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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류산 May 02. 2023

임진왜란 전 유비(有備)면 유환(有患)이라 주창한 신하

 임진왜란은 약 7년간 벌어진 조선 역사상 최악의 전쟁이었다. 조선 군사와 백성들 100여만 명이 죽고 거의 10만 명의 백성들이 포로로 붙잡혀 노예시장에 팔려나갔다. 당시 일본의 노예 상인들은 주로 나가사키 출신이었다. 이들은 조선 백성들을 일본군으로부터 직접 사들여 주로 포르투갈 등 서양 상인에게 팔아넘겼다.  일본 승려 케이넨이 쓴 종군일기는 노예로 끌려가는 조선 백성들의 비참한 모습을 보여준다.  

 “일본에서 온갖 상인들이 조선으로 왔다. 그중에 사람을 사고파는 자도 있었다. 그들은 일본군 본진의 뒤를 따라다니며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사람을 사들였다. 새끼로 목을 묶은 후 여럿을 줄줄이 옭아매 몰고 가는데, 잘 걸어가지 못하면 뒤에서 몽둥이로 두들겨 팼다. 지옥의 저승사자가 죄인을 잡아들여 괴롭히는 것이 이와 같을 것이다.”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에 유비무환(有備無患), 전쟁에 미리 대비하면 걱정할 일이 없다는 대비태세가 아니라, 일어나지도 않을 전쟁을 대비하면 근심이 있다는 유비유환(有備有患)을 주창한 신하가 있었다.


 선조 24년 3월, 임금은 일본에 통신사로 다녀온 황윤길, 김성일, 허성 등을 어전에서 맞았다. 임금이 물었다.

 “눈으로 직접 보니 왜국의 정세는 어떠하였는가? 왜인이 참으로 전쟁을 일으킬 기세였는가?”

 정사(正使) 황윤길이 아뢰었다. 

 “부산에 도착하자마자 먼저 글로 소상히 아뢴 바와 같이, 반드시 병화(兵禍, 전쟁으로 말미암은 재앙)가 있을 것으로 사료되옵니다.”

 부사(副使) 김성일은 정사(正使)의 의견을 반박했다. 

 "윤길이 말한 사정과 형편을 신은 발견하지 못하였습니다. 윤길이 장황하게 아뢰어 민심을 동요되게 하니, 이는 매우 잘못입니다."

 선조가 물었다. 

 "풍신수길이 어떻게 생겼던가?"

 황윤길이 아뢰었다. 

 "눈빛이 반짝반짝하여 담과 지략이 있는 사람인 듯하였습니다."

 김성일은 곧바로 황윤길과 다른 의견을 내었다.  

 "그의 눈은 쥐와 같으니 족히 두려워할 위인이 못됩니다." (선조수정실록, 재위 24년 3월 1일)


 김성일은 왜 임금 앞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단언하면서 풍신수길은 경계할 필요가 없는 인물이라고 했을까? 실록에 어느 정도 실마리가 보인다.


 어전에서 물러나오면서 유성룡이 걱정하며 김성일에게 물었다. 

 "그대가 황윤길의 말과 고의로 다르게 말하는데, 만일 병화가 있게 되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시오?"

 김성일이 답했다.

 "나도 어찌 왜적이 나오지 않을 거라 단정하겠습니까. 다만 온 나라가 놀라고 민심이 의혹될까 두려워하여 한 말이지요." (선조수정실록, 재위 24년 3월 1일) 


 일본에 동행했던 서장관 허성(許筬), 무인으로 통신사 일행을 수행한 황진(黃進)은 전쟁의 가능성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졌을까? 


 허성과 황진도 장차 전쟁이 일어나리라고 생각했다. 

 “황윤길과 허성 같은 사람은 왜적들이 틀림없이 쳐들어올 것이라고 하기도 하고, 혹은 왜적들이 쳐들어오지 않는다고 보장하기 어렵다고 하기도 하였는데, 김성일만이 유독 왜적들이 쳐들어오지 않을 것이라고 하였으니 진실로 괴이하다.” (선조실록, 재위 25년 6월 28일)

 “황진을 동복(同福, 오늘날 전남 화순지역) 현감으로 삼았다. 황진은 무인(武人)으로 문자는 알지 못했으나 용기와 지략이 있었다. 김성일을 따라 일본에 다녀와 왜변이 장차 일어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매일 공무가 끝나면 곧바로 말 타기와 활쏘기를 부지런히 익혔다.” (선조수정실록, 재위 24년 12월 1일)


 그렇다면 이들은 왜 임금 앞에서 적극적으로 전쟁이 닥칠 거라는 주장을 하지 못했을까? 거기에는 조정이 동인과 서인으로 나뉘어 극렬하게 대립 중이던 당시의 정치상황과 무관하지 않았다.

  

(다음 편에 계속)


(그림 출처) 

https://ko.wikipedia.org/wi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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