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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가족 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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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류산 Nov 21. 2022

아들의 꿈은 영화감독이다

작은 아이는 공군 헌병으로 군대를 마치고 대학 4학년이 되었다.

아들의 전공은 경제학인데 꿈은 영화감독이다.


아빠가 워싱턴에 근무하는 기회를 살려 미국 대학에 교환학생으로 왔다.

뉴욕 롱 아이랜드에 있는 뉴욕 주립대학 스토니 브룩이다.

이 대학을 선택한 것은 영화 관련 시네마 학과(Department)가 있기 때문이란다.


안식년을 얻어 먼저 도착한 아내와 함께 워싱턴 델레스 공항으로 마중을 나갔다.

오랜만에 아들을 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설렜다.

버지니아 맥클린 집에 도착 후 기숙사 입주하는 날까지 열흘 정도 함께 지냈다.

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니 행복했다.


주말에 아들과 함께 아나폴리스에 있는 게요리 집 '해리스 크랩'을 찾았다.

블루크랩 12마리를 망치로 두드려가며 먹어치웠다.

수북하게 게 껍질을 쌓아놓고 “아빠 덕택에 잘 먹었습니다.”하고 밝게 인사하는 아들이 사랑스러웠다.


워싱턴 대통령이 살았던 마운트 버넌에 들렸다. 오는 중에 누군가 짬뽕을 먹고 싶다 해서 버지니아에 있는 한국촌 아난데일 중국집에 갔다. 배도 조금 고프고, 왕성한 아들의 식욕을 고려해 삼선짬뽕과, 짜장을 모두 곱빼기로 시키고 탕수육도 대자(큰 것)로 시켰다.


주문한 음식이 나왔는 데 기절할 뻔했다. 탕수욕 하나만 해도 아내와 아들 그리고 나, 세 사람의 배가 찰 정도였다. 짬뽕과 짜장의 그릇은 거의 세숫대야였다. 기가 막혀 키득키득 웃으면서 먹기 시작했다.

그래도 짜장과 짬뽕은 다 먹었다. 결국 남은 탕수육은 집에 싸가지고 왔지만.....


집 근처에 포트맥 강가의 폭포 지역을 감싼  ‘그레이트 폴 (Great fall)' 국립공원이 있다. 버지니아 주와 메릴랜드 주의 경계인데 연간 입장권을 끊어 아내랑 주 3회 정도 산책하는 곳이다. 우리는 함께 강과 폭포를 따라 산책했다. 지난번 아내와 함께 들려 아들이 미국에 오기 전에 사진 메시지를 보냈던 바로 그 폭포였다. 그때 아들이 말한 '물살이 영화네...' 하던 현장을 함께 즐겼다.


워싱턴의 박물관과 미술관을 즐긴 아들과 아내를 퇴근길에 픽업한 후, 집으로 가기 위해 루스벨트 다리를 건넜다. 아들은 워싱턴과 버지니아주를 연결하는 루스벨트 다리 아래에 있는 매력적인 섬을 찾아내고 가보자고 하였다. 어떻게 작은 섬이 눈에 들어왔는지 물었다. 아들은 대학 3학년 때 한 학기를 휴학하고 영화판에 뛰어들어 연출팀 막내로서 장소 헌팅을 다닌 덕택이라고 하였다. 아내와 나는 아들과 함께 무인섬을 탐사했다. 섬이 무척 아름다웠는데 아들은 해가 넘어가기 직전의 빛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고 했다. 이 시간이 영화 촬영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대라고 알려주었다.


버지니아에서 아들의 학교가 있는 뉴욕의 롱아일랜드까지는 7시간 정도 걸린다.

이불 등 아들의 짐이 많아 1박 2일 일정으로 학교에 데려다 주기로 했다

휴가를 내고 아침 일찍 출발하기로 한 날에 미국 동부지역에 폭설이 쏟아졌다.

회사에서 출근은 위험하니 재택근무하라는 긴급 메시지가 왔다.

그날 출발을 포기하고 다음날 데려다주고 당일 바로 내려오기로 했다.


원래는 아들하고 롱아일랜드 일대를 관광할 예정이었는데 하루가 단축되어 오래 머물 수가 없었다.

왕복으로 꼬박 14시간을 운전했다. 몸이 마음같이 젊지는 않았다.

온몸이 누구에게 맞은 듯하고 눈의 피로도 며칠 동안 계속되었다.


아내는 기숙사 침대의 시트와 이불을 깔아주고 옷이며 짐 정리를 해주었다.

아들이 누워 잘 침대에 한번 누워보았다. 침대가 단단하여 허리가 빠지지 않았다.

아내 보고도 한번 누워보라고 권했다.

아들과 깊은 허그를 하고 아쉬운 마음으로 헤어졌다.


버지니아 집에 돌아오는 길에 휴게실에 들리어 쉬고 있는데,

아들이 무사히 도착했는지 안부 전화를 했다.

아내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제법인데......”





(사진 출처)

https://kr.freepi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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