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 처음 느낌 그대로

경주네컷 매거진

by 남희경

문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용기 내어 들어간 그곳에서는 적막만이 우릴 감싸고 있다.


무슨 말을 해야 하지?

누가 먼저 말 걸어줬으면 좋겠다..


"처음에 너 어땠는지 기억나? 되게 웃겼어.

나랑 같은 표정을 하고, 잔뜩 얼어가지고."


"그랬나? 기억 안 나는데.

우리 어떻게 친해졌지?"


"네가 어색하게 나한테 말 걸었잖아."


"이젠 까마득해서 기억도 안 나."


처음의 나는 어땠을까, 설렘이 더 컸을까?

아니면 긴장감에 눈앞이 새하얘졌을까.

서툴렀던 그날의 나를 떠올려보면

조금 부끄럽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고.

경주네컷을 참가한 후 처음으로 스탭이 되어 여행하게 된 날이었다.

스탭은 팀 여행에서 팀장 역할을 하면서 함께 여행 계획을 세우고, 팀원들의 대화를 이끌고, 모두가 친해질 수 있도록 편안하게 분위기를 풀어주는 역할, 그 외에도 경주 맛집을 소개해주고 사진을 찍어주는 등 사람들이 더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이 있었다.


처음은 누구나 그렇듯 실수가 만연했다. 내가 무언가 해야 한다는 생각에 긴장하기도 하고,

말은 헛 나오고, 행동은 허둥지둥하느라 바빴다.

길을 잘못 알려주기도 하고, 시간계산을 잘못해서 다 같이 모이는 시간에 늦기도 했다.

다행히 운이 좋게 적극적인 팀원들을 만나 내가 한 실수를 만회해 주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열정적으로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고, 자신이 가봤던 장소를 추천해주기도 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리액션해주곤 했다.

누구나 초보 시절이 있다. 커다랗게 초보운전 스티커를 붙이고 도로에 나섰을 때, 편의점 알바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계산이 오래 걸릴 때

어떤 말도 없이 너그럽게 기다려주는 사람들이 참 고마웠다. '그땐 나도 그랬다'라는 마음에서부터 나온 이해.


누구나 처음은 서툴다.

처음은 늘 어렵고, 막막하고, 자신이 없다.

내가 잘할 수 있을지 걱정되고,

조그만 실수에도 한없이 작아진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시절을 지나면서 성장한다.

아직도 마주하지 못한 처음이 너무 많다.

그러나 늘 처음처럼 잘 해낼 것이다.


내가 경주네컷에 처음으로

참가자로 왔을 때 나는 '사람팀'이었고

처음으로 스탭이 되어 여행을 할 때도

'사람'으로 키워드를 정했다.

나에게 경주네컷은 좋은 사람들과 추억이 있는 곳이자, 새롭게 좋은 사람들을 만나러 오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처음의 좋았던 기억이 또다시 처음을 이끌었다.

사람을 만날 때 나는 첫인상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누군가를 알아갈 때 처음 느낌 그대로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내가 낯선 누군가를 마주했을 때 받는 느낌은 호기심이 가장 크다. 나와 다른 사람일수록 그 사람의 뇌구조를 뜯어보고 싶고, 내가 평소 관심 가는 분야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라면 더 대화를 나눠보고 싶어진다. 또 나와 비슷한 결을 가진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되고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보통 그런 첫 생각으로부터 저 사람과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튀어나오는 것 같다.

경주네컷을 하면서 느낀 점은

사람들은 정말 천차만별하다는 것이고,

모두가 각자만의 개성과 색깔을 가졌으며,

그것에 관심을 쏟다 보면 어느새 그 사람의 매력을 발견하고 대화에 빠져들게 된다는 점이었다.


첫인상이 좋지 않더라도 대화를 나누다 보면 달리 보이는 사람도 많았고, 보이는 면과 다른 이면을 발견하고 오해를 푼 적도 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처음 보이는 모습만으로 누군가를 판단하려 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모르는 게 당연하기 때문에,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은 백지의 상태로

처음의 마음으로 임하려고 한다.

어떤 편견도 추측도 하지 않고

그저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한다.

그러면 처음 듣는 이야기가 신선하고 재미있게 다가온다.

모르는 사람과 함께 여행한다는 건 우연 속에서 친구가 되는 일이었고,

그렇게 사람과 사람 사이 흐르는 마음을 공유하면서 새로운 마음이 피어났다.

깊어지는 밤만큼이나 대화에 몰입하는 순간들은 서로의 감춰진 모습마저도 새롭게 발견하게 해 주었고, 나조차 몰랐던 나만의 생각을 깨닫게 하기도 했으며 낯선 시각에서 오는 생각의 전환도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함께 같은 기억을 회상할 수 있는 친구들이 생겼다는 것에 감사하다.

나의 서툰 처음을 함께해 준 사람들에 고맙다.


언제나 처음의 그 사람으로 살아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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