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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같지 않은 첫 시

by 두류산

덮인 채 잊혔던

우물의 뚜껑을

조심스레 열던 날

우물 속 흐르지 못한 말들이

두레박 속에서 흔들렸다


한 모금, 두 모금,

천천히 길어 올린 언어들

깊이 가라앉은 단어가

세상에 나온 순간,

비로소 시인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선생님의 따뜻한 한마디

"첫 시인데 참 좋네요."

그 말이 물결처럼 스며들 무렵

뒷자리에서 툭 던지는 목소리

"첫 시일 리가 없어. 척 보면 알지."

의심일까, 칭찬일까

나는 분명 처음인데

이보다 더 큰 칭찬이 있을까?


어쩌면

내 안의 시는

이미 오래전부터

자라고 있었나 보다


사람은

누구나

시를 품고 사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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