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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류산 Apr 09. 2023

부산중앙고는 슬램덩크의 북산고, 영화 <리바운드> 리뷰

 큰아이가 영화 <리바운드> 시사회를 보고 왔다. 작은 아이가 물었다.

 “형, 영화 어땠어?”

 “처음에는 B급 감성이다 했는데, 갈수록 갠춘.”

 “오, 굳! 많이 보면 좋겠네.”

 “그러게. 한국영화 활성화를 기원!”

 둘째 아이가 따라 외쳤다.

 “기원!”

 나도 두 아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엄마 아빠도 한국영화 활성화에 동참할 예정이다.”

 둘째 아이가 반가운 기색이다.

 “오, 리바운드 보러 가실 거예요?”

 “그러려고.”

 “구욷!”

 “이선균 배우 나오는 영화 ‘킬링로맨스’도 볼 예정이야.”

 “굳굳입니다!”


 토요일 오후, 아내와 함께 극장에 갔다. 만원은 아니더라도 거의 좌석이 채워져 보기에 좋았다. 옆자리에 6살 정도의 여자아이가 엄마랑 같이 왔다. 보기는 좋았으나 영화를 즐기기에는 너무 어리지 않을까 생각하였다.

 

 부산중앙고의 첫 번째 시합 상대는 용산고인데 농구 대통령 허재의 아들인 허훈이 등장했다. 소름! 이건 만화가 아니었다. 실화였다. 용산고에 처참하게 진 스코어에서 몰수패까지 당하고 절치부심, 부산중앙고는 리바운드의 기회를 잡기로 한다.


 다음 해 전국대회에 출전한 부산중앙고는 주전 선수 한 명이 큰 부상을 입자, 그동안 출전하지 못하고 만년 벤치를 지키던 식스맨인 재윤이 출전하였다. 그가 4강전에서 생애 첫 공식경기 점수를 내고, 계속 삼 점 슛을 성공시킬 때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서 산왕을 상대로 정대만의 연이은 삼 점 슛, 강백호가 ‘왼손은 거들뿐’ 하며 넣는 승부를 결정짓는 슛처럼 감동적이었다.


 리바운드(rebound)는 슈팅한 공이 링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링이나 백보드에 맞고 튀어나오는 일을 말한다. 시도한 슈팅이 실패로 끝났으나 다시 한번 기회를 얻는 것이다. 농구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졌으나 실패하고 주목받지 못한 젊은 코치와 선수들의 열정과 도전, 그리고 기적 같은 성취를 담은 영화에 보는 사람의 심장을 뜨겁게 한다.  ‘리바운드를 지배하는 자가 경기를 지배한다.’는 슬램덩크의 대사가 있다면, 이 영화는 ‘인생은 실패에 꺾이지 말고 다시 재도전의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준다. 또한 무슨 일이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즐기면서 한 번이라도 더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 일인지 보여준다.


 극장분위기도 좋았다. 군데군데 웃음이 터졌다. 영화가 끝나자 박수가 나왔다. 안재홍 배우의 연기는 역시 엄지 척이었고, 선수 역을 맡은 배우들은 실제 농구선수처럼 공을 가지고 움직였다.  영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전에 실제 주인공들의 모습과 배우의 모습을 일치시켜 클로즈업시킬 때 놀라운 싱크로율에 입이 벌어졌다. 실제 선수와 비슷한 얼굴과 체형을 가지고 농구선수 못지않은 실력을 갖춘 배우라니. 좋아하는 농구를 한 게임이라도  더하고 싶어 하던 이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어떻게 되었을까. 코치는 대학코치와 국가대표 코치가 되고, 선수들 대부분이 프로농구단에 입단하였다는 소식을 자막으로 보여주었다. 훈훈한 마무리였다.


 극장을 나서는 관객들은 밝은 모습이었다. 아내는 극장을 나오며 영화를 본 소감을 말했다.

 "앞부분은 약간 산만하고 부산사투리가 어색했지만, 갈수록 재미가 있는 영화였어. <더 퍼스트 슬램덩크> 재미 이상이었어. 실화가 주는 감동 때문이었을까.”

“맞아. 실화라서 더 감동적인 영화야. 슬램덩크보다 더 만화 같은 이야기야.”

 영화에 적극 반응하며 즐기던 아이의 모습이 생각나 미소가 나왔다.

“옆 좌석 꼬마 아이도 영화 재미있게 보더라.”

“그러게.”


 장항준 감독에게 <리바운드>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영화로 보인다. 장항준 감독을 알게 된 것은 <라이터를 켜라>라는 영화를 보면서부터였다. 그 뒤 20여 년 동안 연예프로 외에 영화로써 장항준 감독을 보지 못하다가 이번 작품으로 다시 만났다. 그가 감독인생의 리바운드를 잡도록 그의 서울예대 절친 삼총사인 장현성과 김진수도 스크럼을 짜서 도왔고, ‘알쓸인잡’에 출연하는 BTS의 리더 김남준(RM)과 물리학 교수 김상욱도 시사회에 참여하여 성원했다. 나도 영화 <리바운드>를 계기로 장항준 감독의 재기 발랄한 영화연출 인생의 라이터가 다시 한번 켜지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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