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고발을 하다 (4)

아들의 악행 때문에 아버지를 아울러 논하는 것이 옳은가

by 두류산

4장


임금은 신하들에게 따져 물었다.

"그대들은 예전에도 임사홍이 소인임을 알았는가?”

표연말과 좌우의 젊은 관원들은 함께 대답했다.

“그러하옵니다!”

"신들은 예전부터 그가 소인임을 알았습니다.”


대사헌은 한 발짝 물러섰다.

"신(臣)은 임사홍과 같이 일을 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사람됨을 세세히는 알지 못합니다.”

대사간도 발뺌을 했다.

“신도 그 사람을 겪어보지 못하여 잘 알지 못합니다.”


성종은 신하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대들이 이미 임사홍이 소인인 것을 알았으면 일찍 아뢰지 아니하고 지금에야 말하니, 진실로 임금의 덕을 받들어 높이려는 태도가 아니다.”

대간들과 양관의 신하들은 임금의 반격에 할 말을 잃어 서로 얼굴을 보았다. 임금의 역공에 더 이상 임사홍에 대한 탄핵이 어려워 보였다.


이로서 임사홍에 대한 논의가 끝나려고 하자, 표연말이 나서서 아뢰었다.

"임사홍이 말한 바를 보건대, 모두 아첨하는 말이니 죄가 용서할 수 없는 것입니다. 임사홍의 소인된 마음이 말에 나타났으므로 신들이 버리기를 청하였으나 주상께서 오히려 믿지 아니하시는데, 설사 예전에 탄핵하더라도 전하께서 어찌 믿었겠습니까?”

성종은 화가 치밀어올랐으나 억제하며 말했다.

"알았다! 과인이 장차 처리할 것이니, 경들은 물러가라!”

젊은 대간들과 양관의 관원들은 아무도 선뜻 물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차례로 나서서 아뢰었다.

"전하께서 이미 임사홍의 간사함을 아셨으면 오늘 결단하여 늦추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옛사람이 이르기를, 간사함을 버리기를 의심하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다시 무엇을 생각하겠습니까?”

“신들은 임사홍의 처벌을 정하시는 것을 들은 뒤에야 물러가겠습니다.”

“좌우에서 모두 청하니 오늘 결단하소서!”


임금은 젊은 신하들이 물러나지 않고 강개하게 청하니 곤혹스러웠다. 그들이 죄를 묻고 멀리 내치라는 임사홍은 가장 가까운 신하인 도승지이고 현숙 공주의 시아버지가 아닌가. 성종은 위엄이 깃든 목소리로 말했다.

"옛말에 이르기를, 좌우에서 모두 죽여야 옳다고 말하여도 듣지 말고, 나라 사람들이 모두 죽여야 옳다고 말한 뒤에야 죽인다고 하였다. 소인을 물리쳐 쫓는 것은 국가의 큰일인데, 임사홍의 일은 대신들과 의논하여 처리하지 않을 수 없다.”


젊은 대간과 홍문관과 예문관의 젊은 신하들이 일제히 아뢰었다.

"대간과 시종(侍從)하는 신하가 모두 내쳐야 옳다고 하는데, 반드시 대신들에게 다시 물어야 하겠습니까?”

예문관 사관 표연말이 아뢰었다.

"임사홍이 전하께 아뢴 말은 대신과 대간들은 듣지 못하였고 사관만 아는 일이었습니다. 신들이 만약 논하여 죄를 청하지 아니하였다면 전하께서 깨닫지 못하실 것이므로 상소하여 죄를 청한 것입니다. 이제 전하의 말씀을 듣건대, 임사홍의 말이 비록 간사한듯하지만 그 뜻은 그렇지 아니하다. 내가 어찌 진(秦) 나라 이세 황제(二世皇帝)와 같이 그 간사함을 알지 못하겠느냐고 하셨습니다. 만약 임사홍을 그대로 두면, 조고(趙高)와 같이 사슴을 가리켜서 말이라고 하는 일이 장차 얼마 지나지 않아 일어날 것입니다.”


채수도 나서서 아뢰었다.

"임사홍이 말한 바는 모두 아첨하여 전하가 기뻐하시기만을 바라는 것이니 간사하고 음흉함이 더할 수 없이 심합니다.”

표연말은 다시 나서서 임금의 결단을 촉구했다.

"임사홍의 거취를 오늘 결정한 만한데 전하께서는 알았다고만 하시니, 신은 뒤에 다시 아뢸지라도 역시 이와 같을까 두렵습니다.”

“임사홍이 한 말의 뜻이 그렇지 아니한데, 어떻게 죄를 묻겠는가?”


사간원의 성담년도 표연말을 거들었다.

"임사홍이 말하기를, 대간에서 일을 말하는 것을 번거롭게 자주 하니, 견책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하였습니다. 이는 전하의 총명을 가리는 말입니다. 그 죄를 엄히 다스리지 아니할 수 없습니다.”

임사홍에 대한 논의가 계속 제자리걸음만 하자, 홍문관 교리 안침이 임금에게 나서서 아뢰었다

"임사홍의 간사함은 앞에 논하여 전하께서 이미 다 아셨는데, 어찌 다시 논하겠습니까? 단지 임사홍을 죄주도록 청할 뿐입니다.”


성종은 그칠 줄 모르고 말하는 젊은 신하들의 요구에 어두운 낯빛을 애써 부드럽게 하며 입을 열었다.

"임사홍이 비록 대간을 견책하라는 말을 분명히 말하지 아니하였으나, 그 말한 바가 지나쳤다. 내가 장차 국문하겠다.”

성종은 감정을 절제하고 평정심을 회복하여 젊은 신하들의 간언을 받아들였다.


홍문관 수찬 허침(許琛)이 아뢰었다. 허침은 학문과 문장이 뛰어나다고 인정되어 채수, 유호인, 조위 등과 함께 사가독서(賜暇讀書)할 문신으로 뽑혔다. 사헌부 감찰을 거쳐 홍문관 부수찬이 되었다가 얼마 전 인사에서 수찬으로 승진하였다.

"만약 임사홍을 국문하면 그 형세가 반드시 사관과 더불어 뜰에서 시비를 가려야 할 것이니, 이런 일을 어찌 감당하겠습니까? 신의 생각으로는 먼저 임사홍의 벼슬을 파면시키고 국문해야 한다고 여겨집니다.”


성종은 허침의 의견을 받아들여, 일단 임사홍을 도승지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였다.

"승정원은 이조로 하여금 급히 인사를 준비하게 하라.”


젊은 대간들과 양관의 젊은 관원들은 차례로 나서서 보다 강경하게 아뢰었다.

"국문은 의심스러울 때 그 실정을 묻는 것인데, 이제 임사홍의 죄상이 이미 드러났으니, 어찌 반드시 국문한 뒤에야 알겠습니까?”

“가령 임사홍이 말하기를, ‘나는 간사하지 아니하고 소인이 아니다’라고 하면 허물하지 아니하겠습니까?”

“임사홍이 비록 지극히 간사하고 무례한 소인이라 할지라도 어찌 스스로, ‘나는 간사하다’고 말하겠습니까? 국문할 이치가 없으니, 모름지기 곧 죄를 주어야 합니다.”

이날 성종이 불러서 만난 홍문관과 예문관 관원들 중에 김종직에게 학문을 배운 자가 많았다. 이심원의 외삼촌이며 홍문관 응교인 채수, 예문관 봉교 표연말, 홍문관 교리 김흔과 유호인 등이었다. 그들은 과거시험에 좋은 성적으로 합격하여, 높은 학문과 좋은 문장으로 조정의 미래를 짊어질 인재로 왕의 기대를 받았다. 아직 젊고 세가 미약하나 임금의 가까운 신하로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사관 안윤손도 같은 해 과거에 동방 급제한 김종직의 제자인 13살 연상 김맹성의 학문과 인품을 존경하였다. 자연히 김종직 제자인 표연말, 김흔과 김심 형제, 유호인, 조위 등과 친하게 지내어 생각을 나눌 기회가 많았다.


홍문관의 젊은 신하들은 일단 임사홍이 벼슬을 내려놓고 국문을 받게 되는 것으로 정리되자, 공격의 화살을 좌참찬(左參贊) 겸 경연 동지사인 임원준에게 향했다. 좌참찬은 의정부에 소속된 정 2품 관직이었다. 정 2품인 우참찬, 종 1품인 좌찬성, 우찬성과 함께 정 1품인 영의정·좌의정·우의정의 3 정승을 보좌하였다. 홍문관 수찬 허침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임원준을 어떻게 처리하시겠습니까?"

"아들의 죄를 가지고 아비까지 거론하는 것이 옳겠는가?”

임금이 목소리를 높이며 반발하자, 좌우의 신하들이 나서서 허침을 거들었다.

“임원준이 죄가 없는데 임사홍의 연고로 탄핵을 당하였다면 신들이 지나친 것이라고 하겠으나, 임원준의 간사하고 탐오함은 큰 일만 가지고 말하여도 헤아릴 만한 것이 네댓 가지에 이릅니다.”

“임사홍의 간사함은 그 가정에 교훈이 없는 내력에 있는 것입니다. 이런 까닭에 신들이 아울러 탄핵한 것입니다.”

대사헌 유지도 나서서 임원준의 죄상을 거론했다.

"임사홍의 간사함은 그가 한 말에서 징조를 알 수 있으며, 그 아비 임원준도 참으로 탐오한 사람입니다. 그러니....."


성종은 대사헌의 말을 단호하게 자르고 목소리를 높여 나무랐다.

"아들의 악행 때문에 그 아버지를 아울러서 논하는 것은 진실로 옳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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