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 이야기
교대에 다니던 시절 교육봉사 시간을 채우기 위해
근처 초등학교에서 멘토링을 하곤 했다.
대학교 2학년 때, 학습 부진인 두 아이를 맡아서
매일 아침 한 시간 정도 수학 공부를 했다.
문제 푸는 방법을 설명해 준 뒤
아이들이 푸는 모습을 지켜봐 주고
어느 부분이 틀렸는지 설명해줬다.
한두 달 정도 꾸준하게 이 과정을 반복했다.
멘토링이 끝나는 날, 담임 선생님과 인사를 나눴는데
두 아이 기말고사 수학 성적이 정말 많이 올랐다며
나에게 고맙다는 말을 연거푸 하셨다.
그때 나는 학습부진이 있는 아이들을 돕는 게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교사가 되고 나서 그때 경험을 살려
수업에 잘 못 따라오는 아이들을 방과 후에 남겨서
따로 수학 문제집을 풀리곤 했다.
그런데 눈에 띄는 결과가 나오질 않았다.
이유를 찾아서 가만히 관찰해보니
아이들은 선생님이 자신을 지켜볼 때는
집중해서 문제를 풀다가도
잠시라도 선생님이 눈을 돌리거나 움직이면
도통 집중하지를 못했다.
그 당시 함께 공부하는 학생이 5명이 넘어갔고,
방과 후에는 내 개인 업무도 봐야 했기 때문에
온전히 아이들 하나하나를 바라봐 주지 못했다.
그 아이들은 누군가 없이 '혼자서 집중하는 능력'이
부족했다는 것을 그때서야 깨달았다.
나는 아르바이트생들이라도 구해서
문제 푸는 아이들 옆에 한 명씩 앉혀두고 싶었다.
'감시하는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 아니라
'관심을 주는 사람', '함께해주는 어른'이 필요했다.
공부하는 동안 누군가 바라봐주는 시간이 쌓이고
그것이 날마다의 습관으로 굳어지면
언젠가는 누가 관심 있게 지켜봐 주지 않아도
스스로 공부를 해나갈 것이다.
꼭 그게 공부가 아니라도 스스로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며 나아갈수 있는 힘이 생길 것이다.
지켜봐 주는 그 사람이 부모인 것이 가장 좋고,
또 부모의 관심을 간섭이라 느끼는 사춘기가
오기 전에 그 습관을 만들어 놓는 게
가장 좋다는 생각을 한다.
4살이 된 우리 아이는 요즘도 여전히
"엄마 여기 앉아서 이거 좀 보세요."
하고 자기가 노는 걸 바라보아 주길 원한다.
혼자 노는 시간도 중요한 시기라
괜히 바쁜 척 가주지 않을 때도 많지만
집중하는 아이 옆을 지켜주고
맞장구도 쳐주고 질문도 던지며 있어주기도 한다.
뭔가를 혼자 해냈을 때 칭찬해주는 엄마를 보며
아이는 성취감을 배로 느끼고,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엄마도 관심이 있다는 것을
느끼며 재미와 의미를 찾아가는 것 같다.
긴 시간 오래 붙어있는 것보다
짧아도 집중력 있게, 찐하게 붙어있어 주려 노력한다.
누군가에게 내 시간을 온전히 내어주는 것이
바쁜 현대사회에서 참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내 아이에게는 기꺼이 내어줘야지.
오늘도 다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