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겹 시간이
겹겹이 퇴적된 도시
멈춘 듯 흐르고
흐르는 듯 멈추는
시간이 숨을 고르는 곳
히말라야에서 태어난 강가(Ganga)
신이 된 갠지스
사람들은 바라나시로 와
몸을 담그고 죄를 씻는다
강가에 앉아 머리 깎는 이
아버지가 죽으면 아들이,
부인이 죽으면 남편이,
머리를 밀고 상주가 된다.
해가 지면,
강의 여신을 위한 불의 의식이 열린다
강 위의 배들
작은 종이 그릇에 촛불과 꽃잎을 얹고
꽃접시 디아(Dia)를 물에 띄운다
꽃불은 물결 따라 흐르며
강 위에 그림을 그린다
연기와 불꽃, 기도와 종소리
신을 부른다, 밤이 늦도록
다음 날 새벽,
어둠 속에 배를 타고 일출을 기다렸다
강물 속, 신성한 시간 속에
몸을 담근 이들이 보인다
배는 상류로,
하얀 연기 피어오르는 화장터로 향한다
누군가의 마지막 숨결이
재가 되어 공중으로 흩어진다
바라나시에서 화장되고
갠지스에 뿌려지는 것이
구원의 길이다
날마다 이백 구의 시신이
불꽃을 통해 다시 강으로 돌아간다
조금 떨어진 곳,
한 가족이 신의 물에 몸을 담근다
남자는 알몸으로,
여자는 옷을 입은 채로
죽은 자의 뼛가루 흐르는 물에
산 자는 몸을 씻고,
강물을 마시며 감격해한다
해가 떠오른다
원시의 태양이 떠오른다
갠지스 위, 붉게 물드는 하늘
떠오르는 해는 늘 벅찬 풍경이지만
배 위에서 보는 바라나시 일출은
어느 때보다 가슴을 뛰게 한다
삶과 죽음이 나란히 걷는 도시
영혼의 발걸음이 머무는 강가
그 이름을 부르는 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 울림이 들린다
그곳은 생이 처음 빛을 본 기억이거나
언젠가 다가올 마지막 숨결의 예감이다
시장 통에서 짜이 한 잔을 청한다
초벌구이 도기 잔에 담긴 뜨끈한 차
땅과 불의 온기가 전해진다
마신 잔을 던져 깨트려 흙으로 되돌리며
갠지스와 바라나시를 뒤로 한다
바라나시,
그대는 내게
죽음을 보여주어 삶을 가르쳤고
영겁을 보여주어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