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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coM Nov 13. 2021

바다 수영 - 구조라에서 별을 그린 이야기

해수욕장에서 별을 그린다?...


무슨 뜬금없는 소리인지? 하겠지만 구조라 해수욕장에서 실제 별을 그렸다


모래사장에다 별을 그린 건 아니고, 수영으로 바다 위에 별을 그렸다.


실은 별을 그리자고 누군가에게 얘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이게 무슨 소린가 했었다. 그런데, 동호회 분 중 한 분이 '부산 어느 바다수영팀에서 광안리 해변에서 별을 그렸다는데 저희도 그런 거 한번 해볼까요?'라는 말을 듣고 나서야 '아~하'하고 뒷북을 쳤다.


정말 좋은 아이디어다. 구조라는 물이  맑고 윤돌섬이 스노클링으로 전국적으로 워낙에 유명해서 그동안 다른 시도는 할 생각을 못했다. 그냥 구조라에 가면 윤돌섬 한 두 바퀴를 당연스레 돌고 오는 건 줄 알았다. 너무 좋은 생각이라 그 얘기를 듣는 순간 그동안 그런 생각을 안 해 봤다는 게 솔직히 좀 부끄럽기까지 했다


그렇게 해서 아래와 같은 별 모양의 수영 루트를 머리에 새겨 정말 한번 별을 그려보기로 했다.

도상으로는 대략 3.5km, 하지만 삐뚤 빼뚤 모양이 잘 나오지 않을거니 여기다 대략 1km는 더해 4.5km는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입수를 했다.


그래 별을 한번 그려 보자...


당시 10월 말이라 낮 기온은 19도가량 올라가지만, 아침 기온은 11~12도까지 떨어졌다. 다행히 수온은 23도를 유지하고 있어서 딱 적당한 수준이었고, 풍속, 파고 또한 거의 없어 바다 수영하기 정말 좋은 일요일 아침이었다.


새벽시간은 조금 추울 것 같아 오전 10시경을 입수 시간으로 맞추고 9시 반부터 하나둘씩 철 지난 구조라 해수욕장 주차장으로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첫 번꼭지는 윤돌섬이다.


돌섬까지는 익숙한 구간이다. 첫 입수지로 선택된 데도 구조라 윤돌섬이고 제법 많이 찾았던 곳이라 그런지 그리 어렵지 않게 윤돌섬까지는 도착한다. 하지만 오늘의 여정이 다른 것은 여느 때와 같이 윤돌섬에 있는 해식 동굴인 '콧구멍'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고 콧구멍을 보면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본래 계획보다 백여미터를 더 가서 '콧구멍'이 보이는 위치까지 이동해서 휴식을 취한다. '콧구멍'은 늘 가던 곳이라 왠지 그날도 가야만 할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두 번째 꼭지부터는 생소한 곳이다. 윤돌섬 반대편 조그마한 마을의 양식장 근처로 이동한다.


이제부터 팔꺽기를 할수록 살짝 땀이 나기 시작한다. 그래도 제대로 된 별을 그리기 위해 일렬로 앞사람의 부이 혹은 오리발을 보면서 대형을 흩뜨리지 않도록 속도를 맞춘다.

 

여기서 팀워크가 필요하다. 사람마다 체력이 다르고 또 수영을 하는 성향 또한 다르다. 어떤 사람은 천천히 오래가는데 자신이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 어떤 사람은 순식간에 목적지에 도착하고 나머지 시간을 온전히 쉬는 데 집중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대형을 맞추어 이동을 할 때는 '천천히'에 최적된 몸을 조금 일찍 서두를 필요가 있고, 또 '순식간'에 맞추어 놓은 몸 상태를 다른 사람의 뒤를 꾸준히 따라가야 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구조라는 거제에서도 이름 난 휴양지라 그 시간에 지나다니는 고깃배가 없기 때문에 굳이 대형을 이루지 않는다 하더라도 위험하진 않다. 하지만, '(예쁜) 별을 그린다?'는 공통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본인의 취향을 이때만큼은 잠시 접을 필요도 있겠다.

그렇게 해서 도착한 곳이 구조라 마을이다. 양식장 부이 위에서 갈매기가 우리 일행을 신기한 듯 쳐다 본다.

세 번째 꼭지는 구조라 해수욕장 반대편 갯바위이다.


한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갈 때 갯바위는 '따끔이'의 서식처이다.


'따끔이'는 통상의 명칭이고 '바다 물벼룩'이라 부르는 게 맞다.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을뿐더러 쏘이고 나면 사람에 따라 반응도 다양하다.


바다 수영을 하면서 따끔이는 달고 다녀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숙명이다. 수영을 하다 노출된 부위가 따끔거리는데 이럴 때면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이럴 땐 바다 수영용 복면은 따끔이의  공포로부터 어느 정도 완화시켜 줄 수 있고 경험적으로 복면은 따끔이는 물론 해파리 쏘임 방지 또한 상당히 효과적이다. 사실 따끔이는 해파리에 비하면 애교에 불과하다.

  

하지만 10월 말부터 늦가을은 다행히 따끔이로 부터의 해방을 의미한다. 수온이 낮아지면서 여름 내 괴롭히던 따끔이는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복면을 하지 않은 맨 얼굴이라도 마음 놓고 수영을 할 수 있는 시기이다.


'따끔이'의 성가심은 어느 정도 누그러뜨릴 수 있었지만, 세 번째 꼭지에 도착하니 파도가 없더라도 이제 조금씩 힘들어지기 시작하고 이로 인해 예상 밖에 휴식 시간은 길어진다.

    

평상시 갯바위는 낚시꾼들이 여럿 보이는 곳인데, 이날은 물떼가 안맞아서 그런지 늘 보이던 낚시대가 보이지 않는다

이제 네 번째 꼭지로 출발한다.


네 번째 꼭지는 나름 한바다이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양식장 근처이긴 하지만 해변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파고는 올라가고 파도는 거칠어진다.

 

목적지 근처를 가니 해변 근처에서는 그렇게 평온하던 파도가 팔이 내려오기도 전에 파도에 부딪힌다. 이럴 땐 아무리 열심히 팔꺽기를 하고 발차기를 해도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고, 여기서 파고가 더 높아지면 멀미를 느끼는 경우도 있다. 다행히 지나가는 낚싯배나 어선이 보이지 않아 너울이 없었던 건 그나마 다행이다. (배가 지나가면서 생기는 너울은 기분이 좋을 땐 놀이 공원의 파도풀보다 더 신이 나지만, 파도가 있는 날엔 멀리를 더욱 부추기는 달갑지 않은 손님이다)

  

그래도 이런 환경에 나름 익숙해온 일행들이라, 그리 어렵지 않게 네 번째 꼭지에 도착한다.

거제 바다는 정말 아름답다. 어디를 바라봐도 섬이 보인다. 달리 한려수도라 부르는게 아니다.

이제 마지막 꼭지를 향하여...


마지막 꼭지는 대형 없이 전력 질주다. 마지막 체력을 다 쏟고 가끔 뒤를 보며 혹시 뒤처지는 일행이 없는지 살펴보긴 하지만 '천천히'인 사람도 '순식간'인 사람도 자신의 체력과 속도에 맞게 해변으로 향한다.


바다 수영이 기본적으로 자유형만 할 줄 알면, 슈트가 물에 뜨는 재질이라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는 취미 생활이라 하지만, 대략 4km가 넘는 구간을 2시간가량 파도와 함께 수영을 하려면 제대로 된 영법을 배우고 난 다음이 훨씬 수월하게 어울릴 수 있다. 물론 이는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것이긴 하지만 제대로 된 영법이 오랜 시간 지치지 않고 부족한 체력을 보완해 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주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수영을 선수만큼이나 잘할 필요는 없다. 어디까지나 취미 생활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안전을 확보할 정도의 수력이면 충분할 것이다

무사히 해변에 도착하고....

이렇게 해변에 도착해서 빠지지 않는 덕 다이빙 놀이로 구조라에서 '별 그리기'를 마무리한다

일행 중 한분이신데, 해변에서의 덕다이빙을 제대로 즐기신다.


그날의 별 그리기는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도 제법 비슷하게 나온 것 같다. 이렇게 나온 별을 보면서 '제법 잘 나왔는데!' 하면서 모두들 신기해하고 즐거워했다. 

이런게 바다 수영의 맛인가 보다.

거리 : 4.2km, 시간 : 1시간47분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는 주중에 지친 일과를 바다 수영으로 그간의 스트레스를 떨어 버릴 수 있어 좋다.


거제라는 곳에 살기 때문에 가진 취미인데 나이가 들어도 체력이 허락하는 한 매년 주말은 바다와 함께 보낼 것이다.


지금과 같은 비시즌엔 내년을 대비해 실내 수영장에서 열심히 체력을 올리고 있다.



다음 이야기는 누구의 발길도 닿지 않은 수정봉 아래 수정동굴을 다녀온 이야기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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