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에게 들려주는 청년의 역사2
○ 고종이 통치하는 조선의 부패 상황은 심각했습니다. 나라를 통치하는 사람들이 ‘돈’에 관심을 두는 순간, 역사적으로 그 나라는 멸망에 이르게 됩니다. 그런데 지배층은 자신들의 문제를 스스로 인식하기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 부패를 막기 위해 자유로운 여론 조성 환경은 필수적입니다. 당시 조선은 지도자의 도덕성이 부족했고, 부패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할 때부터 여론을 외면했기 때문에 개혁에 이를 수 없었습니다.
시대의 위기에 여론을 조성하여 국가를 바른길로 이끄는 중요한 역할은 ‘언론’의 몫입니다. 언론은 사회가 바른길로 나아가도록 정부를 객관적으로 감시하고, 공동체의 가치를 생각할 수 있도록 민중을 계몽해야 합니다. 그것이 나라의 부정부패를 막는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지금이 위기의 시대라면 언론은 잘못된 정보와 이념을 여과 없이 노출하여 정치세력 간의 갈등을 조장하는 일부 잘못된 언론의 모습을 버리고 시대가 요구하는 옳은 여론을 담아야 합니다. 그리고 권력자는 자신들을 비판하는 여론을 외면하고, 언론을 통제하기보다 바른 소리를 겸허히 수용해야 합니다. 이것이 조선이 저지른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길입니다.
○ 급진개화파와 같이 사회 문제를 고민하는 청년 공동체는 그 존재 자체로 숭고한 가치가 있습니다. 사회는 그들이 마음껏 고민할 수 있고, 그들의 능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도록 힘써야 합니다.
만약 사회가 청년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청년들은 좌절할 테고,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저항을 시작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사회는 분열을 겪고, 장기적으로는 큰 손실을 얻게 됩니다.
그래서 사회는 청년들의 요구를 민감하게 파악하고, 그 요구가 공동체 정신에 부합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어야 합니다. 청년 한 명 한 명이 소중하게 배려받는 경험을 한다면 그들은 분명 자신이 받은 것 이상으로 사회에 보답할 것입니다.
이 시대의 청년에게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의 상황을 공감해주고, 그들이 옳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멘토가 필요합니다. 지금의 기성세대가 청년들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주기를 희망합니다.
○ 급진개화파는 나라를 바꾸려는 생각에 갑신정변을 일으킵니다. 그 당시 낙후된 조선의 상황, 부정부패에 찌든 관료들, 그리고 청에 의존적인 정부의 태도를 고려할 때 그들의 행동은 충분히 공감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급진개화파는 문명개화론이라는 사상에 심취하고 일본이라는 특정 세력의 가치를 추종하여 정변을 일으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역사적 논쟁이 되고 있습니다.
이론은, 때로는 그 복잡한 속성을 외면하고 ‘조선은 미개 사회, 일본은 문명 사회’처럼 사회를 간단명료하게 규정하므로 사회가 지닌 본질적인 가치를 놓칠 때가 있습니다. 따라서 청년이라면 어떤 새로운 사상이나 이론을 접했을 때 무작정 이를 수용하기보다는 그것이 놓치고 있는 가치는 없는지 ‘숙고’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그것이 만약 사람을 서로 비교하여 사람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것이라면 더더욱 깊이 성찰해보기를 당부합니다.
○ 모든 것을 잃은 서재필이 미국에서 사회적 지위를 다시 쌓은 것처럼, 청년은 모든 것을 다 잃고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존재입니다.
아무것도 없을 때, 포기하고 싶을 때, 혼자라고 느낄 때, 서재필이 자신을 믿고, 자신의 길을 개척했고, 성공했다면, 여러분도 청년이기에 그런 도전을 시도할 수 있고, 성공할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혹시 모든 것을 잃었다고 느끼는 청년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의 인생에서 청년 서재필이 겪은 ‘반역 죄인’이라는 위기보다 더 큰 위기를 겪는 경우는 드물 것입니다. 그러므로 선배 청년의 당찬 도전을 기억하면서 현재를 포기하지 맙시다. 여러분은 청년이기에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만 있다면 결국 그 뜻을 이루게 될 것입니다.
○ 청년 서재필은 미국 생활 10년 만에 자신이 얻고자 하는 것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청년은 모든 것을 가진 때에 공동체를 위해 다시 그것을 포기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그는 더 좋은 조건에 더 나은 환경을 찾아 떠난 것이 아니라 반대 세력의 협박이 있는, 환경이 갖추어지지 않은 조선에 돌아왔습니다.
가진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내 것을 버리기는 더 힘들어집니다. 아마 서재필은 낮은 자리에 처해봤기 때문에 더 숭고한 가치를 위해 자신의 것을 버릴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청년의 존재 가치를 빛나게 하는 행위가 아닐까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우리도 더 나은 가치를 위해 각자의 욕심을 포기할 수 있는 때가 오기를 기대합니다.
○ 청년 서재필은 귀국 후 2년 만에 석유 직수입 회사 설립을 건의하고, 독립신문을 발행하고, 독립협회 결성을 지원하고, 후학들을 양성하고, 만민공동회의 토론 문화를 이끄는 계몽의 바람을 일으킵니다.
반면 청년 민영익은 자주적 조선 군대 건설을 막고, 청에 의존하여 조선의 외교 상황을 청에 밀고하여 조선을 난처한 상황에 빠뜨립니다.
청년 한 사람이 이룰 수 있는 도전의 크기는 상상 이상이며, 그것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지대합니다. 따라서 어떤 청년이 될 것인가는 우리들 각자의 몫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옳은 일에 여러분의 능력을 발휘하기 바랍니다.
○ 신념은 중요합니다. 서재필은 그 신념을 바탕으로 단호하게 자신의 뜻을 관철시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독립신문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일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사람이 상처를 입으면 너무 단호하게 자신이 추진하는 일을 팽개치고 떠나버리기도 합니다.
서재필의 귀국 당시 상황은 너무 한탄스러웠기 때문에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정부 관료의 만류로 자기 생각을 접고, 조선에 남습니다. 그리고 2년 만에 대단한 업적을 이룹니다. 만약, 중추원 고문에서 해임되었을 때도 같은 심정으로 자신의 단호한 신념을 누그러뜨리고 조선에 남았다면 역사에 더 큰 업적을 남기지 않았을까요?
청년이라면, 옳은 일을 할 때 말도 안 되는 부당한 상황 때문에 상처를 받고,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반드시 옵니다. 그때 여러분에게 기대를 거는 남겨진 청년들을 기억하며, 조금 더 참고 견뎌낼 수 있기를 바라고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