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고 있어!

너를 응원한다.

by 핑크뚱
4학년이 이렇게 힘든 거예요.


교문을 통과해 두리번거리며 저를 찾는 아무거나 군이 보입니다.

팔을 번쩍 올려 저의 존재에 대해 손을 좌우로 흔들며 알렸습니다.

저를 보자마자 울상의 얼굴이 된 아무거나 군이 달려옵니다.

'뭐야, 뭐야, 뭐냐고???'

제 머릿속 감정 컨트롤 본부는 울상이 된 얼굴로 하교하는 아무거나 군을 보자 즉각 이유를 찾느라 난립니다. 1초의 짧은 시간이 결코 짧지 않게 느껴지는 절대적인 시간이 아닌 상대적 시간을 경험하며 물었습니다.

"무슨 일 있었어?"

제 물음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아무거나 군이 답합니다.

"아니요."

'아무것도 아닌데 아무것인 얼굴로 하교를 하는 이유가 뭐야!'

"그래. 근데 얼굴이 무엇 때문에 울상일까?"

그러자 한 말입니다.

"힘들어요. 4학년이 이렇게 힘든 거예요!"




오랜만에 등산(?) 아니 둘레길을 걸었습니다.

이래 봬도 왕년에 저도 날다람쥐같이 날렵할 때가 있었습니다.(솔직히 저도 안 믿깁니다.)

제 생각에도 왕년이었나 봅니다. 힘들더군요.

겨울티를 완전히 벗지 못해 헐벗은 나무들이 쭈뼛한 둘레길이었습니다.

제법 쌀쌀한 오전 시간이라 사람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제 발에 밟히는 흙이 얼어 서걱거리는 것으로 보아 둘레길의 첫 발걸음인 것 같습니다.

쭈그리고 발 밑 봤습니다. 추운 겨울날 유리창에 낀 성에처럼 흙 사이사이에 얼음이 박혀있습니다.

누구도 밟지 않은 얼음 낀 길을 걷는 느낌이 꽤 괜찮았습니다.

큰 산 그림자가 드리운 둘레길에 서서히 해가 스며들었습니다. 나무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온 해가 언 땅을 따뜻하게 데우니 금세 폭신폭신해졌습니다. 마치 방금 빻은 팥고물을 밟는 기분이랄까요. 따뜻하고 포근함이 온몸으로 느껴져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둘레길을 걸으며 발 밑에 밟히는 서걱하거나 폭신한 흙이 오늘 아무거나 군과 비슷하다 생각했습니다.

아무거나 군도 처음 가는 4학년이라는 길 위에서 낯설고 두려움으로 살짝 낀 차가운 얼음 같은 마음이요.

시간이 좀 더 지나고 친구들과 서먹함이 조금 누그러지면 방금 빻아 따뜻한 팥고물 위를 걷는 폭신하고 따뜻함이 곧 찾아올 거라 믿습니다.


둘레길에서 만난 매화입니다. 가장 먼저 봄을 알린다는 매화가 제법 피었습니다. 이른 봄추위를 뚫고 피어난 매화의 꽃말이 인내라고 하죠. 꽃샘추위 같은 4학년 적응기를 잘 지나 활짝 웃을 아무거나 군을 응원하며 저도 인내의 시간을 견디겠습니다.

흙 사이사이 살얼음이 낀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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