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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류산 Jun 30. 2022

군대 훈련소와 인기 연재만화

작은 아이는 만화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둘째 아이는 만화를 좋아해 어릴 때 만화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만화를 좋아하였고, 만화도 곧잘 재미있게 그렸다.

군대 간 아들의 빈 방에 가보면 책장에 연재만화가 빽빽이 꽂혀있다.

슬램덩크, 배가본드, 원피스......

 

아마 중2 때까지 장래희망은 계속 만화가였다.  

어느 날 아들은 친구에게 만화를 그려서는 가족을 못 먹어 살린다는 주장을 들었다.

아들은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와 엄마에게 물었다.

"만화가가 되어서는 가족을 못 먹어 살린다는데 정말 그래요?"

뜻밖의 질문에 아내는 좋게 이야기해주었다.

"너는 영어를 잘하니, 디즈니 회사 같은 데 들어가면 만화가라도 수입이 괜찮지 않을까."

아이는 엄마의 격려에도 심각한 고민 끝에 진로를 수정했다.   


둘째 아이가 군대 훈련소에 있어 여러모로 마음이 쓰인다.

훈련소는 저녁 점호를 마치면 훈련병의 이름을 부르며 편지를 나누어 준다.

다른 훈련병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반갑게 뛰쳐나가 편지를 받는데, 우리 아이의 이름이 호명되지 않는다면 얼마나 서운할 것인가.


아들에게 편지를 보내는 방법은 간단하다.

인터넷에서 훈련소 부대를 찾아 들어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입력하면 된다.

훈련부대는 이를 프린트해서 매일 한 번씩 훈련병에게 나누어준다.


아내와 큰 아이와  함께 의논 끝에 가족 모두가 돌아가면서 편지를 쓰기로 했다.

훈련 기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둘째 아이가 매일 편지를 받아볼 수 있게 하였다.

사흘에 한 번 편지를 쓰는 편지 당번을 맡은 셈이었다.


큰 아이가 동생에게 쓴 편지를 읽어보니 작은 아이가 궁금해할 만한 최근 인기 연재만화의 이야기들이다.

‘ㅋㅋ 충격적인 소식이 있다.

그동안 '원피스' 스포일러는 반 정도가 뻥이었어.

네가 군대 가기 전에 스포일러 하지 말라고 해서 구라로 했는데 이렇게 반길 줄이야.

내가 전해준 이야기를 듣고 있는 fellow 훈련병들에게 사죄에 말씀을 형 대신 전해주렴.


정말 심심한가 보구나. 이제는 열심히 스포일러를 해드리도록 하지.

나루토에서 카카시는 살아 있어.

나루토랑 사스케랑 좀 싸우다가 마다라가 나타나서 도망가지.


아카이누는 끝까지 루피를 추적하고, 이완 코프, 이나즈마는 루피를 지키려고 하지만 당해버림.

징베가 루피를 지키려고 하지만 아오키지가 바다를 얼려버려.

징베와 루피는 아키아누 한테 발림.

징베도 몸에 에이스처럼 구멍 뚫림. 아직 죽지는 않았지만.

그 와중에 크로커다일이 와서 징베와 루피를 하늘에 날림.


상공에서 도망가던 버기가 징베와 루피를 얼떨결에 캐치.

바닷속으로부터 잠수함이 나타나는데, 나온 것은 트라팔로, 샤봉디 제도에서 나왔던, 그 곰돌이를 거느리고 있는 애.

걔가 의사라고 하면서 루피 달라고 함.

루피 치료해줄 듯. 나루토는 아직 병맛


다음은 네가 궁금해할 '베가본드' 이야기다.

다케조가 다리 다친 채로 가자나?

사람들이 막 죽이려고 오면, 막대기로 땅에다가 자기 주위로 원을 그린 다음에, 원안으로 들어오면 죽이는 수밖에 없다 하면서 꺼지라고 해. 그래도 도발하면, 사람들이 달려 들어올 때 카운터로 죽이는 방법을 쓰지.

그 싸움 이후로 다케조는 카운터를 연마하고 있어.'


큰 아이는 요즘 인기연재 만화인 '원피스', '나루토' 와 '배가본드'를 이야기해주고 있다, 

형 편지 내용을 가지고 인기 연재만화의 전개를 궁금해하는 동료 훈련병들을 모아놓고 썰을 풀 작은 아이의 모습이 상상이 된다.

입가에 절로 미소가 번진다.  





*부모와 자녀, 남편과 아내, 아들의 군대, 자녀의 결혼, 여행과 영화 이야기 등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위 글과 비슷한 감성 에세이는 브런치 북 ( https://brunch.co.kr/brunchbook/yubok2 ), 브런치 매거진  ( https://brunch.co.kr/magazine/hwan )에 공유하고 있습니다.






(일러스트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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