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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르칸트에서 온달을 만나다

by 두류산

비행기 날개 아래

광활한 대지 위 모랫바람이 속삭인다

동과 서가 맞닿은 실크로드 중심

유라시아의 진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흙먼지를 헤치며

비포장 길 다섯 시간

푸른 돔 아래 잠든 도시

사마르칸트에 닿는다


푸른 도자기의 꿈결처럼

이슬람의 시간이 감도는 궁전

천오백 년을 품은 벽화

새 깃털로 꾸민 관(鳥羽冠)을 쓴 두 사람

허리에 칼을 찬 고구려 사신들

왕의 즉위식에 서기 위해

압록강을 넘고 요동을 지나

비단길을 따라 장안에서 돈황으로

고비와 타클라마칸 사막을 건너고

천산을 넘고 파미르 고원을 지나는

그들의 고달픈 여정을 그려본다


사마르칸트 왕의 성은 온(溫)씨

한 왕족의 발길은 동쪽 끝을 향해

압록강을 넘어 한반도에 이르러

고구려 여인과 사랑을 나누었으니

그사이에 태어나

평강공주의 부군이 된 온달(溫達)

사막과 산맥을 건넌 인연이자

동서 문명을 연결한 실이었다는 걸

이 푸른 도시가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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