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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by 두류산

겨울 찬바람을 이겨낸 꽃들이

조심스럽게 얼굴 내미는 길,

나란히 걷는 아내와 나

햇살은 어깨 위에

가만히 내려앉고,

아내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내 마음도 차분히 젖어든다


산책은

약속 없는 루틴

순도 백 퍼센트의 경청 시간

함께 걷는 이 길에서

우린 서로의 가장 좋은 청중이 된다

힘들 때 슬며시 건네는 박카스 한 병처럼

속 깊은 위로가 되어준다


산책은

아내와 내가 매일 들르는 태고의 우물

한 바가지 사랑과 한 바가지 존중을 채우는 시간

결혼식 축사로 아들과 며느리에게 권했다


“함께 걷거라

사랑과 존중도 산책길 위에서 피어난다

35년 세월이 알려준 비결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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