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교섭>, 목숨을 구하려면 목숨을 걸어야한다
2023년 계묘년 설 연휴 첫날이다. 설 명절은 영화 보기 좋은 때이다. 오늘 날짜에 맞추어 황정민과 현빈이 출연하는 <교섭>을 예약해 두었다. 보아야 할 영화 리스트에 <교섭>이 일찌감치 들어와 있었던 이유는 영화 <인질>에서 인질이 되어본 황정민과 <협상>에서 인질범으로 나오는 현빈의 조화가 기대되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리틀 포레스트>를 만든 임순례 감독의 영화가 아닌가.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극적 긴장감을 고조시키며 관객을 영화 속에 빠지게 했다. 초반이 지나 본격적으로 영화가 전개되면서 관객이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도록 끌고 가는 힘이 있었다. <교섭>은 감독의 연출이 돋보인 영화였다. <리틀 포레스트>를 즐겨본 경험으로 이번 영화는 매우 다른 장르이기에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했다. 기대이상이었다.
황정민과 현빈 배우의 연기는 믿고 보는 것이지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알게 된 강기영 배우의 연기에 엄지 척을 했다. 강기영 배우는 <교섭>에서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 주었다.
사막의 무수한 별을 즐기며 하룻밤을 지낸 경험이 있던 와디럼 사막을 보고 요르단에서 해외 로케이션 촬영임을 알아차렸다.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얼마나 고생했을지 눈에 선하다. 더구나 코로나 시기가 아닌가. 요르단의 산악지대는 아프가니스탄의 산악지대를 표현하기에 적절했다. 첫 장면에서 아프가니스탄의 산악지대를 힘들게 올라가는 버스 한 대. 오래되고 낡은 버스라 가파른 고갯길을 올라가는데 힘이 부치는 듯 검은 매연을 내뿜었다. 곧 이은 탈레반의 납치 씬. 첫 장면부터 리얼하게 묘사되어 영화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최고의 장소 헌팅이자 연출이었다.
영화 <교섭>은 국가와 공무원이 국민에 대한 책무가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국민의 종, 공복(公僕)이라 불리는 공무원, 영화 속 공무원 황정민과 현빈은 어떤 상황에서도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위험에 빠트리면서까지 고군분투한다. 영화는 국민의 생명이 위험에 처했을 때 국가는 어떤 자세로,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영화를 보고 나서 자연히 드는 감정. 영화 밖의 현실은 어떤가? 국민의 생명을 지킨 공무원의 미담을 우리는 얼마나 가졌는가.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는 일은 현재진행형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암시하듯, 이런 일은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늘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영화가 손익분기점을 넘기려면 대략 300만의 관객을 넘겨야 한다고 한다. 설명절 연휴를 맞아 찾은 극장은 기분 좋은 만석이었다. 많은 관객이 영화관을 찾아 감독과 배우, 스태프들의 노고가 보상을 받았으면 한다.
영화가 끝나고 아내와 함께 설에 아이들과 먹을 디저트를 사기 위해 빵집에 들렀다. 빵집의 베스트 빵은 싱싱한 사과모양으로 만든 사과빵으로 특허도 받았다고 한다. 줄을 서서 사과와 똑같이 생긴 빵 6개가 담긴 사과빵 박스를 사서 집으로 돌아오니 설 연휴 첫날을 잘 보낸 기분이다.
(사진 출처: 영화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