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가지요금 걱정 없는 부추전

모두가 행복한 시간은 없는 걸까요?

by 핑크뚱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찻길 양옆으로 분홍빛이 차곡차곡 쌓입니다. 길옆 벚나무에서 떨어진 꽃잎이 차갑고 칙칙한 도로색을 따뜻하고 로맨틱하게 만들며 축제의 막바지를 알리고 있습니다.


어느 해보다 화려했고 아름다웠던 벚꽃과는 아쉽게도 작별의 시간이 되었나 봅니다. 앞으로 뜨거운 여름 햇살 듬뿍 담고, 가을의 선선한 바람을 친구 삼아 차갑고 외로운 긴 겨울을 견딘 후에야 다시 만날 봄이라 몇 곱절이나 더 아쉬움이 생깁니다.


우리 가족은 축제 기간 동안 햇살에 반짝한 화사한 꽃길을 따뜻하게 걸었고, 종종 나간 밤마실에서 조명의 은은함에 수 놓인 화려함도 만끽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축제에 빼놓을 수 없는 먹거리와 버스킹 공연 등에 나름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지정된 곳에서만 판매하는 거리의 음식은 벚꽃 감상도 뒷전으로 밀어내고 더 빠져들어 이것저것 구입해 아무거나 군과 사이좋게 나눠 먹었습니다.


거무스름 어둠이 군데군데 묻은 밤거리를 밝히는 반짝반짝한 캐릭터 풍선들은 아무거나 군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 확실히 붙들었습니다. 추억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도 안 되는 설득에 못 이기는 척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덥석 구입했습니다. 아주 잠깐 그 순간만 기분이 좋아질 테지만요. 아마도 아무거나 군은 몇 년 치의 추억으로 기억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축제는 코로나 시작과 동시에 이사한 곳의 지역주민으로 처음인 큰 행사였습니다. 시작 전에는 걱정을 많이 했는데 아주 나쁘지도 썩 좋지도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가장 불편한 점은 단연코 주차문제였습니다. 전국적인 축제에 걸맞은 주차장은 없었습니다. 주차장이 턱없이 부족해 동네 골목골목으로 찾아든 관광객의 차들로 몇 바퀴를 돌고 돌아 겨우 주차하는 십여 일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길지 않은 축제기간만 고생하면 되는 일이라 나름 이해하며 넘겼습니다. 하지만 불편 사항은 개선할 수 있도록 적극 민원을 제기할 것입니다.


이런 불편도 참고 견디는 지역주민의 마음을 한순간 와르르 무너뜨리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연일 방송으로 축제 지역의 바가지요금이 화제가 됐습니다. 솔직히 우리 지역뿐 아니라 어느 축제에나 있던 바가지요금이 문제였던 거죠. 여기다 치솟는 물가와 맞물려 더 크게 부각되기도 했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도 이용해 봤어 요금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 알지만 또 그들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시스템의 문제일 수도, 인건비의 문제일 수도, 원재료의 가격 상승이 원인일 수도 있는 복합적인 문제가 비싼 가격이라는 하나의 문제로 귀결되어 안타깝습니다.


그 이후 길을 지날 때마다 포장마차 안을 힐끔거리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과연 그들은 이 사태에 적자 없이 축제를 마감할 수 있을까? 또 오지랖이 발동했죠. 그렇다고 상인들을 두둔하는 건 아닙니다. 바가지는 물 긷는 데나 사용해야죠. 축제에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제 마음이 이래저래 복잡합니다. 이럴 때 맛있고 따뜻한 음식이 속으로 들어간다면 행복해지겠죠. 개인적으로 저는 그렇습니다. 포장마차에서 비싸게 판매하는 파전 대신 직접 장을 봐 온 부추로 전을 만들어 허기와 기분을 채우기로 했습니다.

시장에서 부추 한 봉지 2,000원에 구입했습니다. 우리 집은 해산물 먹기를 죽기보다 싫어하니 필요 없습니다. 대신 매콤한 걸 좋아하는 간단 씨를 위해 청양고추를 2,000원에 구입했고요. 늘 준비되어 있는 양파 반 개, 당근 1/3개도 함께 사용했습니다.


먼저 부침가루와 튀김가루를 6:4 비율로 반죽을 준비합니다. 그럼 전이 더 바삭하고 맛있어지거든요. 여기에 깨끗이 씻은 부추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준비하고, 청량고추도 15개 정도 썰어 준비합니다. 양파와 당근도 채 썰어 주면 완벽합니다. 반죽이 완성된 후 미리 예열한 프라이팬에 적당량의 기름을 두르고 반죽을 얇고 얇게 펴 올려 줍니다. 두꺼운 전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간단 씨와 아무거나 군은 얇은 전을 좋아합니다.


아무거나 군은 매운 걸 못 먹으니 청양고추를 넣지 않은 부추전을 만듭니다. 저희 부부는 아주 듬뿍 넘치듯 넣은 청양고추와 부추로 노릇노릇하고 바삭하게 전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여기에 간단 씨의 필수템 막걸리도 빠지면 안 되겠죠. 우리는 가격에서도 자유롭고 맛은 훨씬 좋은 부추전으로 가족의 행복한 저녁상을 차려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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