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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가족 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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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류산 Jun 15. 2022

아내에게 쓴 편지

내 인생 제일가는 복(福)은 평생의 동반자로 최고의 아내를 만난 것이다

아버지 학교는 아내에게 편지 쓰는 기회를 주었다.

평소 하고 싶은 말을 자연스럽게 아내에게 해 줄 기회다.  

생일카드나 결혼기념일에 카드와 함께 짧게 쓰는 축하의 글로 어찌 나의 마음을 다 전할 수 있으랴. 


아내가 어떤 존재인지 한번 더 곰곰이 생각해볼 귀한 시간을 가진 후 펜을 들었다.  




사랑하는 아내, 경아에게

과천교회에서 열리는 아버지학교에 참여한 덕분으로 이렇게 마음을 담아 글을 쓰게 되네요. 

아버지 학교가 멍석을 깔아주었으니 나의 마음을 어색하지 않게 털어놓을 좋은 기회라 여겨집니다. 


생각해보면 내 나이 삼십 살이 넘어 우리 가족이 하나님을 만난 것은 큰 은혜였습니다. 

그리고 내 평생 세 가지 대운(大運)은 부모님이 오래 살아주신 것, 현모양처인 좋은 아내를 만난 것과 든든한 두 아들을 둔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내 인생에서 제일가는 복(福)을 꼽으라면, 역시 평생의 동반자로 최고의 아내를 만난 것입니다.


경아와 만나서 함께한 지난 삼십 년을 돌이켜보면 거의 모든 날들과 시간들이 즐겁고 행복한 순간들로 기억됩니다. 살다 보면 이런저런 이유로 기운이 침체될 때가 있더군요. 

그럴 때마다 나의 처방전은 즐거운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내가 가진 귀한 것들을 생각해보는 겁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두 아들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생각만 해도 절로 미소가 나옵니다. 


 처음 본 경아는 어찌나 깨끗하고 예뻐 보였는지 생각하면 설렙니다. 인연이었기에 그랬을 것입니다. 그런 마음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제주도 신혼여행 갔을 때 밭에서 나는 특이한 냄새 때문에 화들짝 같이 놀랐던 일은 절로 미소 짓게 만듭니다. 최근 동경 아나(ANA) 호텔에서 공항버스를 기다리던 경아의 따뜻하고 건강한 미소를 보며 '참 좋은 아내다' 하고 속으로 생각하며 마음 푸근해졌던 기억을 떠 올립니다. 

아내에 대한 이런 생각들은 비타민 드링크나 엔도르핀처럼 나의 기운을 다시 업(Up)하게 합니다. 


 연년생 아들이 있다고 하면 모두들 '키우기 힘들었겠어요.' 합니다. 

가장 힘든 순간은 아마도 아이가 두 살, 세 살 때, 아빠가 미국에 6개월 연수를 떠났을 때였을 겁니다. 

혼자서 두 아들을 감당해야 했습니다.  

무더운 여름에 한 살 터울의 사내아이 둘을 돌보기도 힘든데 아파트로 피서 오신 시부모까지 모셨으니……. 그래도 넉넉하고 밝은 마음으로 잘 해내어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입니다. 


 경아는 나로 인해 좋은 시부모님과 좋은 시집식구를 만나게 되어 고맙다고 이야기해 주고, 종종 돌아가신 부모님이 생전에 잘해주시던 일을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선한 아내입니다. 

남편 덕분에 ‘세상에서 맛있는 것, 좋은 곳 다 가보았다’고 하는 천진하고 귀여운 아내입니다. 


 여행과 영화, 산책을 함께 즐기고, 비가 세차게 오는 날조차도 우산 쓰고 산책에 따라나서는 경아가 뜻을 같이 하는 동지처럼 귀하고 사랑스럽습니다. 

아이들에게 아빠가 늘 최고라고 말하고, 무슨 환경에 처하든 격려와 지지로 힘을 주는 아내의 존재가 든든하고 고맙습니다.


스물네 살 꽃다운 나이에 나의 아내가 되고 두 아들을 어엿한 청년으로 키우고, 결혼 후 삼십 년을 건강하고 예쁘게 살아 주어 감사합니다. 

남은 생도 건강하고 넉넉한 마음으로 사랑과 존중으로 서로 의지하며 백년해로합시다.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일러스트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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