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기억할게, 다시 만나자. -2

럭키와의 만남

by 노현호

다롱이가 나와 가족인 된 건 럭키를 입양하기로 했을 때 외롭지 않게 친구를 만들어 주자는 마음에서였다. 럭키가 다롱이보다 2달 늦게 태어나서 다롱이가 먼저 우리 집에 왔고 럭키가 오기 전에 내 사랑을 독차지했었다. 그래서 그럴까? 럭키의 등장을 그렇게 반가워하지 않았던 것 같다.


독도를 보내고 많이 힘들어하던 내게 아는 분께서 자신이 키우는 리트리버 커플이 세끼를 낳았으니 한 마리 데려가서 키우라고 하셨다. 강아지를 잃은 슬픔은 다른 강아지로 잊는 게 최고라는 말씀과 함께. 리트리버 새끼가 태어나고 마당을 돌아다니게 될 무렵 한 마리 선택하라며 날 집으로 초대해 주셨다. 그렇게 럭키와 처음 만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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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4마리 정도의 새끼가 있었던 것 같다. 그중 가장 활발하고 호기심이 왕성한 한 마리가 눈에 띄었다. 뒤뚱뒤뚱 걷는 모습이 귀엽기도 했고 조그마한 어린 생명체가 마당을 돌아다니는 모습에 생기를 느낄 수 있어서 더 마음이 갔던 것 같다. 럭키의 어미는 털이 좀 짧았고 아비는 비교적 털이 긴 일반적인 골든리트리버였다. 새끼 때는 어느 정도 털이 자랄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럭키의 성견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지만 어미의 털을 닮길 바랐다. 털이 너무 길면 관리가 힘들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럭키는 태어난 지 2달 뒤에 우리 집에 왔다. 다롱이는 이미 우리 집에서 적응을 한 상태였기 때문에 합사 하는 것이 걱정되진 않았다. 다만, 럭키가 2달 늦게 태어났지만 다롱이보다 덩치는 컸다. 다롱이보다 2배는 큰 몸집에 다롱이와 친해질 수 있을지 염려가 되긴 했다. 럭키를 차에 태우고 집으로 와서 다롱이와 만나게 했을 때 다롱이가 좀 당황한 게 눈에 보였다. 럭키는 함께 자란 형제들이 있기 때문에 다른 강아지를 만나는 게 익숙하겠지만 다롱이는 어떻게 자라왔는지 알 수 없었고 주로 나와 한 달 가까이 생활을 했기 때문에 다른 강아지의 등장이 익숙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둘 다 많이 어리기 때문에 금세 함께 잘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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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와 다롱이는 둘이 장난도 치고 서로 뽀뽀도 하고 간식을 뺐어먹으며 함께 친해지고 있었다. 리트리버와 같은 대형견들은 어릴 적 형제들과 격하게 몸으로 논다고 한다. 특히 위에서 누르는 장난을 많이 친다고 하는데, 럭키도 마찬가지였다. 다롱이는 중형견이고 럭키는 대형견이기 때문에 체급이 맞지 않았고 무엇보다 두 달 형이지만 다롱이가 럭키보다 몸이 작았다. 거의 늘 다롱이는 럭키의 누름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래서 늘 내 곁에서 럭키를 피해서 쉬곤 했다.


럭키와 다롱이 예방접종은 내가 약을 사 와서 5차까지 접종했다. 어릴 적 아버지께서 할머니집에서 키우던 진도견 믹스에 예방접종 하는 것을 봐왔기 때문에 거부감도 없었고 익숙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둘 다 접종주사를 잘 맞았고 간식 하나에 기분 좋아했기 때문에 예방접종 하는 것이 재밌기도 했다. 접종을 마치고 럭키와 다롱이를 데리고 부대 공터에 자주 데리고 나갔다. 내가 근무하던 부대는 공터가 많았다. 사람들도 별로 없어 풀어두고 산책하기가 좋았다. 럭키와 다롱이는 신이 나서 잡초와 꽃 그리고 돌들과 재밌게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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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롱이가 2달 형이다 보니 신체 발달이 더 빨랐다. 덩치는 럭키가 커도 다롱이가 더 빨리 뛸 수 있기 때문에 집에서 당하던 수난을 부대 유휴지에서 풀곤 했다. 잡힐 듯 잡히지 않을 듯 럭키를 약 올리고 신나게 도망갔다. 럭키는 있는 힘을 다해 다롱이를 쫓아갔지만 잡을 수 없었다. 그럴 때마다 다롱이는 럭키를 또 약 올리고 도망갔다. 그렇게 한 시간 가까이 뛰어놀고 나면 둘 다 지쳐서 흙바닥에 퍼져있곤 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엽고 보기 좋아서 부대에서 기분 좋지 않은 일들이 있어도 럭키와 다롱이를 보면 금방 풀리곤 했다.


리트리버라는 이름은 가지고 돌아오는 사람이란 뜻이라고 한다. 사냥꾼이 새 사냥을 하면 그 새를 물고 오는 사냥견이었다. 그래서 공 또는 나뭇가지를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한다. 다롱이를 쫓아가는 것도 그래서 더 재밌게 놀았나? 싶기도 했다. 럭키가 어느 정도 커서 공과 나뭇가지에 관심을 갖게 되자 다롱이와 놀기보단 나뭇가지와 공에 관심을 더 보였다. 그때부터 산책을 나가면 럭키는 나보다 먼저 앞에서 공이나 나뭇가지를 던져주길 기다렸고 다롱이는 늘 내 옆에서 걸었다. 럭키의 덩치가 커져가면서 다롱이는 럭키와 함께 놀이를 하는 게 버거워졌을 것이다. 그래서 나와의 관계에 더 집중하며 성장한 것 같다.


겨울이 오며 럭키와 다롱이의 크기는 점점 커졌다. 뒤뚱뒤뚱 걷던 아기 시절과는 달리 이제 제법 늠름하게 걷는 강아지로 성장한 것이다. 이제 산책을 가면 힘이 제법 들며 종종 끌려가기도 했다. 어머니께서 산책을 시키면 힘에 버겁다고 하셨다. 군인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은 내가 퇴근하고 나면 항상 아파트 주차장에서 뛰어놀곤 했다. 럭키와 다롱이를 어릴 적부터 봐왔던 아이들은 강아지들이 커져도 거부감이 없이 좋아했다. 마치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아이들이 럭키와 다롱이를 따라다녔다. 어느 날은 우리 집에 들어와 럭키와 다롱이와 놀겠다고 해서 아이들 네 명에게 피자를 사준 적도 있다. 다시 생각해도 황금 같은 일요일 오후에 아이들 네 명과 강아지들에게 시달린 그날은 여전히 피곤함이 느껴진다. 그만큼 아이들과 군인가족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듬뿍 받으며 성장했다. 사람과의 사회화가 잘 이루어졌다.


럭키와 다롱이 성장 과정에서 좀 아쉬운 건 사람과의 사회화는 잘 됐지만 강아지들과의 사회화는 부족했던 점이다. 군인아파트에서 1년 넘게 살아가며 산책을 하는 강아지를 거의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더 먼 곳으로 산책을 가면 다른 강아지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고 애견 호텔도 갈 수 없었다. 오로지 럭키와 다롱이만 있어야 했다. 물론 작은 강아지들은 경계하지 않고 신경을 쓰지도 않지만 자신과 비슷하거나 자신보다 큰 개를 보면 크게 짖고 달려들었다. 특히 럭키가 먼저 짖었고 다롱이도 덩달아 짖기 시작했다. 앞으로 다른 강아지를 키우게 되면 사람뿐만 아니라 강아지들과의 사회화도 관심을 갖고 시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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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럭키와 다롱이의 체급차이가 있기 때문에 다롱이가 많이 시달렸다는 점이다. 럭키가 어릴 적부터 누르며 장난을 쳐서 다롱이의 뒷다리 슬개골이 한 살이 되기 전에 망가졌다. 병원에선 수술해도 같아질 것이라고 얘기해 주셔서 슬개골 수술을 하지 않았다. 다롱이와 같이 중형견으로 키웠다면 좀 더 강아지들끼리 재밌게 놀았을 것 같다. 물론 럭키를 키우기로 한 시점에서 결정할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이었기 때문에 후회는 없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다음에 두 마리를 키우기로 한다면 한 번에 두 마리를 동시에 키우기보단 3년에서 5년 정도의 텀을 두고 어린 강아지를 입양하여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시점을 띄어두고 싶다. 먼저 온 강아지를 보내고 겪을 슬픔과 상처를 남아있는 강아지가 많이 케어해 주기 때문이다.


럭키와 다롱이와 함께 한 1년 동안의 시간 동안 강아지들을 내가 키우기도 했지만 강아지들이 나를 키운 것도 있다. 책임감이 커졌고 인내심도 기를 수 있었다. 무엇보다 강아지들이 주는 행복과 기쁨이 크기 때문에 작은 행복도 큰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의 변화가 생겼다. 항상 날 바라보고 헌신적인 사랑을 주는 강아지들의 사랑방식에 계산적인 사랑에 익숙한 요즘 사람인 내게 사랑을 가르쳐준 사랑 선생님이다. 다시 태어나도 럭키와 다롱이와 함께 하고 싶을 정도로 내게 큰 사랑을 준 강아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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