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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가족 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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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류산 Oct 22. 2022

10월은 산에 가기 좋은 달이다

청태산 휴양림과 봉평 메밀국수, 그리고 안흥 찐빵

 

 밤 새 비가 내리더니, 아침 기운이 서늘해졌다.

눈을 들어 하늘을 보니, 푸른 호수가 공중에 걸쳐있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내면 푸른 물이 쏟아져 내려올 듯하다. 멀리 눈에 들어오는 산은 노랗고 빨간색으로 물들었다. 가을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는 말이 과장된 말은 아니다.


 10월은 산에 가기 좋은 달이다. 첫 주말, 아내와 횡성에 있는 청태산 휴양림으로 향했다. 하룻밤 자고 오는 일정이다. 청태산은 강원도 횡성군과 평창군을 아우르고 있다.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에 도착하여 휴양림이 있는 산속으로 차를 몰고 들어가니, 가을산에 어울리게 단풍으로 물들어 있다. 떡갈나무, 갈참나무 같은 활엽수들이 잣나무와 함께 울창한 숲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청태산은 조선의 태조 이성계에게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이성계가 임금에 오른 뒤 강릉을 순시하면서 이곳 횡성군 둔내면을 지나게 되었다. 어가(御駕) 행렬이 점심을 먹기 위해 지금 휴양림이 위치한 경치 좋은 곳에서 멈추었다. 임금이 편안하게 경치를 즐기며 식사할 자리를 찾아 커다란 너럭바위에 수라상을 차렸다. 태조가 점심을 맛있게 먹으며 주변을 돌아보니 험한 산세를 이루는 바위에 푸른 이끼가 아름답게 끼어있었다. 멋진 산세에 감탄한 이성계가 ‘푸른 이끼 산’이란 뜻의 청태산(青苔山)이란 휘호를 직접 써서 횡성 현감에게 하사하였다. 그 후로 이 산을 청태산이라 부르게 되었다. 그런데 훗날 무슨 이유인지 이끼 태(苔)가 클 태(太)로 바뀌어 ‘푸르고 큰 산’인 청태산(靑太山)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휴양림에 도착하여 산장 숙소에 짐을 풀었다. 목조로 지은 집으로 향기로운 나무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아내는 문을 활짝 열어 산 공기로 방을 채웠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산장을 나와 나무데크를 깔아놓은 휴양림 탐방에 나섰다. 데크 길 옆으로 산의 울긋불긋한 낙엽과 함께 푸르런 기상으로 길게 뻗어있는 잣나무는 가을이 한창인 청태산의 파란 하늘을 가리고 있다. 걸음을 멈추고 잣나무 숲 위로 눈을 들어 하늘을 보면 파란 가을 하늘이 보일 듯 말 듯하다. 숲이 가린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면 더 이상 세상 풍경이 아니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힐링이 절로 된다.


 피톤치드! 피톤치드는 식물이 자신의 몸에 기생하는 박테리아나 해충을 퇴치하기 위해 생성하는 물질이다. 숲 속을 걸으며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폐 구석구석 피톤치드 가득한 신선한 산소로 가득 채웠다.

 

 저녁은 당연히 근처 봉평의 메밀 국수다.

산장에서 20분 산길을 드라이브하여 봉평으로 갔다.

‘메밀꽃 필 무렵’ 이효석 작가의 생가 앞에 위치한 메밀 국수 집에 들렀다.

근처 20여 군데 메밀 국수집 중 유일하게 100% 메밀로 만든 국수집이라 하여 찾았다.

100% 메밀로 만들었으나, 압축 기술이 좋아 면발이 쫄깃했다.

 

 특이하게 육수가 아닌 생수로 국물을 만들어 시원 칼칼 감칠맛이 났다.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다 비웠다. 함께 시킨 메밀 전병도 아내와 나의 입을 즐겁게 했다. 매력적인 맛이다.


 식당을 나와 너른 밭을 향해 눈을 감으니 바람에 흔들리는 메밀꽃이 보인다. 여름밤이었으면 이효석 작가가 묘사한 대로 달빛을 받아 소금을 뿌린 듯 흔들리는 메밀꽃을 보았을 것이다.


 다음날 아침에 새소리를 들으며 일어났다. 밖으로 나서니 쏴한 산 공기가 느껴진다. 아직 청태산을 즐길 시간은 많이 남았다.

 

 집으로 오는 길에 횡성의 명물인 안흥 찐빵을 맛보았다. 아내가 건네주는 커피와 함께 하니 맛이 기특했다.


 10월이 가기 전에 주왕산 주산지를 둘러볼 예정이다.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가을을 느껴 볼 생각이다. 3시간 코스의 주왕산 탐방로와 물속에 뿌리를 내린 왕버드나무와 어우러진 주산지 호수 풍경이 기대된다.


10월은 산에 오르기 좋은 계절이다. 잘 익은 단풍을 즐기려면 시간을 내야 한다. 그럴만한 가치가 넉넉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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