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전 2009년 우리에게 다가온 아바타는 혁신적인 기술로 신드롬을 일으키며 세계 흥행 순위 1위를 기록했다. 약 3조 8,500여 억 원을 전 세계 극장에서 벌어들였다. 국내 개봉 당시 외화 최초 천만 관객을 넘기며, 천삼백만 이상이 극장을 찾았다.
아바타 1편은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탔을까?
아바타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을 받았으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불운했다. 그해 여성 감독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이 만든 이라크에서 활동한 미 육군 폭발물 처리반의 이야기인 <허트 로커: The Hurt Locker>와 아카데미상 9개 부문에서 경쟁하였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받은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등 주요 부문의 상은 <허트 로커>에게 뺏겼다. 단지 작품의 영상 부분만 높이 평가되어 촬영상, 미술상, 시각효과상을 수상하였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에게는 아쉬운 결과였다. 경쟁한 캐서린 감독이 전처이니 그래도 덜 아쉬웠을까?
사연이 많은 아바타 1편을 본 지 13년 만에 <아바타: 물의 길>을 드디어 보았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56세 때 아바타를 만들었고, 올해 69세의 나이가 되어 아바타 2편을 내놓았다. 60세의 시고니 위버도 73세의 나이가 되어, 14살 키리를 연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칠십이 넘은 시고니 위버가 웃으면 당연히 주름이 질 것인데, 14세의 여자 아이가 웃은 것처럼 표현한 CG 작업에 찬사를 보낸다. 영화가 감독의 말처럼 5편까지 나온다면 80세가 넘은 시고니 위버의 연기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
보아야 할까?
생애 이런 영화를 얼마나 자주 볼 수 있을까? 제작비가 3억 5,000만 달러, 원화로 약 4,555억 2,500만 원이 들었다고 했다. 러닝타임이 192분이니, 분당 제작비는 약 23억 7천만 원이다. 우리나라에서 이 돈이면 상업영화 하나 찍을 수 있다. 초당 제작비를 계산하면 1초당 약 4,000만 원을 쓴 셈이다. 이런 영화를 15,000원에 보는 것이다. 놓치지 말고 무조건 시간을 내어 극장을 찾아야 한다. 수지맞는 영화다. 엔터테인먼트를 즐기기에 영화 관람이 가장 가성비 좋다는 믿음을 확인해주는 영화다.
영화는 어땠나?
아바타 1편은 혁명적이었다. 1편이 주는 참신한 충격과 경이로움을 두 번째 보면서 똑같은 감정을 이어 느끼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아바타 2편도 기대한 대로 엄청난 영상에 볼거리가 압도적인 영화였다. 이 영화에 더 이상 욕심을 내기는 어렵다. 비록 만오천 원을 내고 본 영화이나, 우리의 기대는 하늘을 찌른다. 아내의 말대로 관객들을 3시간 이상 집중하게 하려면, 영상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드라마틱한 스토리의 전개로 관객의 시선뿐만 아니라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아바타 2편은 엄청난 볼거리에 비해 그런 점에서 관객의 높은 기대에 못 미쳤을 수 도 있다. 물론 영화의 전체 퀄리티를 생각하면 과한 욕심이다.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아바타: 물의 길> 영화 속 장면은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것들에 대한 경외심을 가지게 한다. 기후변화와 환경, 자연과의 공존 등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에 엄중한 화두를 던진다. 지구가 탄생하고 지금까지 지속한 나이는 약 45억 년이라고 한다. 지구라는 행성에서 인간이 살아온 시간은 얼마일까? 인간이 지구에 살기 시작한 것은 길어야 약 20만 년 전이라고 하니, 지구 나이의 고작 1/22,500에 지나지 않는다. 지구의 생존시간에 0.00044%에 불과하다.
많은 생물들이 인류가 지구에 정착하기 전에 살다가 사라져 갔다. 그들은 갔지만 지구를 망가뜨리지 않았기에 남은 생물과 다시 나온 생물들이 지구에서 살 수 있었다. 인류는 지구의 주인이 아니라 손님이다. 손님답게 지구에 생존하는 동안 잘 쓰고 조심히 살아야 한다. 영화 속 인류는 지구를 망가뜨려놓고 아름다운 행성인 판도라에 정착하려고 한다. 지구를 병들게 하고 또 다른 행성을 넘보다니! 할 수만 있다면, 병든 지구를 고치고 살려서 살고, 판도라를 그만 내버려 두라고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