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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가족 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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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류산 Jun 16. 2022

아빠, 도와주세요

대학교 3학년 아들에게 문자메시지가 날아왔다


#1 

2009년 3월 17일(수) 퇴근 무렵

퇴근하려고 가방을 챙기는 데 대학교 3학년인 아들에게서 문자메시지가 날아왔다.

‘아빠, 도와주세요. 고시공부방법 일반론, 지금 제 시기에 할 것 좀 정리해줄 수 있어요?’


아들은 법대 3학년이 되자, 드디어 고시생 반열에 들어섰다. 

아침잠이 많은 아이가 요즘 들어 6시 30분이면 기상한다.  

친구들이랑 도서관에서 아침 일찍 만나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고, 방금 끈 컴퓨터를 다시 켰다. 


내가 고시를 준비하던 때가 언제였지? 

대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였다. 

벌써 30년 전의 일이다. 

그때의 일을 떠올리며 고시공부 방법론을 두 페이지 정도로 정리하고 사무실을 나섰다.


#2 

같은 날 밤 11시 30분

큰 아이가 평소보다 30분 일찍 들어왔다. 

“아빠는 준비되었으니 네가 들을 준비가 되면 말해다오.”

아들이 ‘지금 해주세요.’ 하기를 내심 기대했다.

아이는 “네"하고는 제방으로 들어갔다. 

그날은 더 이상 아들과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3

3월 21일(토) 오전

아들이 부탁한 지 사흘이 흘렀다. 

아들은 주말 늦잠을 즐기는지 10시쯤 기상했다.

아들이 들을 준비가 되기를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물었다. 

“오늘 해줄까?” 

“네, 아침밥 먹은 뒤 해주세요.”


아들에게 미리 준비한 프린트 물을 건네고 나의 경험을 전수했다.

차분하게 고시공부의 A에서 Z까지 성심껏 말해주었다. 

조선시대에도 과거에 급제한 선비가 아들과 손자에게 합격의 비결을 전해주었다더니..... 


거실에서 컴퓨터 작업을 하고 있는 아내가 나와 아들의 대화를 들으며 감동을 받은 표정이었다. 

아내의 마음이 전해져 뿌듯했다. 

아들의 표정은? 

담담한 모습이었다.  


#4

3월 22(일) 오전 

아들과 함께 남미 베네수엘라 팀과 펼치는 축구경기를 TV로 보며 응원했다.

축구 경기를 다 보고 아들이 물었다.   

“아빠, 그날 바로 만드셨어요?”

“퇴근하려는데 너의 메시지를 보고 바로 만들었지.”   

“사실 아빠가 해주신 말씀에 많이 동기부여가 되었어요.”  

주말 내내 뿌듯했다. 






(일러스트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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