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만한 영화, ‘대외비’
원래 세상은 더럽고, 인생은 서럽다
주말을 즐기기 위해 아내와 함께 영화예약을 했다. 무슨 영화를 봐야 할지 영화예매순위를 살폈다. 놀랍게도 예매 순위 10위 안에 한국영화가 두 개밖에 없었다. 일본 만화 영화 세 개가 나란히 1위, 3위, 4위를 차지하고 임영웅의 콘서트 다큐가 2위를 차지하였다. 한국영화 중에서 제일 앞선 것은 5위의 대외비였다. K-무비가 세계를 호령한다는데, 어찌 된 일인가.
영화예매를 마치고 저녁식사할 장소도 정했다. 지난번 영화를 보고 해물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에서 식사를 했는데 동해안 바닷가 근처에서 먹는 듯 바다의 풍미를 즐겼다. 아내와 나는 다시 그 식당을 찾기로 했다.
영화는 1990년 대 부산을 배경으로 한 권력과 탐욕의 정치세계를 풍자한 이야기다.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을 비롯하여 재미있고 인상적인 장면이 많았다. 아슬아슬한 긴장감과 반전에 반전도 즐겼다. 연결이 다소 매끄럽지 못한 부분도 있었으나 어찌 영화가 완벽할 수가 있나. 배우들의 연기가 영화를 잘 살렸다. 조진웅, 이성민, 김무열 배우가 서로 강점을 드러내며 멋진 연기를 보여주었다. 단역으로 나온 배우들도 실감 나게 연기를 잘했다.
이원태 감독은 불의한 자가 승리하여 득의만만해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한다. 영화는 정치하는 사람이나 그들을 위해 일하는 깡패나, 법을 집행하는 검사나 모두 썩은 놈들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다 같이 법을 어기는데 먼저 표적이 되는 조폭이 오히려 불쌍해 보인다. 권순태(이성민 역)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악마의 거래를 통해 국회의원 배지를 단 전해웅(조진웅 역)에게 당부한다. “국민만 보고 정치해라.”
부조리가 만연하고 정의가 실현되지 못하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 대사를 통해 권순태가 관객들을 비웃는다.
“몰랐나? 원래 세상은 더럽고, 인생은 서럽다.”
영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것을 보며 권순태의 말을 곰곰이 씹어보았다. 얼마 전에 지인이 한 말이 권순태의 말과 겹쳤다.
“정치인이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직업이라는 것은 글로만 남아있는 것 같다. 정치인은 자신의 당선이 지상 최고의 목표이고 당장 당선과는 거리가 먼 국익이나 정의, 국민들의 삶은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이것은 보수건 진보건 똑같아 보인다. 어차피 같은 직업인데 왜 당을 나누고 있는지 도통 모르겠다. 어차피 접근하는 방식과 떠드는 말이 다를 뿐 하는 짓들은 똑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