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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핑크뚱 Jun 21. 2022

순간들

차곡차곡 쌓이는 너의 사랑.

 나는 세상 모든 빛을 얼굴 가득 품은 엄마 바라기인 10살 아들의 엄마이다.

 엄마 없이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은 아들이 처음으로 친구와 영화를 봤다.

 보호자로 극장까지 인솔해 상영관으로 보내는 짧은 순간 시원 섭섭한 여럿 마음이 일었다.

 그와는 별개로 아들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대견한 마음과 마냥 제자리걸음만 하는 것 같은 아들의 성장을 눈으로 확인하는 날이었다.


 이날 저녁 식사 약속이 있었다. 1시간가량 제법 심심해하는 아들을 차에 태우고 친정 오빠네 식구와 만났다.

 코로나로 대면대면 각자의 삶에만 집중하던 시간을 지나 오랜만에 만남이라 유쾌하고 행복했다.

 저녁 시간은 내 기분과는 별개로 훌쩍 우리를 깊은 밤으로 데려다 놨다. 아쉬움은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늦은 밤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이다. 남편은 과음으로 나와 아들을 버려두고 홀로 꿈의 여행길에 올랐다.

 아빠 대신 아들은 운전하는 내 옆에서 수다 삼매경이다. 혹시 졸음운전할지 모를 엄마를 자신이 지키겠다며 말이다. 아들이 자주 읽던 만화 속 인물들 이야기로 제법 졸음에 빠질 상황을 함께 웃으며 유쾌하게 지나간다.

 일순 잠잠해 옆을 보니 아들은 까무룩 잠에 빠져 들었다. 코로롱, 귀여운 고양이 같은 모습으로 잠에 빠진 아들을 보니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그 후 홀로 잠과의 싸움에 지쳐 항복할 때쯤 집에 도착했다.

차가 멈추자 바로 눈을 뜬 아들이 "잘 잤다"며 제법 씩씩하게 일어나 집으로 들어간다.

그러다 뜬금없이 그렁그렁 눈물을 눈에 걸고 언제 유쾌했냐는 얼굴로 "정말, 안 깨고 자고 싶었는데..." 라며 짜증을 낸다.

 순간 내 머릿속은 바쁘다. '이럴 때 엄마인 나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졸음과 싸투에서 이겨낸 건 나인데...' 여러 생각을 빠르게 뒤로 밀어 두고 "계속 못 자 짜증 나. 그렇겠네." 아들을 너른 품으로 폭 안아준다.

 내 품에서 눈물을 쓱쓱 닦아 내더니 "역시 나를 공감해주는 사람은 엄마뿐이에요. 짜증내서 미안해요." 하며 쉽게 얼굴의 짜증을 털어내고 환하게 웃어준다.


 한동안 하루하루를 살아내기가 힘겨웠다. 그 시간은 영원히 나를 떠나지 않을 것 같은 두려움도 한몫했다. 그러나 아들과 서로의 얼굴을 보며 까르륵 웃던 순간들이 흩어지지 않고 쌓였나 보다.

 훌쩍 자라 잠자는 아들을 들여다보며 둘이서 제법 즐기며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 뭉클해지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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