이 무너지고 한강이 마른 뒤에야 비로소 전하에게 재변이 이르렀으니 몸을 조심하고 행실을 닦도록 하라고 청할 것입니다.”


이창신은 막힘이 없이 당당하게 아뢰었다.

“임사홍은 또 말하기를, 술은 먹기 위해서 마련된 것이라고 하였으니, 이는 옳지 않습니다. 예전에 의적(儀狄)이 술을 처음 만들었는데, 우(禹) 임금이 마셔 보고 달게 여기며 말하기를, 후세에 반드시 이것으로써 나라를 망하게 하는 자가 있을 것이라고 하고, 의적을 멀리하였습니다. 태고(太古) 때에는 제사까지도 모두 현주(玄酒)를 썼는데, 후세에 이르러서 제사와 손님을 위하여 비로소 술을 썼으니, 취하기 위하여 마련된 것이 명백한데도 먹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고 이르는 것이 옳겠습니까?”

현주(玄酒)는 제사나 의식에 쓰는 맑은 찬물 즉 정화수(井華水)의 별칭으로, 태고 시절에는 술이 없었기 때문에 제사 때 정화수를 썼다.


성종은 조목조목 임사홍을 탄핵하는 이창신을 내려다보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입시한 신하들은 임금이 임사홍을 두둔하는 것을 보고 속이 끓었다. 대사간 안관후가 나서서 아뢰었다.

"임사홍의 말한 바가 모두 음험하고 간사하니, 그 죄를 다스리지 아니할 수 없습니다.”

성종이 대간들에게 따져 물었다.

“만약 흙비와 화재를 큰 재변으로 삼는다면, 어찌하여 경들은 흙비와 화재를 당했을 때 피전(避殿)과 감선(減膳)을 행하여 하늘이 내리는 벌에 공경히 답하기를 청하지 아니하였는가?”


피전(避殿)은 나라에 재이(災異)가 있을 때 임금이 근신하는 뜻으로 궁전을 떠나 행궁(行宮)이나 별도 거처를 마련하여 지내던 일을 말하며, 감선(減膳)은 흉년 등 나라에 변고가 있을 때 근신하는 뜻에서 임금의 밥상에 음식 가지 수를 줄이던 일을 일컬었다.


임금이 대간들을 힐책하며 반격하자, 대사헌 유지가 아뢰었다.

"비록 재변이 있었으나, 피전과 감선하는 데에는 이르지 아니하였습니다.”

성종은 대사헌의 말에 득의만만하여 말했다.

"경들이 피전과 감선에 이르지 아니하였다고 말하는 것과 임사홍이 분명하게 나타난 재이가 없다고 한 것은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는지 말해보라.”

임금의 반격에 모인 신하들은 할 말을 잃었다.


표연말과 함께 연명 상소를 주도한 홍문관 응교 채수는 생각했다.

‘논의가 이렇게 전개되어서는 안 된다. 곁가지를 뛰어넘어 임사홍의 간사한 성품과 마주치게 해야 한다.’

잠시의 침묵을 깨고, 채수가 나서서 아뢰었다.

"임사홍의 말한 바는 모두가 아첨하는 것이며 소인의 태도를 겸해 가졌습니다. 청컨대 하루라도 빨리 임사홍을 버리소서. 착한 이를 좋아하되 능히 쓰지 못하고, 악한 이를 미워하되 능히 버리지 못하면 나라를 망하게 하는 이유가 됩니다. 만약 알고도 간사한 자를 버리지 아니하면 간사한 무리가 더욱 꺼리는 바가 없을 것입니다. 전하께서 이미 임사홍이 소인인 것을 아셨다면, 이는 마땅히 먼 지방으로 유배를 보내야 할 것입니다.”


모인 신하들은 채수의 기개에 감탄하였다. 그의 말은 단 번에 어전의 분위기를 바꾸었다. 사헌부 장령도 채수를 거들었다.

"하늘에서 흙비가 내리고 또 민가가 연달아 불에 타는 여러 번의 재변이 있었습니다. 임사홍은 전하의 가까운 신하로서 마땅히 주상을 인도하여, 몸을 닦고 마음을 반성하여 하늘의 재변에 대해 공경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을 가지게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때가 마침 그렇게 된 것이므로 족히 괴이할 것이 없다고 하였으니, 이것이 주상께서 더욱 삼가고 백성을 돌보는 정치를 하는데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이 말은 진실로 소인이 임금을 현혹시키는 것입니다.”


대사헌 유지도 나서서 임원준을 공격하였다.

"임사홍의 간사함은 이 두어 마디 말에서 알아낼 수 있으며, 그 아비 임원준도 참으로 탐오한 사람입니다.”

채수의 한 마디에 다시 흐름이 바뀌자 임금은 당황하였다.

‘이렇게 내버려 두어서는 사태의 처리가 어려워진다.’

임금은 다소 목소리를 높여 사헌부와 사간원의 대간들을 나무랐다.

"경들도 어질다고 할 수 없다. 만일 임사홍이 소인이고 임원준이 탐오한 것을 알았으면, 어찌하여 두려워서 몸을 움츠리고 말하지 아니하다가 홍문관과 예문관에서 말하니, 따라서 논박하는가?”


양사의 대간들이 움찔하여 잠잠하게 있자, 이번에도 채수가 나섰다.

"전일에 비록 임사홍이 소인인 것을 알았으나 일찍이 행동이나 몸가짐에 잘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감히 소인이라고 지목하지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근간에 말한 바가 모두 옛 간신의 말이므로 듣는 자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청컨대 임사홍을 버리소서!”


대사헌 유지도 아뢰었다.

"전하께서 즉위하신 이래로 간하는 말에 따르기를 물이 흐르듯 하였고 구언(求言)하기를 목마른 것처럼 하시기 때문에, 사람마다 할 말을 다할 수 있어서 만일 나쁘고 해로운 일이 있으면 모두 상달되어 막히고 가리는 것이 없었습니다. 이제 신들이 임사홍을 버리기를 청하였는데 주상께서 허락하지 아니하시면, 언로(言路)가 이로부터 막힐까 두렵습니다.”


임금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홍문관과 예문관도 마찬가지다. 만일 임사홍이 소인인 것을 알았으면, 어찌하여 일찍 아뢰지 아니하고 오늘에 이르러서야 말한단 말인가?”

홍문관 수찬 이창신이 나서서 아뢰었다.

"이제 성상의 말씀을 듣건대, 이미 임사홍에게 미혹한 바가 되었습니다. 임사홍은 소인의 마음이 이미 드러나서 신들이 탄핵하였는데 전하께서 믿지 아니하십니다. 지금보다 먼저 탄핵하였으면 전하께서는 더욱 믿지 아니하였을 것입니다."


양관의 관원들은 경연에서 하루 두세 번씩 왕과 마주하는 가까운 신하들이어서 왕이 꺼리는 말을 아뢰는 데 거침이 없었다. 임금은 이창신의 말에 얼굴색이 변했다. 임금은 이창신을 손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그대는 과연 군자와 소인을 구별할 수 있는가?”

임금의 질문에 이창신은 할 말을 잃었다.


채수와 함께 상소의 초안을 잡은 예문관 봉교 표연말이 열에서 나와 아뢰었다.

"예로부터 승지가 임금에게 아뢸 때 반드시 먼저 사관에게 알리고 함께 들어간 뒤에야 일을 아뢰는 것입니다. 하지만, 임사홍은 사관에게 통보하지 아니하고 홀로 들어가서 아뢰었습니다. 사관 안윤손이 알고 급히 따라 들어가서 들으니, 임사홍이 비밀히 간사한 말을 전하께 아뢰고 남이 알지 못하도록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임사홍이 홀로 아뢴 것이 아니고 승지들과 같이 의논하여 아뢴 것이다. 이제 임사홍에게 죄를 물으면 다른 승지도 함께 같은 죄를 물어야 옳다.”


표연말은 굽히지 않고 말했다.

"임사홍이 도승지가 되어 처음 승정원에게 들어가서 말하기를, 어찌하여 규정이 없는가 하면서 방(榜)을 만들어 승정원 문의 벽에 붙이기를, 각사(各司)의 관리가 만약 주상께 아뢸 일이 있으면 먼저 도승지에게 고하라고 하였습니다. 이는 임사홍이 나라의 권세를 모두 그 손에 두게 하여 동료로 하여금 머리를 숙이고 명을 듣게 하려는 것입니다.”


표연말은 임사홍이 금주령의 명을 내린 것을 거두어 달라고 하거나 대간들의 말을 모두 들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며 배척하기를 주상께 청할 때 승지들과 모두 의논해서 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어찌 주상을 제대로 보필해야 할 다섯 승지가 모두 임사홍의 말을 따를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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