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기억할게, 다시 만나자. -4

강아지들과 함께 한 여행 추억

by 노현호

아내와 연애하던 시절 럭키와 다롱이와 함께 애견펜션에 여행을 갔다. 이제 막 한 살이 된 럭키와 다롱이는 산책도 좋아하지만 차 타고 이동하는 것도 무척 좋아한다. 뒷좌석에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재밌게 보곤 했다. 이동하며 럭키와 다롱이는 좌, 우측 창문을 하나씩 차지하고 구경을 하는데 다롱이는 꼭 럭키의 창문을 궁금해하곤 했다. 럭키보다 작은 몸집으로 럭키의 창문을 비집고 들어가서 창밖을 보는 모습을 보면 참 독특했다. 럭키가 좋은 건지, 럭키가 감상하는 풍경이 좋은 건지 모르겠지만 럭키의 창문을 바라보며 럭키의 흐르는 침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그다지 유쾌한 상황은 아니라서 얼른 차의 창문을 닫아주곤 했는데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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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는 호기심이 많고 순둥순둥한 성격이라서 사람을 무척 잘 따른다. 다른 강아지들도 반갑게 인사를 하곤 하는데 애견펜션에 도착하자마자 처음 보는 행동을 했다. 펜션에서 기르는 골든레트리버 커플이 있었는데 손님의 방문에 반가운 마음으로 한걸음에 배웅을 하러 나온 모양이다. 두 마리의 개가 우리를 향해 달려오자 럭키는 나와 아내 그리고 다롱이 주위를 돌며 경계를 하기 시작했다. 펜션 강아지들이 다가오자 몇 번 짖더니 위험한 강아지가 아니란 걸 확인하고는 금세 친해져서 어디로 갔는지 모르게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정말 기특하고 신기한 경험이었다. 다롱이는 위협의 순간에 항상 내 뒤에 숨는데 럭키는 자신이 나서서 경계를 하고 분주히 움직이곤 했다.


애견 펜션엔 강아지들이 이용할 수 있는 풀장이 있었다. 다롱이는 곧잘 물에 들어갔는데 럭키는 골든레트리버임에도 불구하고 물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했다. 물과 친해지게 하려고 노력을 해봤으나 통하지 않아 럭키를 물에 빠뜨려 봤다. 물에 빠진 럭키는 기겁을 하며 물에서 빠져나왔다. 그 뒤로 물에 잘 들어가지 않았다. 지나고 보니 내가 럭키를 배려하지 않고 강제로 물에 빠뜨린 게 큰 실수 같다. 이런저런 방법을 써서 물에 들어오지 않으면 그냥 내버려 둘걸... 나중에 들어갈 수도 있을 텐데, 마음이 급해서 물놀이의 기쁨을 럭키에게 뺐어버린 건 아닌지 하는 후회가 된다.


한 번은 교회 청년회에서 강화도로 수련회를 간 적이 있다. 그때 럭키와 다롱이도 함께 데리고 갔는데, 다행히 해수욕장에서 럭키와 다롱이가 즐겁게 뛰어놀았다. 모래사장이 아니라 갯벌로 된 해수욕장이라서 럭키와 다롱이는 검둥이가 되어 해변을 뛰어다녔다. 처음엔 갯벌의 촉감이 이상했는지 망설였지만 적응이 되자 물을 튀기며 이곳저곳을 뛰어다녔다. 청년들과 함께 공놀이를 할 땐 마치 우리와 함께 경기를 하는 듯이 꽁을 쫓아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갯벌에서의 놀이는 무척이나 즐거웠지만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럭키와 다롱이를 씻기는 것은 정말 고역이었다. 사람이 사용하는 샤워장이 들어갈 수 없으니 수돗가에서 씻기는 게 무척이나 불편했기 때문이다. 럭키는 항상 털이 많이 빠지는 종이라서 몸에 뭍은 진흙을 씻어내고 수건으로 닦는 동안 내 몸엔 럭키 털이 가득 붙어있었다. 종종 손세차를 맡기면 세차장 주인은 무슨 털이 그리 많냐며 투덜대곤 할 정도로 럭키의 털과 함께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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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와 다롱이와 함께 등산도 가고 공원도 다니며 만든 추억들이 내 마음속에 한가득 있다. 벚꽃도 보러 가고, 단풍도 보러 가고, 집 근처 축제도 함께 갔다. 참, 불꽃놀이에 강아지를 데리고 가면 큰일이 벌어진다. 불꽃이 터지는 소리가 강아지에게 엄청난 공포를 주기 때문이다. 벌벌 떨며 불안해하는 럭키와 다롱이를 안고 있는데 불꽃 터지는 소리에 너무 놀라 대변과 소변을 보기도 했다. 어르고 달래며 집으로 돌아오던 그때가 그립다. 아내와 함께 한 마리씩 맡아서 달래주다 결국 불꽃놀이 중간에 집으로 황급히 돌아왔다. 집 옥상에서 불꽃놀이를 보며 한숨 돌린 기억이 난다.


내 30대를 온전히 함께 한 럭키와 다롱이가 내게 남긴 건 사랑이다. 언제나 내 모든 움직임에 귀를 기울이고 관심을 가지며 무한한 사랑을 줬다. 그땐 당연하게 생각했던 그 관심과 애정이 지나고 보니 모두 사랑이었고 그리움이 됐다. 내가 준 사랑보다 럭키와 다롱이가 준 사랑이 몇 곱절은 더 컸다는 걸 깨닫고 보니 끝까지 어려움을 함께 하길 잘했다는 마음이 든다. 집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던 시절, 옆집에서 매일같이 시끄럽다며 타박을 해서 다투던 시절, 주변에서 다른 곳으로 보내라는 압력 등등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다 해결책이 구해졌고 어떻게든 극복해 냈다. 그 과정 속에서 배운 것도 많고 얻은 것도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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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다시 강아지를 키우게 될지 알 수는 없지만 다시 반려견을 키우게 된다면 이전에 아쉬웠던,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해서 좀 더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며 더 행복해질 것 같다. 강아지가 없어서 괴로운 것보다 강아지를 키우며 생기는 수고로움이 더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강아지를 키우길 망설이는 독자분이 계시다면 용기를 내서 키워보길 추천드린다. 지금은 유튜브에 도움이 되는 영상들이 정말 많기 때문에 키우기가 참 좋다. 시에서 운영하는 애견보호센터에 있는 강아지들을 입양하는 것도 추천드린다. 보호센터에서 태어난 아이들도 있고 유기견이었다가 보호 중인 강아지도 있는데 그 어떤 강아지라도 애견샵에서 사 오는 강아지보다 보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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