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기억할게, 다시 만나자. -1

럭키와 다롱이를 만나는 과정

by 노현호

다롱이와 럭키와 함께한 추억들을 잃기 전에 글로 남겨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정아 작가님의 '우리 산책할까요'라는 책을 오디오북으로 들으며 다롱이와 럭키와 함께한 기억들이 더 흐려지거나 잃어버리기 전에 남겨 놓자고 마음먹게 됐다.


럭키와 다롱이를 키우기 전 부대에서 태어난 풍산개를 천 원에 분양받아 키웠었다. 대대장님께서 천 원에 가져가 키우라고 하셔서 작은 원룸에서 키우며 부대에 함께 출퇴근을 했다. 두세 달까진 괜찮았으나 점점 등치가 커지니 도저히 원룸에서 감당이 되지 않아 사단 성당에 맡겨두기도 했다. 일산에서 인천으로 부대를 옮기며 데리고 왔는데, 그때 살던 관사는 군인아파트여서 실내에서 키우기 좋았다. 그렇게 인천으로 거처를 옮긴 풍산개 독도. 독도의 날에 이름을 지어 줘서 독도라고 지었다. 함께하던 중대원들도 독도라는 이름을 맘에 들어했다.

독도의 어릴적 모습

풍산개 독도는 인천으로 이사한 지 2주쯤 됐을 때 집을 나갔다. 평소 같으면 아파트 주변을 둘러보고 들어왔을 텐데 그날따라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게 2주 동안 독도를 찾아다녔다. 수소문 끝에 유기견이 안락사되기 전에 가는 동물병원을 찾았고 그 동물병원에 가니 독도가 있었다. 아주 마르고 초췌한 모습이었다. 독도를 데리고 나오는 길에 설사를 엄청나게 했다. 바로 동물병원으로 돌아가 수의사선생님께 보여드리자 파보바이러스에 감염된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바로 진단키트를 해보니 선명하게 보이는 파보바이러스 선과 달라 독도의 항체는 흐릿하게 보였다. 덩치가 크니 이겨낼 수도 있다고 하시면서도 항체가 바이러스보다 약해서 장담은 못하겠다고 하셨다.

독도가 죽기 세달 전

그렇게 풍산개 독도는 집으로 돌아온 뒤 피를 토하고 혈변을 보면서 일주일 뒤에 세상을 떠났다. 잘 챙겨주지 못한 마음에 파보에 걸린 것도 마음이 아팠는데 결국 내 품에서 피를 토하고 혈변을 싸면서 죽어가는 독도를 보내줘야 했다. 내 앞에선 피를 토하거나 혈변을 싸는 것을 저대 보여주지 않고 구석에서 일을 보던 독도가 아련했다. 독도를 잃은 충격에 너무 힘들어하자 아는 분이 자신의 레트리버 커플이 세끼를 곧 낳으니 한 마리 가져가라고 하셨다. 그렇게 독도를 보낸 뒤 럭키와 다롱이가 내 삶에 들어와 상실감과 마음의 상처를 치료해 주기 시작했다.


럭키와 다롱이는 동갑니다. 다롱이가 6월 25일에 태어났고 럭키가 8월 초에 태어났다. 독도를 이름과 같이 외롭게 혼자 키우고 보낸 것 같아서 이번엔 두 마리를 같이 키워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가까운 곳에 사시던 어머니도 그게 좋겠다며 두 마리를 키우는 것을 지지해 주셨다. 그렇게 럭키를 대려오기 전 다롱이를 먼저 대려 오게 됐다. 아직 럭키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어미젖을 먹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롱이를 막 분양받았던 시절

다롱이는 서울 북쪽 어느 곳에 있는 애견 분양소에서 데리고 오게 됐다. 인터넷으로 알아본 뒤 스피츠를 분양받기 위해 간 곳인데 포도 상자에 가둬둔 강아지가 마음에 걸려 그 강아지로 대려 오기로 했고 정말 쪼그마한 강아지가 포도상자 안에 혼자 있는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서 대려 오게 됐다. 그렇게 다롱이를 분양받고 집에 오는 차 안에서 다롱이는 보조석 포도박스 안에서 나와 내 무릎 위로 올라왔다. 제 몸보다 큰 포도박스를 나온 것도 신기한데 중앙 팔걸이를 기어올라 내 무릎 위에 앉은 것을 보고 너무도 놀라웠다. 운전을 하느라 어떻게 내 무릎으로 올라왔는지는 보지 못했지만 나를 주인으로 받아들인 것 같아서 무엇보다 기뻤다.


다롱이는 집에 온 지 일주일이 되기도 전에 설사를 하기 시작했다. 독도를 보낸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다롱이가 설사를 하니 독도가 걸렸던 파보바이러스가 걱정이 돼서 마음이 불안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는 말이 어떤 말인지 이해가 됐다. 독도를 대려 왔던 동물병원에 찾아가 다롱이의 상태를 면밀히 진찰하신 수의사 선생님께선 파보바이러스일 수도 있으니 검사 키트를 해보자고 하셨다. 걱정했던 것과 같이 다롱이는 파보바이러스가 걸려있었다. 가정분양이 아니라 분만 뒤 성장 환경이 어땠을지 알 수는 없지만 그리 위생적이지 않은 곳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놀랍게도 독도때와 다른 검사결과를 보여서 한편으로는 기쁘기도 했다. 독도는 항체가 바이러스 보다 흐린 색이었지만 다롱이는 바이러스가 항체보다 많이 흐린 색이었다. 수의사 선생님께는 어미로부터 받은 면역력과 항체가 아직 남아있아 아마도 살아남을 것 같다고 하셨다.

다롱이만 키우던 시절

다행히 다롱이는 파보바이러스를 이겨냈고 건강을 되찾았다. 살 팔자였던 것이다. 럭키가 오기까진 아직 한 달이 넘는 시간이 남아서 한 달 넘게 다롱이는 내 사랑을 독차지했다. 어릴 적 다롱이와 놀아주는 것에 온통 집중하는 바람에 어릴 적 다롱이 사진이 조금밖에 없어서 좀 아쉽다. 약간은 사시가 있는 듯한 어리바리한 눈에 호기심 가득하지만 한편으로는 경계하는 눈빛이 귀여우면서도 애처로웠다. 파보를 완치한 뒤에는 식욕도 왕성해지고 활발하게 집안 구석구석을 탐험하면서 견생의 첫발을 내딛고 있었다.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이것저것 물고 냄새 맡으면서 다롱이의 세상은 조금씩 커졌다. 집 앞도 나가보고 잔디도 밟아보고 돌도 씹어보며 세상에 대해 하나하나 알아가면서 나에 대한 애착이 점점 커졌다. 분리불안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날 좋아하고 따랐다. 내가 어딜 가던지 함께 있으려고 하는 다롱이가 무척이나 사랑스러웠다. 내 손바닥보다 조금 큰 다롱이가 앙증맞게 걸어 다니고 뛰어다니는 모습은 독도를 잃은 슬픔을 모두 잊게 만들어 줬다.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사랑스러움과 함께 잠시 한눈을 팔면 우당탕탕 사고를 치기도 해서 독도를 잃은 슬픔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다롱이 동물별원 가는 길

2014년 후반기는 다롱이로 시작해 럭키까지, 이제 막 세상을 알게 된 두 강아지들과의 우당탕탕 라이프스타일로 한시도 가만있을 수 없는 분주하고도 행복한 시간들이 계속됐다.


다롱이는 살 팔자였다. 어미로부터 받은 면역력으로 파보바이러스를 이겨내고 나와 함께 살아가는 12년 견생이 무엇보다 행복했길 바라본다.


- 다음편엔 럭키와의 만남부터 적응기를 쓰도록 하겠습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