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뒤로하고
아침 햇살을 어깨에 받으며
서울역에서 KTX를 타면
점심엔 강릉 막국수가
세상의 먼지를 씻어내린다
호텔 베란다 너머
숨을 고르는 검푸른 동해 바다
철썩이는 파도는
액자 속 풍경이 아니다
막힌 혈을 뚫어주는
살아있는 바다다
강릉의 밤 바닷길은
어둠과 파도 사이를 걷는 일
그 길에서,
파도소리를 배경 삼아
기타로 세상을 노래하는
거리의 가수를 만났다
바다 가까운 광장의 원형 좌석,
달빛 아래 아내와 나란히 앉아
밤하늘에 퍼지는 노래를 듣는다
신청곡은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부드럽게 바람에 스치는
감미로운 목소리가
지난 시절의 기억을 되살린다
앵콜곡은
‘먼지가 되어’,
“바람에 날려 당신 곁으로...”
김광석의 목소리가
그의 입을 빌려 밤하늘을 흐른다
아내가 옆구리를 찔렀다
“지갑... 가지고 왔어요?”
예술가의 월소득은
백만 원도 채 안 된다는 뉴스
나는 지폐를
모금함에 조심스레 넣었다
그는 고개 숙여 고마움을 전했고
나는 엄지를 세워 답했다
예술하는 아들을 둔 아내는
엄마 미소를 지었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인생은 짧고, 하루는 길다
그날, 강릉의 밤은 더욱 길었다
파도는 노래하고
달빛은 잠잠히 듣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