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아직도 쪼꼬미인데...
강아지의 수명은 10년에서 15년 사이라고 한다. 사람 나이로 따지면 강아지 1살은 사람 6살과 같다고 볼 수 있다. 럭키는 10살에 무지개다리를 건너서 사람나이로 60살정도 살았다고 할 수 있고 아직 함께 살고 있는 다롱이는 올해로 12살이니 사람나이로 72세 정도 됐다고 볼 수 있다.
사람들의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이 있는데 강이지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것 같다. 요즘 다롱이는 하루 종일 거실 바닥과 한 몸이 되었다. 나와 아내가 음식을 먹을 때만 옆에 앉아서 떨어질 콩고물을 기다릴 뿐 이전과 같은 활기를 기대할 수 없다. 그리고 체형도 무척 빵빵해졌다. 아이들이 들고 다니는 강아지 풍선처럼 팔과 다리는 얇아졌는데 몸통은 엄청 빵빵하다. 걷는 모습을 보면 식빵에 나무젓가락 네 개가 뒤뚱거리며 움직이는 모습이다.
예전엔 산도 가고 들도 가며 하루에 한, 두 시간 산책은 거뜬했다. 하지만 요즘 산책을 나가면 10분 정도 걷다가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물론 다롱이의 슬개골이 좋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예전보다 움직임이 확실히 줄었고 체력도 확실히 떨어졌다. 안쓰러운 마음이 앞선다. 산책을 하며 똥꼬발랄한 다른 강아지들을 보면 다롱이도 저럴 때가 있었는데...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곤 한다. 아직 내 눈에 다롱이는 쪼꼬미 시절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다롱이가 나이 들어감에 따라 함께하는 생활도 변화가 생겼다. 산책을 자주 가고 몸으로 놀아주던 예전과 달리 이제는 짧은 산책을 하고 몸을 쓰다듬어 주며 놀아주는 걸로 대신한다. 가슴에 안기려고 했던 예전과 달리 이젠 다리 사이에 떡 하니 누워서 내 손길을 즐긴다. 다롱이의 몸이 마치 원통모양의 쿠션과 같이 느껴진다. 중형견이라고 하기엔 몸통이 너무 굵어서 쿠션 중에서도 왕쿠션 같다.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과 지인들은 모두 입을 모아서 다롱이의 비대해짐에 놀라곤 한다. 씁쓸하게 웃으며 '나이 들어서 그래요.'라고 짧게 답하곤 하지만 마치 나를 나무라는 듯한 느낌이 든다. 사료의 양이라던지 운동량이라던지 등을 조절해서 체중조절을 시키지 그랬냐... 하는 나무람 말이다. 나도 운동하고 살 빼는 게 쉽지 않은데 강아지는 오죽할까?! 강아지의 낙은 간식이 전부일 텐데 간식을 주지 않으면 너무 불쌍한 마음이 들어서 다롱이의 눈을 보고 있으면 어느새 다롱이 입에 간식을 주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다롱이의 건강을 위해서 사료 급여도 3회에서 2회로 그리고 1회로 줄였다. 움직임이 줄어든 것과 맞춰 사료 급여량도 줄인 것이다. 그리고 고구마에 오리고기가 붙어있던 간식도 이젠 더 이상 주지 않는다. 집 근처 동물병원 원장님께서 고굼마 간식이 강이지 비만의 주요 원인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럴까? 다롱이의 활력이 눈에 띄게 줄었다. 삶의 낙이 없어진 탓일까? 즐거움이 없어 보인다.
단 하루라도 더 다롱이와 함께하기 위해서 간식도 줄이고 사료도 줄였다. 작년에 럭키를 떠나보내며 겪은 아픔과 슬픔을 잘 알기에 다롱이를 보낼 땐 덜 아프고 싶었다. 덜 자책하고 싶었다. 그리움의 크기보다 자책이 주는 괴로움이 더 크기 때문이다. 애견인들은 많이 공감할 것이다. 강아지의 건강이 자신의 탓인 것 같은 마음을. 아이가 아프면 부모가 마음 아프듯이 강아지도 마찬가지다. 강아지의 아픔은 곧 견주의 아픔이다.
노견을 기르는 애견인들은 강아지의 컨디션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별것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 강아지의 건강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젠 사람음식을 거의 주지 않는다. 염분 함량도 높고 조리법도 건강에 좋지 못한 것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마늘, 양파 등의 식재료가 강아지에게 무척이나 안 좋다.
작년에 럭키를 보낸 뒤 다롱이가 있어서 회복할 수 있었다. 다롱이가 떠나면 럭키를 보낼 때 보다 더 많이 허전할 것 같다. 그리고 더 많이 그리울 것 같다. 그래서 두렵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다. 나 역시 매 순간 죽음과 가까워지고 있지만 다롱이의 시간이 나보다 훨씬 더 빠를 것 같아서 종종 마음이 다급해질 때도 있다. 그래서 좋은 곳으로 여행을 갈까 하다가도 다롱이의 체력이 따라주지 않을 것 같아서 동네 산책으로 대신한다.
오늘 저녁에도 건강하게 웃는 다롱이의 모습을 볼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