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기억할게, 다시 만나자. -3

꼬꼬마 강아지들의 우당탕탕 이야기

by 노현호

골든리트리버를 키워본 견주들은 공감하게 될 이야기다. 2살이 될 때까지 왕성한 호기심에 온 집안은 아수라장이 된다는 것! 출근하고 집에 돌아와 보면 출근할 때 집의 모습과 너무도 달라져 있다. 배변패드가 찢어져 있고 휴지통도 엎어져 있고, 개똥으로 집안을 색칠놀이 해놓기도 한다. 매일매일 퇴근하기 전 늘 걱정이 됐다. 사고를 치고 난 뒤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면 혼내는 것이 소용없다고 한다. 그냥 주인은 집에 돌아오면 화내고 짜증 내는 이상한 사람으로만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다롱이는 럭키보다 사고를 덜 쳤다. 몸도 작고 럭키가 워낙 과격하게 행동하니 지켜보는 쪽에 가까웠다. 어쩌면 망을 봐주는 보초견의 역할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럭키보다 집에 먼저 와서 자리를 잡았던 다롱이는 내게 서운한 마음이 컷을 것 같다. 그 당시는 몰랐는데 럭키가 암수술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 다롱이의 모습을 보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전혀 럭키를 그리워하지 않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된 것이다. 오히려 주인의 관심을 혼자서 독차지 하니 좋아하는 것 같았다.


럭키를 처음 본 다롱이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저 멍청하게 생긴 덩치 큰 강아지는 뭐야?! 나랑 한마디 상의도 없이 새로운 개를 데리고 온 거야? 아이고 정신없어!!! 당정 저 사고뭉치를 내쫓아버려!!!"라고 말하고 싶지 않았을까?? 나 혼자 독차지하던 관심과 사랑도 나눠야 하고 무엇보다 간식도 나눠먹는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 "저 사고뭉치가 먹는 간식이 내 건대!!! 왜 저 녀석에게 주는 거야?! 나보다 빨리 먹어서 항상 내 간식을 뺏어먹으러 오잖아!!! 정말 싫어!!!" 이런 말을 하고 싶었을 것 같다. 다롱이는 간식을 주면 작은 간식은 그 자리에서 그냥 삼켜 버리고 개껌이나 좀 큰 고기간식은 집안 구석구석에 숨겨두는 습성이 있었다. 여기서 코미디가 시작된다.


다롱이는 나름 간식을 잘 숨겼다고 생각했을 텐데, 럭키는 귀신같이 간식을 찾아서 먹어 치웠다. 다롱이는 으르렁 거려보기도 하고 다시 뺐어보기도 해 봤지만 항상 덩치가 더 큰 럭키에겐 역부족이었다. 다롱이와 럭키에게 각각 간식을 주면 럭키는 그 자리에서 다 먹고 다롱이는 안절부절못하며 간식을 물고 숨기기 바빴다. 럭키가 자신의 간식을 다 먹으면 다롱이를 쫓아가서 다롱이의 간식을 뺐어먹곤 했다. 난 중간에서 럭키를 제지하고 다롱이가 간식을 먹을 수 있게 여건을 만들어 주곤 했는데 대부분 먹지 않고 또 간식을 숨기려고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또는 럭키를 피해 도망치기 일쑤였다. 간식을 주고 나면 다롱이와 럭키의 추격전은 10분 동안 계속된다. 결국 럭키의 배만 불리게 된다. 다롱이의 식탐이 강해진 이유가 럭키와 함께 자란 것이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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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는 천둥벌거숭이 시절을 지내며 다롱이가 둘도 없는 친구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두 마리를 데리고 산책하기 정신이 없어서 럭키를 먼저 데리고 산책을 하려고 집을 나섰다. 현관문이 닫히자 럭키는 산책을 가려고 하지 않고 문 앞에서 낑낑거렸다. 다롱이와 함께 산책을 가지 않자 다롱이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럭키는 늘 다롱이와 함께 산책하는 것을 좋아했다. 반면에 다롱이는 럭키가 없어도 산책을 잘했다. 혼자 산책하는걸 더 좋아하는 것 같았다. 이렇게 강아지들의 성격이 다르다는 걸 직접 경험해 보니 두 마리 강아지를 키우는 것이 아이들의 외로움을 달래주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강아지의 나이차이가 있어서 먼저 온 강아지가 새끼 강아지를 캐어하는 역할을 하게 되면 잘 어울리며 서로에게 의지가 될 수도 있겠지만 경쟁자의 관계로 정립되면 음식부터 산책 그리고 주인에 대한 애정 등 일상이 경쟁이 되어버려서 갈등의 원인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롱이는 다른 강아지나 주인을 캐어하는 것에 소질이 없다. 항상 만져주고 먹을 것을 주고 자기에게 관심을 갖길 바라는 성격이다. 그래서 럭키와 함께 지낸 시간이 불편한 시간의 연속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좀 미안하기도 하다. 럭키가 항상 덩치가 더 컸고 힘도 더 강하기 때문에 경쟁에서 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느 날은 침대에 앉자 침대가 기울지는 것이 느껴졌다. 침대 다리를 보니 다리 하나가 반쯤 줄어들어 있었다. 럭키와 다롱이가 물어서 없어진 것이다. 문틀, 상다리, 문 모서리 등등 눈에 보이는 것은 다 입에 가져가서 물어뜯었다. 이갈이 시기에 이가 간지러워서 그런 것인데 개껌이나 로프와 같은 장난감은 잠깐 가지고 놀다가 흥미를 잃지만 이상하게 가구나 문 등은 쉴 새 없이 입으로 가져간다.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지만 강아지들만 있는 시간에는 어쩔 도리가 없어서 포기해야 했다. 강아지 안전문을 설치해도 밀어서 넘어뜨리는 날도 있었기 때문에 완전한 해결책이란 있을 수 없었다.


강이지를 키우시려고 마음을 먹었다면 강아지들이 물고 뜯을 만한 것들을 제거하거나 보호하는 것부터 하길 추천드린다. 가구는 그렇다고 해도 전자제품의 선이나 이어폰, 해드폰 등은 강아지들의 최애 개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싸게 주고 산 이어폰이 구매한 다음 날 선만 남아 있고 스피커가 있는 부분은 조각조각이 나서 도저히 알아볼 수 없게 되어 있기도 했다. 정말 속이 상했다... 어느 날은 책도 물어뜯어서 책의 모서리부터 책의 대부분이 상하고 젖어 있었다. 정말 못 말리는 사고뭉치다.


"오늘은 어떤 걸 물고 뜯으며 놀까? 다롱아! 같이 가자!" 하며 매일 아침 눈을 뜬 럭키는 다롱이에게 이렇게 말을 했을 것 같다. "어? 다롱이가 똥 쌌네?? 맛있을까?" 다롱이와 자신의 똥을 먹기도 했고 발에 묻혀 집안 바닥에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온 집안이 내 놀이터야!!! 막지 말라고!! 얼마나 재밌는데??? 세상은 참 행복하고 재밌는 곳이다!!!" 이렇게 말하며 럭키는 거의 매일 사고를 치고 뛰어다니며 즐겁게 살았다. 다롱이는 "이거 내가 한 거 아니에요!!! 럭키가 한 거예요!! 난 억울해요!!!" 하며 억울한 눈으로 날 쳐다보기 일쑤였다. 배변 실수를 제외하면 다롱이는 거의 말썽을 피우지 않았다. 종종 먹지 말아야 할 것을 먹어서 큰일이 날 뻔한 적이 있지만 대부분은 럭키의 활약이었다. 현관의 신발은 늘 럭키의 앞발 사이에 있기도 했다.


새끼강아지를 입양해서 어느 정도 얌전해지고 호흡이 맞게 되기까지 한 3년은 걸리는 것 같다. 사람나이로 계산을 해보면 적어도 18살 정도 돼야 의젓해지는 것과 같이 강아지는 3년 정도 커야 의젓해진다. 태도가 의젓해지는 것처럼 몸도 의젓해진다. 럭키는 거의 30킬로에 가깝게 성장했고 다롱이는 18킬로 정도까지 성장했다. 다롱이가 18킬로에서 20킬로 까지 클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럭키가 먹는 양만큼 먹어서 그런 것 같다. 다롱이는 과체중이 분명했다.


다롱이와 럭키와 성장한 3년이란 시간은 정신없는 사고들의 연속이었지만 가장 많이 웃었던 시기인 것 같다. 강아지들로 인해 웃는 날들이 대부분이었고 가장 애교를 많이 부린 시기기도 하다. 항상 역동적인 럭키와 다롱이의 시간 속에서 나도 활기를 많이 느끼고 행복을 많이 느꼈다. 그 시기가 참 그립다. 유치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 유치원생에 맞는 말과 행동을 하며 아이와 소통한다. 그래서 좀 귀엽다. 마찬가지로 강아지의 보호자들도 강아지의 나이에 따라 말과 행동이 달라진다. 새끼 강아지를 키우는 보호자의 경우 굉장히 활기차고 애교가 많아지는 편이다. 웃음도 많아진다.


그때가 많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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