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한잔에 두부김치가 생각난 날

그런 날 있죠!

by 핑크뚱

그런 날 있죠?

잘 자고 일어났는데 전혀 잘 잔 거 같지 않은 날. 이불 밖은 위험할 것 같아 나오고 싶지 않은 날. 아무것도,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은 날 말이에요. 저는 어제가 딱! 그날이었습니다.


평소 알람이 깨우는 시간보다 이르게 눈을 떴습니다. 근데 몸이 아니 마음이 지멋대로입니다.

저에게 자꾸 속삭입니다. '더 자라고, 일어나지 말라고' 말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유혹은 뿌리 쳤지만, 이건 뭐 온몸에 마음의 속삭임이 착 달라붙어 '쉬어. 쉬어'를 계속 속삭입니다. 그러니 몸이 축 처집니다. 땀 좀 흘리면 괜찮겠지 했지만 이도 안 먹힙니다. 더 하기 싫어졌습니다.

저는 간단 씨를 얼른 출근시키고 아무거나 군 옆에 누웠습니다. 따뜻한 방바닥이 '왜 이제 왔어'하며 쭉쭉 끌어당깁니다. 까무룩 다시 잠든 저는 아무거나 군이 배고프다며 깨워서야 일어났습니다.


이럴수록 몸을 움직여야 합니다. 미리 불려둔 미역으로 국을 끓여 아무거나 군 아침을 차렸습니다. 설거지를 하고 대청소를 시작했습니다. 빨래를 삶고 빨래도 했습니다. 집에만 있으면 더 처질 것 같아 도서관에도 갔습니다. 그러나 몸 상태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습니다.

마침 김치도 떨어져 가니 이참에 장도 봤습니다. 배추 3 포기와 김치 담글 재료도 한가득 카트에 담고 덤으로 막걸리도 샀습니다. 어린 시절이 생각났거든요.


제 어릴 적 들일 하던 어른들 얼굴에 묻은 고단함이 새참으로 준비한 막걸리 한 사발 쭉 들이키고 '캬, 좋다'하면 씻은 듯 사라졌고 얼굴 가득 행복한 미소가 자리 잡았던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축축 처지는 날 제일 먼저 막걸리가 생각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술을 마시지 않습니다. 그러나 술자리 분위기를 좋아했습니다. 술 좀 하는 친구들 옆에서 안주발을 열심히 세웠습니다. 그게 그렇게 좋더라고요. 이날은 술 좋아하는 간단 씨 옆에서 안주발 세우며 이야기보따리를 풀고 싶었습니다.


막걸리에는 두부김치가 제격입니다. 간단 씨와 아무거나 군 모두 좋아하는 두부김치로 저녁상을 차립니다. 두부는 끼니로도 충분하니깐요. 여기에 덤으로 우리들의 수다를 보탰습니다. 내 작은 몸짓과 말 한마디에 '꺄르륵' 넘어가는 아무거나 군을 보니 귓속에 속삭이던 '쉬어. 쉬어"가 자연스럽게 사라졌습니다. 종일 나를 힘들게 했던 물 먹은 것 같던 몸이 서서히 보송보송 해졌습니다. 맛있는 음식과 가족의 힘은 이렇게 대단합니다. 어제의 나는 오늘의 내가 아닙니다. 다시 불끈불끈 의욕이 솟아납니다.


간단 씨네 두부김치 소개합니다.

먼저 김치 볶음이 중요합니다. 저는 돼지고기를 넣어 만듭니다. 종종 썬 대파와 다진 마늘을 준비합니다. 미리 돼지고기는 후추와 맛술로 고기 냄새를 제거합니다. 김치는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참기름과 설탕으로 밑간 해 준비합니다.

적당히 기름 두른 프라이팬에 대파와 마늘을 볶다 돼지고기를 넣어 볶아줍니다. 돼지고기가 80% 정도 익었으면 김치를 넣어 볶아 줍니다. 저는 김치 볶음을 할 때 김칫국물을 자작하게 넣습니다. 뚜껑을 덮고 푹 익혀 먹는 걸 선호합니다. 이때 잊으면 안 됩니다. 탈 수 있거든요. 이날 저도 잠깐 딴짓하다 살짝 태웠습니다.

두부는 손두부를 샀습니다. 크기도 크고 맛도 더 고소해 좋습니다. 두부는 소금을 살짝 넣고 끓여 따뜻하게 준비합니다.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담아내면 두부김치 완성입니다.

이날 두부김치는 우리들 입 속으로 사라지는 속도가 빨랐고 맛있다는 소리도 함께 많아졌습니다.

그렇게 바닥을 드러낸 두부김치는 우리의 배 속에서 따뜻하고 행복함을 더 해 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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