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가족 수첩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두류산 Mar 27. 2023

거장의 탄생을 엿보는 영화, <파벨만스>

스필버그가 거장 존 포드 감독을 만난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자전적 영화가 나왔다고 해서 영화관 예약을 시도했다. 영화계에 뛰어든 아들을 둔 우리 부부로서는 꼭 보고 싶은 영화다. 동네 근처에 영화관이 없어 대개 전철에서 4개역을 타고 내려 롯데백화점 건물에 있는 롯데시네마 영화관에 자주 간다. 다채로운 식당가가 있어서 영화 보기 전후에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어서 좋다. 영화 <파벨만스>는 상영관이 적었다. 우리가 자주 가는 롯데 시네마 멀티극장에서는 볼 수 없었다. 다른 전철역 인근의 CGV에서 상영하는 것을 보고 일요일 오후 시간에 맞춰 예약했다. 그곳 극장에도 가끔 들리는데 근처에 샤브샤브를 잘 하는 식당이 있다.  


 상영시간 2시간 반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스필버그가 영화감독이 되기 전 자신의 청소년기에 겪었던 일들을 그대로 담았다. 스필버그는 어릴 적부터 가족과 친구들의 영상을 찍으면서 영화감독의 꿈을 키웠다. 아내도 영화를 재미있게 보았다.

 “스필버그가 인생을 정리하는 영화를 만들었구나 싶네. <ET>나 <쥬라기 공원> 같은 허구가 아닌 자신의 비극적인 가정사나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한 사실을 그대로 드러내는 이야기를 만들었으니.....”


 실제로 스필버그의 아버지는 GE의 컴퓨터 엔지니어였고, 어머니는 피아니스트였다. 두 사람은 스필버그가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혼했다고 한다. 듣기로는 의상 디자이너가 스필버그의 부모 역을 맡은 폴 다노와 미셸 윌리엄스에게 의상을 입히고 스필버그에게 보이니, 스필버그는 친부모가 눈앞에 있는 것만 같아 울음을 터트렸다고 한다.


 영화의 극본은 스필버그 감독의 첫째 여동생이 1999년에 이미 구상했던 것인데, 부모님이 상처를 받을 것이 염려되어 거의 20년 동안 잠자고 있었다.  어머니인 레아 아들러는 2017년, 아버지 아놀드 스필버그는 2020년 8월에 작고했는데 영화 시나리오 작업은 그 후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 이후 스필버그는 완성된 시나리오를 여동생들에게 보내며,  시나리오 내용에 거부감이 있는 동생이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각본을 폐기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샤브샤브 식당에서 주문을 마치고, 아내가 영화 속을 거닐며 말했다

 “토네이도 장면에서 나랑 비슷한 사람이 있구나, 생각했어.”

 스필버그가 어린 시절, 토네이도가 마을에 들이닥쳤는데 엄마가 급히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토네이도를 찾아 나섰다. 위험을 무릅쓴 호기심!  엔지니어라 피아니스트의 감성적인 엄마와 달리 이성적인 사고를 하는 아빠는 엄마를 말리지도, 그렇다고 따라나서지도 못했다.

  

 아내가 스필버그의 엄마랑 자신과 유사하다고 생각한 것은 한 밤중 모험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십수년 전 서울에 엄청난 폭우가 내려 우면산 산사태가 난 적이 있다. 우리 아파트에서 한 블록 떨어진 아파트에 큰 바윗돌이 아파트 3층의 거실을 덮치는 등 엄청난 사고가 났다. TV에서는 우면산에 묻어둔 목함지뢰가 이번 산사태로 유실되어 도로로 내려갔으니 근처 출입을 금한다고 했다. 아내는 산사태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해  하며 현장에 가보자고 했다. 나는 아내의 위험을 무릅쓴 호기심에 감탄하며  따라 나섰다. 한밤중에 거리가 차단되어 차도 사람도 다니지 않은 도로를 따라 걸었다. 다행히 가로등의 불빛으로 목함지뢰를 살피며 걸을 수 있었다. 산사태의 결과는 참혹했다. 어떻게 된 셈인지 2층 건물에 자동차가 박혀있었고, 산 밑의 아파트는 산사태로 창문이 깨진 채 암흑에 덮여있었다. 이런 엄마의 호기심이 스필버그의 엄마처럼 아들을 영화판에 뛰어들게 한 DNA인가 싶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아카데미 감독상을 네 번이나 받은 세기의 명감독인 존 포드를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모든 일은 이유가 있다고 스필버그의 엄마가 늘 말했듯이, 스필버그가 거장 감독을 만난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마지막 엔딩 크레딧에 어머니인 ‘레아를 위하여’ 라는 문구를 보고 울컥했다. 왜 가슴이 뭉클했는지는 영화를 보아야 알 수있다.




(사진출처: 영화 포스터)


매거진의 이전글 볼만한 영화, ‘대외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