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추억을 소환하다
2023년 계묘년 설 연휴 세 번째 날이다. 설날에는 아이들과 손자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화상통화를 통해 미국에서 공부하는 며느리의 세배도 받았다. 멀리 떨어져 있는 며느리에게 절을 받고, 새해 축원을 마음껏 할 수 있어 기분이 좋았다. 신박하고 유쾌한 경험이었다. 오늘은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보러 집을 나섰다. 보아야 할 영화 리스트에 일찌감치 들어와 있었던 이유는 두 아이들과 가꾸어 온 소중한 추억을 연장시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이미 성인이 되었지만, 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 주말이면 과자를 잔뜩 사놓고 하루 종일 같이 만화를 보았다. 특히 비 오는 주말, 아이들과 놀러 나가기에 애매한 날씨에는 집에서 만화 보기를 즐겼다. 부자유친에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을까? 아이들하고 함께 스토리에 흥분하고, 다음 편을 기다리고 아빠와 아들이 공통의 화제를 가지고...... 그때 그 시절 가장 인기 있던 만화 중의 하나가 슬램덩크였다.
슬램덩크는 캐릭터 한 사람 한 사람이 매력적이고 메시지도 강했다. 강백호, 서태웅, 채치수, 송태섭, 정대만, 안 감독님...... 아이들은 물론 나도 흠뻑 빠져들었다. 지금도 우리 집 책장에는 슬램덩크 전 시리즈가 한 권도 빠지지 않고 소중한 보물처럼 꽂혀있다.
충무김밥과 뜨끈한 수제비로 배를 채우고 극장에 들어서니 우리 부부가 제일 나이 많은 커플인 듯했다. 마지막 장면이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랐으나 거의 3분지 1일의 관객은 그대로 앉아 있었다. 무언가 영화에 감동을 느끼며 경의를 표하는 듯했다.
극장 밖을 나오며 아내는 만족스러워했다.
“너무 재밌다! 결과를 알면서도 손에 땀을 쥐었고, 마지막 장면은 묵음 처리로 긴장감이 고조되었어.”
“첫 장면, 애들이 하나씩 걸어 나올 때 굉장히 멋있더라.”
“작가 이노우에에게 애들이 반할만해. 배가본드도 좋아했잖아.”
아이들과 함께 일본 여행을 하면서 슬램덩크의 고장인 가마쿠라를 방문한 일이 있었다. 만화의 첫 장면에 강백호가 가방을 한 손으로 둘러메고 등장하는 전차길 건널목, 만화의 엔딩 씬에 강백호와 서태웅이 조우하는 가마쿠라 바닷가, 그리고 만화 속 북산고인 가마쿠라 고교.....
가마쿠라 고교에 가니 마침 학생들이 하교를 하고 있었다. 센터 채치수, 포인트가드 송태섭, 파워포워드 강백호, 포워드 서태웅, 슈팅가드 정대만이 학생들과 섞여 내려오고 있었다.
슬램덩크 영화는 수십 년의 세월 속에 아이들과 쌓아왔던 귀한 추억들을 소환했다.
(사진 출처: 영화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