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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류산 Jan 26. 2023

빛나는 목요일 밤

 매달 세 번째 목요일은 안양 공방에 가는 날이다. 그곳에 가면 인간이 사랑하고 즐길 거리가 모두 갖추어져 있다. 인류가 창조한 아름다운 것이 무엇인가. 음악이며 미술이고 이를 종합한 오페라며 발레고 영화다. 공방에 가는 날은 인류의 귀한 자산을 즐기려 가는 길이다. 커피와 클래식 음악, 미술과 사진, 영화와 뮤지컬, 오페라와 발레를 만난다. 공방은 홈시어터가 있어 영화는 물론, 클래식 연주와, 오페라와 발레 공연을 DVD를 통해 스크린으로 즐기기에 최고의 장소다.


 공방에 모이는 회원은 1막 인생을 바쁘게 살고 이제 모두 2막 인생에 들어간 분들이다. 열심히  부지런하게 살면서 놓친 게 많았다. 앞으로는 여유를 가지고 아름다운 대상을 가까이 두고 살 일이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꽃을 찬찬히 살피고 즐길 때이다. 꽃은 보기만 해도 좋지만, 이름을 알면 더 정겹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그래서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맛을 더하고, 꾸준히 오래 보아야 즐거움을 더한다.

  

 지난 12월 연말 모임은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을 감상했다. 교향곡에 인간의 목소리를 사용하다니. 합창의 초연을 본 당시 청중들은 깜짝 놀랐으리라. 바그너는 베토벤의 합창을 두고, ‘향후 누가 교향곡을 쓸 것인가? 교향곡에 더 이상의 진보는 없다’고 하였다. 완벽한 교향곡에 대한 찬사였다.


 비엔나 필이 크리스티안 틸레만의 지휘로 황금홀에서 공연한 실황 전곡을 스크린을 통하여 한 시간 넘게 즐겼다. 비엔나 필은 지휘자의 능력이 오케스트라의 역량을 좌우한다는 생각을 거부한다. 이런 이유로 비엔나 필은 상임 지휘자를 두지 않고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투표를 통해 지휘자를 초정하여 공연을 한다.


 합창은 베토벤이 완전히 귀가 멀었을 때 작곡한 교향곡이다. 깨끗한 화면에 새로 구비한 오디오 덕분으로 최상의 컨디션으로 공방 1열에서 관람을 했다. 드디어 4악장. 악장 첫머리의 격렬한 팡파르가 재현되면서 갑자기 끊기다가, 베이스가 노래를 부른다. 지금까지의 소리는 소리도 아니라고 노래한다.


 "오 친구여, 이런 소리가 아니다! 더욱 즐겁고 희망찬 노래를 부르자.”

 그러면서 환희의 송가가 터져 나온다.

 “서로 껴안아라, 만인이여!

 전 세계의 입맞춤을 받으라!

 모든 인간은 형제가 되노라......”


 베토벤의 합창은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시기에 음악 애호가들이 가장 듣고 싶어 하는 교향곡이다. 회원들은 합창의 감동을 가슴에 품은 채, 연말과 새해 인사를 나누며 공방을 나섰다. 회장님은 회원들에게 이디오피아산 커피와 과테말라산 커피를 적절히 배합하여 정성스럽게 볶은 커피 원두와 찬물에 내린 콜드브루 더치커피를 싸 주셨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환희의 송가를 익숙한 버전으로 읊조려본다.


 “기뻐하며 경배하세 영광의 주 하나님

 주 앞에서 우리 마음 피어나는 꽃 같아

 죄와 슬픔 사라지고 의심 구름 걷히니

 변- 함 없는 기쁨의 주 밝은 빛을 주시네.”




(일러스트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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