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되기 전까지는
여자는 몇 번의 인생을 살며, 그때마다 엄마를 새롭게 바라보게 된다.
그 중 가장 다양한 생각이 드는 순간은 사회에 나가 일을 하게 됐을 때도,
결혼을 할 때도 아니고,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를 겪으면서 인 것 같다.
고백하건데 평생 엄마를 진심으로 믿고 의지하며 사랑하지 못했었다.
오히려 미워하고 원망하는 쪽에 가까웠다.
유년시절을 지나 청소년기, 성인이 될 때까지 엄마는, 부모님은 늘 내 마음의 짐이었으니까
사랑보다 원망이 더 익숙했고, 기대보다 거리두기가 편했다.
아빠의 외도, 상처입은 엄마.
그리고 그 상처를 나에게 쏟아냈던 엄마.
나는 감당할 수 없었다. 애써 모른 척했고, 그 무게를 나 혼자 삼켰다.
과시는 결핍이라고 했던가
부모님과의 건강하지 못한 관계가 스스로 나에게 트라우마였고, 약점이었다.
누구에게도 들키기 싫었다.
나는 나를 포장했고, 사람들은 내가 아주 유복하고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사람으로 생각하곤 했다.
내가 그런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하지 않았음에도 말이다.
건강하지 못한 성장과정임에도 나는 꽤나 잘 컸고 어른이 됐다.
상처가 많은 어린시절의 나를 차곡차곡, 단단하게 쌓아올리는 건 꽤나 힘들었지만 밑바닥부터 단단하게 쌓아올린 내 자존감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꽤 멋진 어른이 됐고 몇 번의 연애를 했다.
나의 트라우마를 채워줄 남편을 찾아 결혼도 했고 아기도 낳았다.
하지만 임신과 출산, 육아는 나를 단번에 다시 어린 시절로 데려갔다.
무너지고, 흔들리고, 버거운 그 시절의 감정이 다시 밀려왔다.
나의 엄마, 나보다 함참 어릴 때 나를 낳아 키운 엄마.
엄마에게 드는 감정들이 여러가지가 있다.
아주 어릴 때는 사랑과 존경이었을테고, 청소년기에는 원망과 미움이 주를 이루었을테고, 엄마를 이해할 수 있을만큼 커버린 지금은 여자로서 연민이 생긴다.
어린 나이에 세상의 무게를 버텨야 했던 여자,
예쁘고 이루고 싶던 꿈이 많았을 그 사람.
나는 이제야 조금 이해한다. 엄마도 나처럼 외롭고, 서툴고, 두려웠다는 걸
요즘은 가끔, 그 시절의 엄마에게 편지를 쓰는 마음으로 하루를 산다.
매번 ‘미안해’라는 말을 버릇처럼 달고사는 엄마가 짜증스러우면서도 그 말을 무슨 마음으로 할지, 그 의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본다.
사랑을 전할 방법을 잘 모르는 사람의 언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