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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류산 Dec 20. 2022

‘올빼미’는 어떤 영화인가?

 영화감독은 노련하고 영리했다

 사극 영화가 나왔다. '올빼미'다. 봐야 하는데 데 못 보고 있다고 아들이 말했다. 나도 그랬다. 역사물을 다룬 장르는 나의 영화 선택지의 상단에 위치한다. 우리 부부는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하면, 거의 개봉 일에 영화관을 찾는 편이다. 안타깝게도 최근 타율이 좋지 않았다. 연속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한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오면서 아내가 말했다.

 “다음번에는 사람들의 평을 들어보고 검증이 된 영화를 보는 게 좋겠어.”


 올빼미가 예상대로 좋은 영화라는 평을 확인했다. 그럼에도, 꽤 늦어서야 극장을 찾았다. 이런저런 일로 시간을 못 내었는데, 아바타가 등장하자 순식간에 상영관을 모두 차지하였다. 올빼미가 곧 극장에서 내릴까 걱정되었다. 아내와 나는 더 늦기 전에 마음먹고 주말 오후 시간을 내어 극장을 찾았다.

  

 러닝타임 두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극장을 나온 아내도 영화가 재미있어 몰입해서 봤다고 했다.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이 더해진 훌륭한 영화였다.


 올빼미의 손익분기점은 관객 수 210만이라고 했다. 다소 놀랐다. 사극은 제작비가 많이 든다는 통념이 있다. 다양한 세트장 설치, 많은 출연자..... 손익분기점을 넘기려면 최소 3백만 이상은 극장을 찾아야 한다는 게 알려진 이야기다. 영화 제작에 투자 유치가 어려운 장르가 역사 영화이다. 역사물이 극장에 걸리면 반갑게 찾아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감독은 어떤 사람인가?

 영화를 보면서 감독이 노련하고 영리하다고 생각했다. 안태진 감독은 영화계에 몸담은 지 20년이 넘었다고 들었다. 올빼미는 그의 데뷔작이지만 필요 없이 돈이 많이 드는 씬은 거의 없었다. 영화는 조선시대 사극이 종종 보여주는 그 흔한 시장 풍경도 없었다. 감독은 시나리오 작성 과정에서부터 비용을 고려하여 이야기 전개상 필요 없는 배경은 철저히 지워나간 듯했다. 촬영도 효율적으로 했다. 크랭크인 한지 거의 3개월 만에 촬영을 마쳤다. 적은 투자로 효과를 극대화할 줄 아는 지능적인 감독이다.


 배우들의 연기는 어땠나?

 유준열과 유해진 배우가 주연을 맡았다. 믿고 보는 배우들이 아닌가. 두 사람은 ‘택시운전사’, ‘봉오동 전투’에서도 이미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다.   


 맹인 침술사 천경수로 등장하는 유준열 배우는 대단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맹인으로 연기한다는 것은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눈과 눈동자를 거의 못쓰는 것을 의미한다. 장기로 치면 차나 포를 떼고 게임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러한 핸디캡을 가지고도 유준열은 맹인 침술사의 연기를 관객들에게 훌륭하게 보여주었다.

 

 인조 역을 맡은 유해진, 왕이 된 유해진?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 조합이다. 웃음기를 빼고 임금 역할을 하는 그의 연기는 놀라운 탄성이 나오게 했다. ‘왕의 남자’에서 광대로 나온 그를 왕으로 출연시킨 일은 대단한 발상의 전환이었다. 감독이 17년 전 ‘왕의 남자’ 조감독이었을 때 유해진을 만났다.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서 유해진을 왕의 역할로 점찍었다면 대단한 착상이다.

 

 최근 한국 영화나 한국 드라마가 세계에서 통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주연과 조연은 물론, 단역까지도 연기가 어색한 배우가 없다는 것이다. 올빼미는 이것을 그대로 잘 보여주었다. 어의 이형익으로 나온 최무성, 소현세자로 나온 김성철, 세자빈 조윤서, 소용 조씨 안은진...... 모두 역할을 잘 소화했다. 10살 된 원손으로 나은 아역배우 이주원의 연기도 흠잡을 데가 없었다.


 영화가 주는 메시지?

 영화 포스터에 잘 드러난다. 인조 유해진은 맹인 침술사 유준열의 한쪽 눈을 가리고 있다. 영화의 메시지를 의미심장하게 보여주고 있다. 맹인 침술사 유준열은 “저희같이 천한 것들은 봐도 못 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라고 영화 속에서 말한다. 정의가 살아있지 않은 세상에 억압받는 사람들의 생존술이다. 공정하고 투명한 세상을 갈구하는 울림이다.


 개연성?

 한 모임에서 참석자 중 한 분이 올빼미 영화를 보았다고  했다. 영화는 무척 재미있었지만 아쉬움이 있었다고 했다. 어느 순간 역사에 저런 것은 없는 데 하는 개연성을 생각하니 몰입이 깨졌다고 했다.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역사 영화를 보러 가는 관객은 영화의 성격을 잘 파악하고 들어가야 영화의 재미를 온전히 누릴 수 있다. 지금 보는 영화가 역사를 옮긴 영화인가, 아니면 단지 역사를 배경으로 삼은 영화인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올빼미는 후자다. 역사를 옮긴 영화가 아니라, 역사를 배경으로 삼아 상상력을 펼친 영화다. 그렇게 인식하면 개연성의 잣대를 굳이 정밀하게 들이댈 필요가 없다.

 

 다만 역사를 배경으로 삼았으니 그 시대에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봐주기 힘들다. 나도 이 영화에서 이러한 장면을 딱 한 장면 발견했는데 굳이 밝히고 싶지는 않다. 그 장면이 영화의 몰입을 크게 방해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영화 ‘올빼미’는 역사를 옮긴 영화가 아니므로 영화적 상상력과 재미에 몸을 맡겼다. 영화를 안 보신 분이면 이 장면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옥에 티?

 굳이 아쉬움을 말하자면, 가끔 배우들의 대화가 또렷하지 않아 곤란했다. 명확한 옥에 티는 맹인 침술사를 가까이서 돕는 역할을 하는 박명훈(만식 역)의 목소리 톤이 어느 순간 갑자기 달라진 순간이다. 아마 후시 녹음을 하면서 목소리 톤의 흐름을 놓친 듯하다. 영화 몰입을 방해한 아쉬운 장면이었다.   


 영화가 끝나고 저녁시간이 되어 극장의 빌딩에 있는 샤부샤부 집을 찾았다. 오랜만에 뜨근한 버섯 샤부샤부를 먹으며 아내와 영화 이야기를 나누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창가에 비치는 영하로 내려간 겨울 날씨는 남의 나라 이야기 같았다.







(사진출처: 영화 광고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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